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종종 가장 단순한 질문으로 위장한다. 배아를 하루 더 키울 것인가, 아니면 지금 자궁에 넣을 것인가. 난소기능저하 환자에서 단 하나의 난자만 얻어진 순간, 이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로 바뀐다.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원칙을 믿어왔다. 체외에서 좀 더 길게(포배기까지) 배양해서 가장 좋은 배아만 골라 넣는다. 5일 배양, 블라스토시스트까지 도달한 배아는 착상률이 높고, 실제로 많은 데이터가 이를 지지한다. 이 전략의 본질은 명확하다. 좋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문제는 이 원칙이 ‘여유가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배아가 여러 개라면 선별은 합리적이다. 탈락이 곧 손실이 아니다. 하지만 배아가 단 하나뿐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 배양실에서의 탈락은 단순한 필터링이 아니라 사이클 전체의 종료가 된다. 그래서 이 순간부터 전략은 바뀐다. 선별이 아니라 보존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배양 중 탈락을 ‘아까운 손실’로만 보는 시선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배양실에서 멈춘 배아는 자궁에서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5일 배양은 단순한 인공 환경이 아니라 하나의
용인신문 | 난임 치료의 기본은 단순하다. 좋은 난자를 골라 쓰는 것이다. 많이 채취하고, 그중에서 상태가 괜찮은 배아를 골라 이식한다. 지금까지의 IVF는 결국 ‘선별 기술’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흐름을 뒤흔드는 연구가 등장했다. 난자를 고르는 게 아니라, 아예 “되돌리겠다”는 시도다. 핵심은 SGO1(Shugoshin-1)이라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난자가 나눠질 때 염색체를 정확하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단백질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러면 염색체가 제대로 나뉘지 않는다. 하나가 더 붙거나 빠지는 식이다. 이것이 바로 난자 노화의 핵심이다. 연구자들에 때르면, 부족해진 SGO1을 다시 넣어주는 방식이다. mRNA나 단백질을 주입해 난자의 분리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초기 결과는 꽤 강력하다. 염색체 오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결론은 간단하다. “난자를 젊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아직 이 기술은 사람 대상 임상 단계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실험실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실제 임신, 출산까지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난자 노화는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환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가장 좋은 난자를 골라서 수정시켜주세요" 이 요청은 시작부터 어긋나 있다. 난자는 ‘고르는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좋아 보이는 난자가, 실제로 좋은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미경 아래 난자는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둥글고, 크고, 나름 깨끗하다. 그래서 초보자는 헷갈린다. 다 좋아 보인다. 그런데 숙련된 연구원은 여기서 이미 몇 개를 버리고 시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겉이 아니라 안을 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성숙도다. MII, 즉 극체가 있는 난자만 사용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같은 MII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여기서부터 진짜 선택이 시작된다. 세포질을 본다. 이건 교과서와 다르게 느껴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더 직관적이다. 탁하다, 거칠다, 뭉쳐 있다, 미세하게 번들거린다. 이런 표현이 더 정확하다. 숙련된 연구원은 이걸 한눈에 구분한다. 그리고 안 좋은 난자는 대개 초기에 걸러진다. 문제는 애매한 난자다. 애매한 난자는 겉으로는 멀쩡하다. 극체도 있고, 크기도 적당하다. 그래서 선택된다. 그런데 이런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조용한 순간이 있다. 정자를 난자 안에 넣는 단 몇 초의 장면... 화면 속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난자는 그대로 둥글고, 수정은 정상으로 기록된다. 누구도 그 순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때, 결과는 이미 갈린다. 미세수정(ICSI)은 기술이 아니라 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각’이다. 이 감각이 없는 손에서 실패는 조용히 시작된다. 문제는 그 실패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트에는 남지 않고, 수치로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교묘하고, 더 잔인하다. 숙련되지 않은 손에서 바늘은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뚫고 들어간다’. 각도가 아니라 힘으로 밀어 넣는다. 그 순간, 난자 내부에서는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긴다. 세포막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닫힌다. 겉으로는 완벽하다. 수정도 된다. 분열도 시작한다. 그래서 더 속기 쉽다. 하지만 이 배아, 어딘가 다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리듬이 어긋난다. 속도가 늦어지고, 배열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결국 멈춘다. 실패는 그때 드러나겠지만,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이야기다. 미세수정은 찌르는 기술이 아니다. 난자라는 ‘물로 찬
