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 아기의 유전정보 상당 부분을 읽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임신부의 팔에서 채취한 혈액 한 번만으로 태아의 2500개 이상 유전질환을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산전진단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태아에게 이상이 의심될 경우 양수검사나 융모막검사처럼 바늘을 이용한 침습적 검사가 필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순 채혈만으로도 태아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최근 유럽인간유전학회(ESHG)에서 발표된 연구는 산전의학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연구진은 임신부 혈액 속을 순환하는 태아 유래 DNA를 분석하는 비침습적 태아 유전체 검사(NIFS)를 통해 2500개 이상의 유전질환을 높은 정확도로 찾아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약 2만3000개 유전자였으며 기존 침습적 검사에서 확인된 병적 변이의 95~99%를 검출했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유전질환의 경우 정확도는 97% 이상에 달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검사 가능한 질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산전진단의 중심축이 바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산전검사는 초음파에서 이상 소견
용인신문 | 봄이 오면 사람들은 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생식의 관점에서 보면, 이 계절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꽃가루, 미세먼지,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까지, 공기 속 입자 농도가 가장 복합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문제는 이것이 더 이상 ‘알레르기 계절’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생식의학 연구의 방향은 명확하다. 환경 노출이 생식세포를 직접 흔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세먼지가 폐를 자극하고, 전신 염증을 유발해 간접적으로 임신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질문 자체가 바뀌었다. “이 공기를 마신 정자는 과연 정상인가.” 문제는 산화스트레스다. 미세먼지, 꽃가루, 화학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이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한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이야기다. 문제는 공격 대상이다. 꽃가루에 정자는 DNA를 보호하는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수의 연구에서 대기오염 농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정자의 DNA 단편화 지수가 유의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겉으로는 정상 정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전정보가 이미 손상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난자는 예외는 아니다. 한 달마다
용인신문 | 인간의 정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환경오염이 더 이상 ‘외부 문제’가 아니라 생식 기능 내부로 침투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해외 연구들을 종합하면 일부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 모든 정액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고, 생식계가 환경 노출의 최전선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이 흐름은 단순한 검출 수준을 넘어선다. 동물실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개체에서 정자 수가 약 30% 이상 감소하고, 운동성 역시 20~40% 떨어지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정자의 ‘양’과 ‘질’이 동시에 무너지는 방향인 셈. 이는 생식력 저하를 넘어, 종 자체의 번식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구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체내로 유입되면서 강한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자 형성을 담당하는 세르톨리 세포와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라이디히 세포에 손상을 준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외부 물질의 침투를 차단하는 ‘혈액-고환 장벽’까지 약화되면서, 고환은 더 이상 보호된 기관이 아니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자 생성 과정 자체가 구조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 정자
용인신문 | 노화된 난자의 염색체 이상을 줄여 임신 성공률을 높이려는 연구가 등장하면서 생식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는 특정 단백질을 보충해 난자의 염색체 분리 오류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론적으로는 고령 난임의 핵심 원인을 직접 겨냥한 첫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상 적용까지는 상당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슈고신(Shugoshin)-1’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난자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정확히 나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해당 단백질이 감소하면서 염색체 비정상(aneuploidy)이 증가하고, 이는 고령 여성의 임신 실패율 상승과 직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부족해진 슈고신(Shugoshin)-1을 외부에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난자의 염색체 안정성을 개선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염색체 이상 발생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사용 가능한 난자의 비율이 47%에서 71%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지금까지 시험관아기 시술(IVF)은 다수의 난자를 확보한 뒤, 그중 상태가 좋은 배아를 선별해 이식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반면, 이번 연구는 ‘선별’이
