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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핫뉴스

아이와 외출한 날,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 낮았다…‘어디로 나가느냐’도 중요했다

서울대 연구, 영유아 자녀 둔 어머니 193명·평일 1052일 분석
자녀와 외출한 날 양육 스트레스 유의하게 낮아
아이에게 좋은 공간이 부모에게도 좋은 것은 아냐…‘부모의 회복’까지 고려해야

 

용인신문 |

기저귀와 물티슈, 간식과 물, 여벌 옷까지 챙긴다. 유아차를 펴고 아이를 태우는 것도 일이고, 밖에 나가면 아이가 넘어지지는 않는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어린아이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오히려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실제 어머니들의 하루를 들여다봤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아이와 함께 외출한 날 어머니가 느낀 양육 스트레스가 외출하지 않은 날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다.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박지수 박사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의 자녀 동반 외출 경험과 그날의 양육 스트레스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연구의 핵심은 서로 다른 어머니들을 단순 비교한 것이 아니라 한 어머니의 하루하루를 비교했다는 점이다. 같은 사람도 어떤 날은 육아가 버겁고 어떤 날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연구진은 그 차이에 ‘외출’과 ‘장소’가 관련돼 있는지를 살폈다.

 

■같은 엄마도 ‘아이와 나간 날’ 스트레스 달랐다

연구의 기초자료는 생후 4~36개월 자녀 한 명을 양육하는 어머니 1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상다이어리 조사다. 참가자들은 8일 동안 매일 자신의 일상과 양육 경험에 대해 응답했고 모두 1494일의 자료가 수집됐다.

박 박사의 학위논문에서는 이 가운데 어머니 193명의 평일 자료 1052일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같은 어머니라도 자녀와 함께 외출한 날에는 외출하지 않은 날보다 그날의 양육 스트레스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다만 이 결과를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기만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일상 속 외출 경험과 양육 스트레스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것으로, 외출 자체가 스트레스를 직접 낮춘다고 증명한 연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연구 결과는 육아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준다. 육아의 어려움이 단순히 아이를 얼마나 오래 돌봤는지에 따라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하루를 어디에서 보내고 어떤 환경을 경험했는지와도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놀이터·카페·쇼핑몰…중요한 건 ‘부모도 쉴 수 있느냐’

연구진은 한발 더 들어가 아이와 함께 ‘어디에 갔는가’를 살펴봤다.

아이와의 외출 장소는 놀이터나 공원일 수도 있고 카페나 음식점, 쇼핑몰 같은 상업시설일 수도 있다. 장소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즐거움뿐 아니라 부모가 받는 심리적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회복환경’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회복환경은 일상생활에서 지친 주의력과 심리적 에너지를 다시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환경을 뜻한다.

분석 결과 아이와 함께 방문한 장소에서의 경험은 크게 ‘비양육중심 회복환경 경험’, ‘균형적 회복환경 경험’, ‘양육중심 회복환경 경험’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양육중심 회복환경’이었다. 아이에게는 재미있고 돌보기도 적합하지만 정작 부모에게는 마음을 돌리거나 쉬어갈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이다.

이러한 유형의 장소를 경험한 날에는 다른 유형의 회복환경을 경험한 날보다 어머니의 일상 양육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다.

 

 

■‘아이에게 좋은 곳’이 엄마에게도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동안 ‘아이와 가기 좋은 곳’이라고 하면 주로 아이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지, 유아차가 들어갈 수 있는지, 수유실이나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지 등이 대표적인 기준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여기에 한 가지 기준을 더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부모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가’다.

아이에게 아무리 재미있는 공간이라도 부모가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안전을 확인하고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면 부모에게는 또 다른 돌봄 노동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아이가 비교적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모도 주변을 바라보거나 앉아서 쉬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회복적인 공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는 동네 만족할수록 아이와 외출도 많았다

외출할 수 있는 환경 자체도 모든 부모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거주지역 특성에 따라 자녀 동반 외출 빈도와 회복환경 경험의 유형에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어머니일수록 자녀와 함께 외출하는 빈도가 높았다.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회복 가능성이 높은 ‘균형적 회복환경’을 경험하는 비율 역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양육 스트레스가 개인의 마음가짐이나 육아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집 가까이에 아이와 걸어갈 만한 공원과 쉼터가 있는지, 유아차를 끌고 이동하기 편한지, 부모가 앉아 쉴 공간이 있는지 같은 동네의 생활환경도 육아의 하루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수 박사는 “한 사람의 일상에서도 어떤 상황과 맥락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양육 스트레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양육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양육 스트레스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일상적 상황과 환경을 함께 이해하고 이에 맞는 지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양육친화적 공간’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이가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를 돌보는 부모 역시 그곳에서 잠시 쉬고 심리적으로 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와 부모에게 좋은 공간은 단순히 기저귀 교환대가 있고 유아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가 즐거운 동안 부모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많은 동네가 부모에게는 ‘육아하기 좋은 동네’일 수 있다.

 

※ 이 기사는 2026년 9월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박지수 박사가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의 연구 결과와 서울대학교가 제공한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 중인 ‘왜 어떤 날 육아가 덜 힘들까?: 장소경험 및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일상다이어리 접근’ 프로젝트(연구책임자 이재림 교수)에서 수집한 일상다이어리 자료를 활용한 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