용인신문 |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무리를 이루며 살아왔다.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동료가 있었다. 인간의 뇌는 애초부터 혼자 살아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우리는 역사상 가장 편리한 시대를 살면서도 역사상 가장 고립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재택근무는 사람들의 혼자 있는 시간을 크게 증가시켰고, 그 결과 고립감과 정신적 고통 역시 뚜렷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근로자 56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사회 전체의 정신적 고통 증가분 가운데 약 3분의 1이 재택근무 증가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고립되면 외롭고, 외로우면 우울해진다는 정도의 이야기 말이다. 문제는 생물학은 훨씬 잔인하게 분석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생존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면 가장 먼저 생식 기능부터 줄인다.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 스트레스와 외로움은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키고,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선 축(HPG Axis)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남
용인신문 | "아직 서른 둘 밖에 안 되었데....." 임신이 안 되어서 찾은 난임병원에서 의사로부터 난소조기부전 진단을 받으면 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젊은 여성에게 폐경 임박 선고를 내리는 의사도 마음이 답답하다. 폐경(생리 종료)은 보통 50세 전후에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결혼을 준비하는 나이, 혹은 첫 아이를 고민하는 시기에 난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됐다는 설명을 듣게 된다면 누구라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소조기부전은 40세 이전에 난소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생리가 수개월 이상 멈추거나 불규칙해지고, 혈액검사에서는 난포자극호르몬(FSH)이 상승하며 에스트로겐은 감소한다. 임신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조기 노화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의학계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난소조기부전 환자의 상당수는 원인불명으로 분류돼 왔다. 의사도 환자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운이 나빴다"는 설명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연구들은 이 오랜 미스터리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과거에는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이하 (IVF)을 준비하는 부부들은 의사 선택에 있어서는 신중을 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배양기술력 즉 배양연구원의 숙련된 기술력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IVF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는 진료실이 아니라 배양실에서 발생한다. 아주 간단한 예로 바로 미세수정(ICSI)만 해도 그렇다. 미세수정은 배양연구원이 현미경 아래에서 단 한 마리의 정자를 골라 난자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이다. 이른바 강제수정인 셈. 원래 IVF에서 체외수정의 기본 원리는 엄선된 여러 마리의 정자를 난자 주변에 놓고 자연스럽게 수정이 일어나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수정의 타이밍은 정해져 있고, 그 타이밍을 놓칠 경우 체외수정에 실패하게 되므로 정자 수가 부족하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 과거 수정 실패 경험이 있는 경우, 혹은 얻어진 난자 수가 매우 적어 단 한 개의 난자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세수정을 선택하게 된다. IVF를 하는 여성들은 미세수정 기술과 스킬(배양연구원의)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미경을 보며 가느다란 바늘로 정자를 넣는 작업처럼 보인다. 결코 그렇지 않다. 난자는 직경 약 100마이크로미
용인신문 | 인류의 역사는 결국 유전자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다시 손자로 이어지는 수많은 정보들은 작은 염색체 안에 기록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만약 이 기록의 일부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남성 난임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Y염색체 미세결손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처음 진단명을 접한 사람들은 적지 않게 놀란다. 염색체가 결손됐다는 표현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느낄 수 없는 아주 작은 유전자 결손이다. 다만 그 작은 결손은 한 남성의 정자 생산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때로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중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X염색체와 Y염색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를 가진다. 특히 Y염색체는 남성의 생식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정자 생산에 필요한 여러 유전자들이 이 작은 염색체 안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Y염색체가 생각보다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염색체는 짝을 이루어 서로 유전정보를 교환하며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가진다.
