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사람은 얼마나 가져야 멈출 수 있을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싸우던 사람이 복수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정의는 여전히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가 던지는 질문은 의외로 오래 남는다. 겉으로 보면 권력과 돈을 향해 질주하는 남자와 그를 무너뜨리려는 남자의 대결이다. 그러나 한 겹 벗겨보면 이야기는 선과 악의 싸움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악을 쫓는 사람이 반드시 선한 것도 아니고, 악을 선택한 인간 역시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메이드 인 코리아2’에서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현빈도, 정우성도 아니다. 인간의 ‘욕망’ 그 자체다. 모든 것을 가졌는데 왜 더 갖고 싶은가 시즌2의 시간은 시즌1으로부터 9년이 흐른 1979년이다. 백기태(현빈)는 이미 이전보다 훨씬 높은 곳에 올라 있다. 권력도 돈도 영향력도 커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높은 자리와 더 많은 부를 향해 달려간다. 현빈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시즌2의 백기태에 대해 이미 많은 부와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더 큰 욕망과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부를 원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여기서 작품은 흔한
용인신문 | 사람을 죽였는데도 시청자는 박수를 쳤다. 그가 죽인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 누군가의 인생을 파괴하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악인들이 총구 앞에 쓰러질 때마다 시청자는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 그러나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가 최종회를 향해 가면서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질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누군가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가. 법이 심판하지 못한 사람을 개인이 대신 심판하는 것은 과연 정의일까. ‘유부녀 킬러’의 중심에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처럼 살아가면서 동시에 ‘킹피셔’라는 이름의 저격수로 활동해온 유보나가 있다. 그가 겨눠온 대상은 대부분 법의 심판을 피해 간 악인들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살인은 처음부터 단순한 살인으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법이 하지 못한 일을 대신 해주는 ‘사적 응징’처럼 받아들이기 쉬웠고, 총성이 울릴 때마다 죄인을 대신 벌한다는 대리만족도 뒤따랐다. 그러나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하면서 바로 그 지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범죄자가 아닌 사람이 총에 맞는 사건이 등장하고, 킹피셔의 방식과 닮은 살인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용인신문 |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이 고리타분한 공식은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였으나, 오늘날에는 가장 피해야 할 게으른 클리셰로 꼽힌다. 방송 중인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 역시 출발선은 이 낡은 문법 위에 서 있었다. 부유한 배경의 김무진(하석진 분)과 녹록지 않은 현실을 짊어진 한규림(안희연 분). 첫인상만 보면 주말극의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답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분명 어디서 본 설정인데 이상하게 새롭다", "자극적인 맛 대신 스며드는 온기가 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고루한 소재로 출발한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구원자' 대신 '함께 아픈 동반자'… 시혜적 로맨스의 탈피 가장 결정적인 차별점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성이다. 과거의 주말극 속 재벌 남주는 여주의 가난과 고난을 전지전능한 재력과 권력으로 해결해 주는 '백마 탄 왕자'였다. 여주는 그 구원의 손길을 받으며 신분 상승의 사다리에 올라탔다. 그러나 ‘사랑이 온다’의 무진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구원할 여유가 없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재벌가의 일원이지만, 가정 내에서 받은 깊
용인신문 | 누군가가 내 얼굴을 하고 내 집에서 살고 있다. 내 이름으로 돈을 쓰고, 내가 알던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은 오히려 그를 ‘진짜 나’라고 믿는다. 정작 진짜인 나는 휴대전화의 지문 인증조차 통과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때 ‘나’라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더 나아가 내 얼굴과 이름, 재산과 인간관계를 모두 빼앗겼는데도 나는 여전히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신작 ‘들쥐’는 바로 이 섬뜩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과 얼굴, 신분과 재산, 사실상 자신의 인생 전체를 빼앗긴 소설가 문재가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추격에 나서는 이야기다. 배우 류준열이 문재와 그의 얼굴을 훔친 들쥐를 함께 연기하고, 설경구가 사채업자 노자, 이규형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순용을 맡는다. 손톱 먹은 들쥐, 디지털 시대의 괴물이 되다 작품의 뿌리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옛이야기다. 사람이 깎아 버린 손톱을 들쥐가 먹으면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이른바 ‘손톱 먹은 들쥐’ 설화다. 어릴 때 들으면 기괴한 민담이지만 ‘들쥐’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손톱이라는 ‘인간의 일부’를 먹고
용인신문 | 중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줄거리보다 한마디 대사가 더 오래 남는 작품이 있다. 처음 볼 때는 멋있다고 지나쳤던 말이 몇 년 뒤 다시 들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랑을 해보고, 사람에게 실망해보고, 조직과 세상의 냉정함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알아듣게 되는 말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 사극은 유난히 ‘다시 보는 맛’이 강하다. 황제를 둘러싼 권력 싸움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묻는 것은 사람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힘을 가진 순간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화려한 궁궐과 정치적 암투 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세 작품을 골랐다. 《랑야방: 권력의 기록》, 《경여년》, 《천성장가》다. ▼“사람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나”…《랑야방: 권력의 기록》 2015년 작품 《랑야방: 권력의 기록》은 ‘명대사가 많은 중국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작품이다. 7만 적염군과 아버지를 잃은 장군 임수가 병약한 책사 매장소로 돌아와 세력이 약한 황자 정왕을 황위에 올리고 과거의 진실을 바로잡아가는 이야기다. 국내에 공개된 드라마는 54부작으로, 호가와 왕카이가 주연을 맡았다. 겉으로는 치밀한 복수극이고 킹메이커
용인신문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이 어느 날 갑자기 감옥이 된다. 현관문은 열리지 않고 창문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다.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위협이 가족을 노리고, 냉장고 속 음식은 하루하루 줄어든다. 구조를 기다리며 시작했던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은 다시 몇 달과 몇 년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 영화 ‘라스트 하우스(The Last House)’는 이 단순하면서도 섬뜩한 설정에서 출발해 한 가족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생존 스릴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집에 갇힌 가족의 탈출극’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아쉽다. ‘라스트 하우스’가 정말 보여주고 싶은 것은 괴물도, 재난도 아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 마지막까지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다. 집 안에는 부부와 두 아이, 그리고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살아온 노견 한 마리가 있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곧 구조될 것이라고 믿는다. 먹을 것도 있고 물도 있다. 며칠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은 무너지고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생존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