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 시술을 앞둔 부부에게 가장 먼저 들려오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 배아는 최상급입니다.” 혹은 “조금 아쉽네요, 중급 정도입니다.” 이 짧은 문장 하나가 희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질문을 한 번쯤 던져야 한다. 과연 배아 등급은 얼마나 ‘진짜’를 반영하고 있을까. 배양연구원이 배아를 평가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원시적이다. 고성능 장비가 동원되지만 본질은 현미경을 통한 육안 관찰이다. 세포가 몇 개로 나뉘었는지, 분열 속도는 적절한지, 모양은 균일한지 등을 보고 점수를 매긴다. 말하자면 ‘형태학적 평가’다. 문제는 이 평가가 어디까지나 ‘보이는 것’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평가할 수 없다. 염색체 이상, DNA 손상, 미토콘드리아 기능 같은 핵심 정보는 이 등급표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첫 번째 오해가 시작된다. 많은 환자들이 ‘최상급 배아 = 건강한 배아’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겉모양이 완벽해 보이는 배아도 염색체 이상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모양이 다소 떨어지는 배아가 정상 염색체를 가진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임상에서도 하급 배아로 임신과 출산까지 이어진
용인신문 | 자궁을 열어 도려내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선근종 치료의 방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칼이 아니라 에너지다. 2026년 스웨덴에서 진행된 무작위 대조시험(RCT)은 이 변화를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 관련 연구는 마이크로파 소작(MWA)과 자궁동맥색전술(UAE)을 비교했는데, 결론은 단순하다. 둘 다 증상 개선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회복의 속도에서 차이가 났다. MWA(마이크로파 소작)는 병변을 직접 태워 괴사시키는 방식으로 시간이 지나며 크기가 줄어드는 구조이고, UAE(자궁동맥색전술)는 혈류를 차단해 병변을 굶겨 줄이는 방식이다. 같은 ‘비수술’이라는 틀 안에서도 환자가 체감하는 회복은 달랐다. MWA는 통증과 회복 기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향을 보였고 일상 복귀 시점 역시 더 앞당겨졌다. 이 변화는 단순히 시술 하나가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치료의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선근종 치료의 핵심은 문제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지는 절제하거나, 경우에 따라 자궁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제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조직을 반드시 잘라내야 하는가. 자궁을 유지한 채 조절할 수
용인신문 | 난자에게 젊음을 줄 수 있을까. 오랫동안 난임 치료의 가장 큰 질문으로 남아 있던 이 물음에 대해, 과학이 조심스럽게 한 발 다가섰다. 2026년 초 공개된 전임상 연구에서 연구진은 인간 난자에서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단백질, Shugoshin 1(SGO1) 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염색체를 붙들어 두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기능이 약해지면서 염색체가 제때 분리되지 못하고 오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SGO1 기능을 보완했을 때 이러한 염색체 분리 오류가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결과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일부 실험에서는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조기 분리 현상’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은 빠르게 반응했다. “난자 회춘”, “고령 임신의 돌파구” 같은 표현이 등장했고, 난임 치료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순식간에 퍼졌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번 멈춰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아직 전임상 단계이며, 제한된 조건에서 수행된 초기 결과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임신율이나 출생률을 높였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는 점이다. 난자 안에서 염색체 오
용인신문 | 혹시 ‘생활습관형 난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난임의 원인을 자궁이나 난소, 정자 같은 생식기관 자체에서 찾는다. 그러나 실제 인간의 생식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전신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심장이 건강해야 하고, 혈관이 잘 작동해야 하며,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어야 하고, 염증이 적어야 한다. 다시 말해 생식은 몸 전체 건강의 종합성적표에 가깝다. 현대인들은 역사상 가장 오래 앉아 있는 세대가 되었다. 출근하면 의자에 앉고, 점심을 먹고 다시 앉고, 퇴근 후에는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본다.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문제는 몸이 이렇게 움직임을 잃어갈수록 생식력 역시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성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문제는 고환 온도 상승이다. 인간의 고환은 체온보다 약 2~3도 낮은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정자를 생산한다. 그래서 고환은 몸 밖 음낭에 위치한다. 그런데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벅지와 음낭이 밀착되고 골반 주변의 열이 배출되지 못한다. 마치 작은 온실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는 장시간 좌식생활을 하는 남성에서 정자 수 감소, 운동성 저하, 정상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면은 단순하다. 배양실 한켠, 현미경 앞에 앉은 배아전문가가 정자의 ‘모양’을 보고 하나를 고르는 장면이다. 꼬리가 잘 움직이는지, 머리가 정상인지, 그 작은 형태학적 기준 위에서 생명의 시작이 결정돼 왔다. 이 장면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정자를 고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생식의학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확장되는 기술 중 하나는 AI 기반 정자 선별 시스템이다. 단순한 이미지 분석을 넘어, 정자의 DNA 손상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선별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더 이상 “예쁘게 생긴 정자”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온전한 정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방식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형태가 정상이라고 해서 DNA까지 정상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실제로 정자 DNA 단편화 지수 (DFI, DNA Fragmentation Index)가 높은 경우, 수정은 되더라도 배아 발달이 멈추거나 착상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즉, 겉모습은 합격인데, 내부는 이미 손상된 상태였던 셈이다. AI는 이 간극을 파고든다.
용인신문 | 피부 한 조각에서 생명이 시작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생식의학 연구에서는 피부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난자로 전환하는 기술이 실험 단계에서 등장했다. 아직 인간에서 완전한 임상 적용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동물 모델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의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핵심은 ‘세포의 운명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피부세포 같은 체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되돌린 뒤, 이를 다시 난자로 분화시키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이미 역할이 끝난 세포를 다시 ‘생식세포’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의미는 단순한 난임 치료를 넘어선다. 지금까지 난자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수를 가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소모 자원’이었다. 하지만 피부세포에서 난자를 만들 수 있다면, 생식은 더 이상 ‘한정된 자원’이 아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적용 가능성이다. 난소 기능이 소실된 여성, 항암 치료 이후 생식력을 잃은 환자, 심지어는 나이가 많은 여성까지도 이론적으로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난자를 다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난자 동결이나 기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이다. 다만 기술적·윤리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