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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동산PF 대출 내년부터 ‘20% 한도’

금융위, 규제 강화 … 건설업 침체 ‘우려’

 

용인신문 | 은행이 부동산 개발사업에 빌려줄 수 있는 돈에 새로운 ‘상한선’이 생긴다. 내년부터 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신용공여가 은행 전체 신용공여의 20%를 넘지 못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규정변경예고했다.

 

예고기간은 오는 11월 9일까지이며 관련 절차를 거쳐 2027년 1월 1일부터 부동산PF 신용공여 한도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은행도 부동산 개발사업에 돈을 무제한으로 몰아줄 수 없다는 얘기다.

 

먼저 숫자부터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등장한 ‘20%’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한 곳을 개발할 때 전체 사업비의 20%까지만 은행이 빌려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은행이 기업과 개인 등에 제공하고 있는 전체 신용공여를 기준으로 부동산PF 관련 신용공여가 차지하는 비중을 20%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규제다.

 

예를 들어 단순화해 한 은행의 전체 신용공여가 100조 원이라면 부동산PF 관련 신용공여를 20조 원 이내에서 관리해야 하는 식이다. 실제 한도 산정은 감독규정상 신용공여의 정의와 적용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정부가 이런 상한선을 만드는 이유는 은행의 돈이 부동산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몰렸다가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사업장이 잇따라 부실화되면 위험이 금융회사 전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PF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업시설, 물류센터 등 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바탕으로 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일반적인 기업대출이 기업의 신용이나 담보 등을 중심으로 돈을 빌려준다면 PF는 해당 개발사업에서 앞으로 들어올 분양대금이나 임대수익 등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본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다. 개발사업이 늘어나면서 금융회사의 PF 대출도 함께 불어나기 쉽다.

 

반대로 미분양이 증가하거나 공사비가 급등하고 분양이 지연되면 사업장의 현금흐름이 꼬이고 대출금을 갚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 PF 대출에 ‘규제 강화’ 이유는 ?

이번 조치는 갑자기 등장한 규제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PF 건전성 제도개선의 후속 작업이다.

 

정부는 금융회사가 특정 부동산 개발사업과 부동산PF 시장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업권별 PF 한도 규제를 정비해 왔다.

 

핵심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금융회사가 PF 대출을 지나치게 늘렸다가 시장이 꺾이는 순간 금융회사까지 함께 흔들리는 구조를 줄이자는 것이다.

 

특히 PF 부실은 개발회사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사, 은행 등이 여러 형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형 사업장이 무너지면 위험이 금융권 곳곳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도 PF 신용공여 한도를 별도로 두는 이유다.

 

△ 금융권 3년 내 비율 맞춰야

규제가 시행되는 2027년 1월 1일 당장 모든 은행이 일률적으로 20% 이하를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행 당시 이미 부동산PF 신용공여 비율이 20%를 초과한 은행에는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3년의 경과기간을 부여한다.

 

따라서 해당 은행이 하루아침에 기존 PF 대출을 회수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금융당국도 규제 도입 과정에서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한 적응기간을 둔 셈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이 신규 PF 대출을 심사할 때 해당 사업장의 사업성뿐 아니라 은행 자체의 PF 신용공여 한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 아무리 괜찮은 개발사업이라도 이미 PF 관련 신용공여가 한도에 가까워졌다면 추가 대출을 결정하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 부동산개발·건설업, 침체 우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자금조달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개발사업은 대부분 ‘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고 착공해 분양대금을 받을 때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PF 익스포저를 일정 한도 안에서 관리하기 시작하면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자기자본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금융회사의 심사가 더욱 보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자기자본이 충분하고 분양 가능성이 높으며 사업구조가 탄탄한 PF 사업장에는 금융회사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집중될 수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PF 제도개선의 방향도 결국 ‘돈을 빌려 부동산 사업을 크게 벌이는 구조’의 위험을 낮추고 개발사업 자체의 자본 건전성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

 

△ 부동산PF의 ‘쏠림’을 막겠다는 의도

이번 규제의 핵심은 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다.

 

은행 전체 대출 가운데 부동산 개발사업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도록 위험을 분산시키겠다는 데 가깝다.

 

은행 입장에서는 PF 시장이 호황일 때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대출을 계속 확대하기 어려워지고, 개발사업자는 은행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사업성과 자기자본 구조를 더 엄격하게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PF 부실을 처리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금융회사에 PF 위험이 과도하게 쌓이는 것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규제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돈을 공급하는 은행에 처음부터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는지’ 선을 긋는 20% 규제. 내년부터 국내 부동산PF 시장의 돈줄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