용인신문 | 자궁근종이 있으면 왜 임신이 잘 안 될까.
난임 진료를 받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듣게 되는 설명이 있다. 근종이 자궁 안쪽으로 튀어나오면 배아가 자리 잡아야 할 공간을 변형시키고, 주변 혈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궁근종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몇 cm인가’, ‘자궁 안쪽으로 얼마나 튀어나왔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는 조금 다른 가능성이 제기됐다.
근종이 단순히 자궁 안에서 공간을 차지하는 ‘혹’에 그치지 않고, 배아를 받아들여야 하는 자궁내막의 ‘착상 신호’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근종을 제거한 뒤 낮아져 있던 착상 관련 신호가 다시 회복됐다는 것이다.
배아가 좋아도 자궁내막이 준비되지 않으면 착상은 어렵다
2026년 7월 《유럽 산부인과·생식생물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and Reproductive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자궁근종 여성 42명과 근종이 없고 가임력이 확인된 여성 25명을 모집했다.
연구진이 살펴본 것은 배아가 아니라 자궁내막이었다.
시험관아기(IVF)에서는 흔히 좋은 배아를 만드는 데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좋은 배아를 만들었다고 해서 임신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배아가 자궁에 도착했을 때 자궁내막도 배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를 자궁내막 수용성(endometrial receptivity)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배아가 ‘씨앗’이라면 자궁내막은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릴 ‘땅’이다. 씨앗이 좋아도 땅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착상은 어려워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자궁내막에서 백혈병억제인자(LIF·Leukemia Inhibitory Factor)라는 물질을 측정했다.
이름에 ‘백혈병’이 들어가지만 백혈병을 보는 검사는 아니다. 여러 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로, 자궁에서는 배아가 자궁내막에 달라붙고 착상을 시작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한마디로 배아에게 ‘이제 여기에서 자리를 잡아도 된다’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여러 신호 가운데 하나라고 이해하면 쉽다.
근종 여성에서 ‘착상 신호’가 약 절반으로 낮았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근종이 있는 여성의 자궁내막에서는 백혈병억제인자(LIF) 발현이 근종이 없는 가임 여성보다 약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다른 착상 관련 유전자인 호메오박스 A10(HOXA10·Homeobox A10)과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3(HDAC3·Histone Deacetylase 3)도 함께 조사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착상 관련 기능이 한꺼번에 나빠졌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착상 신호 가운데 백혈병억제인자(LIF)에서 특징적인 차이가 발견됐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근종 제거했더니 낮았던 신호가 다시 올라왔다
연구진은 자궁근종절제술(myomectomy)을 받은 여성의 자궁내막을 다시 검사했다.
그러자 수술 전 낮았던 백혈병억제인자(LIF) 발현이 수술 후 증가했다. 근종이 없는 가임 여성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근종을 완전히 제거했는지 여부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근종을 완전히 제거한 여성의 수술 후 LIF 발현은 0.017이었다. 반면 근종이 일부 남아 있던 여성에서는 0.0059였다.
완전히 제거한 여성 쪽에서 착상과 관련된 신호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결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근종이 자궁내막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그 변화가 한번 생기면 계속 남는 것인지, 근종을 제거하면 다시 회복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번 연구에서는 적어도 백혈병억제인자(LIF)라는 하나의 착상 관련 신호에서는 ‘회복 가능성’이 관찰됐다.
즉 근종이 자궁내막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었고, 그 원인이 사라지자 내막의 신호도 다시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궁 안으로 안 튀어나온 근종도 문제가 될까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국제산부인과연맹(FIGO·International Federation of Gynecology and Obstetrics) 분류상 ‘FIGO 3형’ 근종이다.
자궁근종은 어디에 자리 잡았느냐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눈다.
임신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자궁 안쪽으로 튀어나오는 점막하근종(submucosal fibroid)이다. 배아가 착상할 공간을 직접 건드리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다.
하지만 FIGO 3형은 조금 다르다.
근종이 자궁강 안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지는 않는다. 근종 전체는 자궁근육층(myometrium) 안에 있지만 가장 안쪽 부분이 자궁내막(endometrium)에 바로 닿아 있다.
쉽게 말하면 ‘방 안으로 튀어나온 혹’은 아니지만 ‘벽 바로 뒤에 붙어 있는 혹’에 가깝다.
그래서 자궁강 모양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백혈병억제인자(LIF)의 감소는 특히 FIGO 3형 근종이 있는 여성에서 두드러졌다.
이 결과가 맞다면 근종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때 단순히 자궁 안으로 얼마나 튀어나왔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자궁내막과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도 중요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IVF 전에 근종부터 제거해야 할까
난임 환자 입장에서는 결국 이 질문이 가장 궁금하다.
‘근종이 있다면 시험관아기(IVF)를 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좋을까.’
이번 연구만으로는 그렇게 결론 내릴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구진이 확인한 것이 실제 착상률이나 임신율, 생아출산율(live birth rate)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것은 자궁내막 속 백혈병억제인자(LIF)라는 분자 신호의 변화다.
처음 모집된 여성은 근종군 42명, 대조군 25명이었지만 실제 분석 가능한 자궁내막 검체는 수술 전 21개, 수술 후 15개, 대조군 9개로 많지 않았다.
따라서 ‘LIF가 회복됐다’는 결과와 ‘아기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 둘을 연결하려면 앞으로 근종 제거 전후의 착상률, 임신율, 유산율, 생아출산율을 직접 비교하는 더 큰 연구가 필요하다.
모든 자궁근종을 시험관아기(IVF) 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근종은 크기와 위치, 개수에 따라 임신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자궁강을 변형시키는지, 증상이 있는지, 과거 착상 실패가 있었는지,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ovarian reserve)은 어떤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술 자체가 자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근종이 있으니 일단 떼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근종이 있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근종 제거 수술을 권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자궁근종을 바라보는 질문을 바꿨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근종이 몇 cm인가’, ‘자궁 안으로 얼마나 튀어나왔는가’를 주로 물었다.
앞으로는 한 가지 질문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이 근종이 배아를 받아들여야 할 자궁내막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시험관아기(IVF)에서는 좋은 배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배아라도 착상할 자궁내막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임신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일부 자궁근종이 눈에 보이는 자궁의 모양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자궁내막의 ‘착상 신호’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근종을 제거한 뒤 그 신호가 다시 회복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아직은 작은 연구이고 실제 출산율을 확인한 연구도 아니다.
하지만 자궁근종과 난임의 관계를 단순히 ‘혹이 배아의 자리를 방해한다’는 설명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단서를 던졌다.
좋은 배아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배아를 받아들일 자궁의 준비다.
자궁근종 연구 역시 이제 ‘혹의 크기’를 넘어 ‘자궁내막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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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2026년 7월 국제학술지 ‘유럽 산부인과·생식생물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and Reproductive Biology)’에 온라인 게재된 연구진의 자궁근종과 자궁내막 착상 관련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연구진은 자궁근종 여성과 근종이 없는 가임 여성의 자궁내막에서 백혈병억제인자(LIF·Leukemia Inhibitory Factor) 등 착상 관련 인자의 발현을 비교하고, 자궁근종절제술(myomectomy) 전후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DOI: 10.1016/j.ejogrb.2026.115340, PMID: 42607506입니다.
※ 이 글은 최신 생식의학 연구를 소개하기 위한 정보이며 개인의 자궁근종 수술 여부나 시험관아기(IVF)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의료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 본 기사에 사용된 이미지는 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로,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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