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세계 대학의 지형이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대학들이 여전히 최상위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서는 아시아 대학들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 대학들도 올해 세계대학평가에서 나란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성균관대가 세계 68위까지 뛰어오르면서 국내 사립대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THE)이 30일 발표한 ‘2027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세계 56위로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한 성적으로, 국내 대학 가운데 14년 연속 가장 높은 자리를 유지했다.
KAIST는 세계 64위에 올랐다. 2022년 처음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 이후 5년 연속 순위를 끌어올렸다. 뒤를 이어 성균관대가 세계 68위, 연세대가 8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100위 안에는 한국 대학 4곳이 들어갔다.
눈에 띄는 변화는 성균관대다. 지난해보다 무려 19계단 상승해 세계 68위를 기록하면서 국내 대학 3위이자 사립대 1위에 올라섰다. 최근 4년 연속 순위가 상승하며 세계 50위권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성균관대의 상승은 특정 평가항목 하나가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비롯한 여러 지표의 개선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학 측은 교육 여건과 연구 환경, 연구 품질, 산학협력, 국제화 등 주요 평가영역에서 점수가 고르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세계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 평판 조사에서도 교육과 연구 부문의 평가가 개선됐으며 연구 경쟁력을 측정하는 지표에서도 상승세를 보였다.
연세대도 세계 80위로 다시 100위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고려대의 상승폭은 더 컸다. 지난해 세계 156위였던 고려대는 올해 128위로 28계단 뛰었다. 개별 순위가 공개된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한국 대학의 순위 상승은 세계 대학 경쟁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아시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THE에 따르면 올해 세계 200위 안에 포함된 한국 대학은 모두 6곳이다. 세계 200위권에서 한국은 중국 17곳, 일본 5곳 등과 함께 아시아 대학 경쟁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 톱10은 여전히 미국·영국…그러나 턱밑까지 온 아시아
세계 최상위권만 놓고 보면 아직 미국과 영국의 벽은 높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11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2위를 지켰다.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가 공동 3위에 올랐고 케임브리지대 5위, 하버드대 6위, 캘리포니아공과대 7위, 임페리얼칼리지런던 8위가 뒤를 이었다. UC버클리와 예일대는 공동 9위였다.
세계 톱10을 미국과 영국 대학이 모두 차지한 것이다. 미국 대학이 7곳, 영국 대학이 3곳이다.
하지만 10위권 바로 아래에서는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 칭화대가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11위로 올라섰다. 아시아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특히 칭화대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를 제치면서 이번 평가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최고 대학이 유럽 대륙 최고 대학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하게 됐다.
중국 베이징대는 세계 13위를 유지했고 싱가포르국립대(NUS)는 17위에서 15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세계 15위 안에 아시아 대학 3곳이 동시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HE가 이번 평가에서 주목한 것도 이 같은 변화다. 미국과 영국의 전통적인 명문 대학들이 강력한 학술 평판을 바탕으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연구 관련 일부 지표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는 반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대학들은 연구 성과와 평판 등을 바탕으로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상승세는 대학 몇 곳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200위 안에 포함된 중국 대학은 지난해 13곳에서 올해 17곳으로 늘었다. 세계 200위권 중국 대학 가운데 71%가 전년보다 순위가 상승했다.
대학 순위 경쟁, 결국 ‘연구의 힘’에서 갈렸다
올해 평가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전 세계 118개 국가·지역에서 2297개 대학이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보다 106개 대학이 늘었다.
THE 세계대학평가는 단순히 입학 성적이나 대학의 유명세를 비교하는 평가가 아니다. 교육 환경과 연구 환경, 연구의 질, 국제화 수준, 산업계와의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논문과 인용 실적은 물론 연구비와 연구 평판, 국제 공동연구, 외국인 학생과 교원 비율, 산업체 연구수입과 특허 등 다양한 지표가 순위에 영향을 준다. 올해 평가는 약 2000만편의 연구논문과 약 100만건의 학술평판 조사 응답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올해부터 순위를 보여주는 방식도 더 세분화됐다. 지난해까지 세계 200위까지 개별 순위를 공개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300위까지 대학별 순위를 제시한다. 그 아래 대학들도 이전보다 좁은 구간으로 나눠 순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결과가 보여주는 흐름은 분명하다. 세계 대학 경쟁은 더 이상 미국과 유럽 대학들만의 무대가 아니다. 중국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 대학들이 최상위권을 압박하고 있고 한국 대학들도 세계 100위권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옥스퍼드대와 MIT의 종합점수 차가 불과 0.1점까지 좁혀진 것도 상징적이다. 세계 1위 자리마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 아래에서는 칭화대가 세계 톱10의 문턱까지 올라섰고 한국에서는 서울대와 KAIST뿐 아니라 성균관대와 연세대까지 세계 100위 안에 자리했다.
세계 대학의 간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 경쟁력과 국제화, 산학협력 같은 대학의 실질적인 힘을 둘러싼 경쟁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세계대학평가는 그 변화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음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