용인신문 | 시험관을 시작하려는 순간, 거의 모든 여성이 한 번쯤은 이 질문을 꺼낸다, “이거 하면… 암 생기는 거 아니에요?” 이상하게도 이 질문은 진료실에서 조용히 나오지만 머릿속에서는 꽤 크게 울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오래 들어왔기 때문이다. "난자를 많이 키우려고 호르몬제를 그렇게 쓰는데 괜찮겠냐." "난소를 계속 자극하는데 안전하겠냐." 특히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들. 거기에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심지어 피부암인 흑색종까지 슬쩍 끼어들면서 공포는 점점 몸집을 키웠다. 문제는 이 이야기의 대부분이 ‘확인된 위험’이 아니라 ‘그럴 것 같은 느낌’에서 출발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 오래된 공포에 드디어 숫자가 붙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40만 명이 넘는 여성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 결과는 의외로 담담하다. IVF를 포함한 보조생식치료를 받은 여성의 전체 암 발생률은 일반 여성과 다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다.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이 한 줄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떠돌던 “시험관=암” 공식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보면 “괜히 겁먹었네” 하고 끝날 것 같지만, 진짜 재미는 여기서부터다. 데이터를 자세히 보면 풍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을 앞둔 남성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며칠 참으세요”다. 정자를 많이 모을수록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 오래된 지시가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자를 오래 모으는 것보다, 짧은 간격으로 채취한 ‘신선한 정자’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정 간격이 짧을수록 정자 DNA 손상과 산화스트레스가 낮게 나타났다. IVF 결과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금욕 기간이 48시간 미만인 경우 임신율은 약 46%였고, 금욕 기간이 길어진 경우에는 36% 수준에 머물렀다. 단순한 생활 습관의 차이가 아니라, 치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는 의미다. 이 변화는 기존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동안 난임 치료에서는 정자의 ‘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일정 기간 금욕을 유지해 정자를 최대한 모은 뒤, 그중에서 선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정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활성산소에 노출되며 DNA 손상이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겉으로 보이는 정자 수나 운동성보다, 내부 유전 정보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용인신문 | 난임 진료에서 가장 애매한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검사도 정상이고 수치도 설명이 되는데 임신은 반복해서 실패한다. 그래서 붙는 이름이 있다. 난임 중에서도 ‘원인불명 난임’. 문제는 이 단어가 설명이 아니라 사실상 멈춤에 가깝다는 점이다. 최근 생식의학의 흐름은 이 멈춤을 조금씩 깨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이상이 있다”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어디가 문제인지”까지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염색체 구조 이상에서 ‘정확한 결합 지점’, 즉 fusion point를 짚어내려는 연구들이 등장하면서 이 변화는 더 분명해지고 있다. 조금 쉽게 풀어보자. 염색체는 긴 실처럼 이어진 구조다. 이 실이 중간에서 끊어졌다가 다른 곳에 다시 붙는 일이 생긴다. 이를 전좌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끊어졌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끊어졌느냐'다. 같은 전좌라도 유전자 핵심 구간을 건드리면 문제가 되고, 영향이 적은 구간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진단은 여기까지였다. 전좌가 있다, 구조 이상이 있다. 그 이상은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상은 있지만 괜찮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말이 반복됐다. 실제로
용인신문 | 최근 난임 치료 현장에서 새로운 이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난소 PRP(Platelet-Rich Plasma)로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으로, 성장인자를 이용해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다. 난소 PRP치료는 난소기능저하 여성들 사이에서는 “난소를 다시 깨운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기존 치료로 반응이 없던 환자군에서 특히 문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PRP는 환자 자신의 혈액을 채취한 뒤 혈소판을 농축해 성장인자를 추출하고, 이를 난소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원래는 관절이나 피부 재생 분야에서 활용되던 기술이 생식의학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다. 일부 연구에서는 난소기능저하 환자에서 항뮬러관호르몬(AMH) 수치 상승, 난포 수 증가, 배란 반응 개선 등이 보고됐다. 반응 개선율을 약 30~40% 수준으로 제시한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곧바로 ‘난소 재생’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난소는 한 번 소모된 난포를 다시 만들어내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 기존 생식의학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RP 이후 관찰되는 변화가 실제 재생인지, 일시적인 자극 효과인지, 혹은 측정 변동인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