용인신문 | 정자가 줄면 수명도 짧아질까… 의학계가 주목하는 이유 과거 남성난임 진료에서 희소정자증은 비교적 단순하게 받아들여졌다. 정자 수가 적으면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였다. 진료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임신 성공 여부에 집중됐다. 최근 의학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희소정자증은 단순히 정자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 건강 전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생체 신호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정액검사가 남성의 생식능력뿐 아니라 전신 건강 상태를 반영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정자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매우 복잡한 생리현상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정자를 생산하려면 뇌하수체와 고환의 호르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혈관과 신경계, 대사기능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이상 신호가 나타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정자다. 비만·당뇨·심장병까지… 희소정자증 뒤에 숨은 질환들 대표적인 예가 비만이다.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조직에서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늘어난다. 동시에 고환 주변 온도가 상승하면서 정자 생성 환경도 악화된다. 실제로 비만 남성은 정상 체중 남성보
용인신문 | 최근 40대 이상 고령 난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늦은 결혼, 경력과 경제적 준비, 뒤늦은 임신 결심이 겹치면서 난임병원을 처음 찾는 나이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문제는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많은 여성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말이 희망이 아니라 숫자라는 점이다. 혈액검사 결과지에 찍힌 AMH, 즉 항뮬러관호르몬 수치가 0점대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환자는 사실상 폐경 선고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난소에 남은 난자가 많지 않습니다.” “과배란 주사를 써도 난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AMH는 난소 안에 남아 있는 난포의 양, 다시 말해 난소 예비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과배란 주사에 반응해 자랄 수 있는 난포의 수가 적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AMH가 0.1~0.5ng/mL 수준으로 떨어진 여성에서는 고용량 과배란 주사를 사용해도 채취되는 난자가 1~3개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AMH 0점대가 곧 “임신 불가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IVF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적어졌다는 뜻이고, 매달 얻을 수 있는 난자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그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IVF) 기술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더 좋은 배아를 선별하는 데 집중하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배아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선 기술이 바로 PRP(혈소판 풍부 혈장) 배양이다. 최근 국내 난임 치료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 방법은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추출한 PRP를 배아 배양액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PRP에는 성장인자와 다양한 재생 신호 물질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세포 생존과 조직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인공 배양액과 달리, 보다 인체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핵심은 단순하다. 배아 자체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아가 자라는 환경을 ‘엄마 몸처럼’ 바꿔주는 것이다. 이 변화는 특히 반복 착상 실패 환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IVF는 형태나 염색체를 기준으로 좋은 배아를 골라내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외형상 정상으로 보이는 배아조차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배아의 문제가 아니라 배아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배아의 착상은 단순한 과정이 아
용인신문 | 임신을 원한다? 근종 크기보다 위치가 중요 한때 자궁근종 치료의 기준은 단순했다. 근종이 크면 수술하고, 개수가 많거나 재발을 반복하면 자궁을 적출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진행됐다. 실제로 자궁근종은 오랫동안 자궁적출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였다. 최근 산부인과 학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 의사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근종의 크기가 아니라 위치이며, 수술 여부보다 먼저 고려하는 것은 환자의 증상과 임신 계획이다. 2025년 이후 발표된 국제 진료지침과 최신 연구들을 살펴보면 자궁근종 치료의 중심축은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의 목표가 근종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목표는 증상을 조절하고 자궁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치료의 대상은 근종 자체가 아니라 근종이 일으키는 문제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양성종양 중 하나다. 가임기 여성의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상당수는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낸다. 그런데도 많은 여성이 "근종이 발견됐다"는 말만 듣고 수술부터 걱정한다. 이는 오랫동안 형성된 의료 상식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 의학은 근종의 존재와 치료 필요성을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
용인신문 | "많이 NO. 적절하게"… 과배란 주사 혁명 시작됐다 시험관아기(IVF) 시술의 성패는 아무리 뛰어난 배양기술과 최신 배아 선별 시스템이 있어도 시작점인 난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 자체가 낮아진다. 그래서 IVF에서 과배란 유도는 시험관 시술의 첫 관문이자 핵심 과정인 셈이다. 과배란 주사(배란유도 주사)는 IVF시술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까? 과배란 주사의 핵심 성분은 난포자극호르몬(FSH)이다. FSH는 원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난소 속 난포를 성장시키고 난자를 성숙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연적인 월경주기에서는 여러 난포가 자라기 시작하지만 대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소멸하고 보통 1개의 우성난포만 최종적으로 성숙해 배란된다. 그러나 과배란 주사를 투여하면 체내 FSH 농도가 높아지면서 여러 난포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한 번의 주기에서 여러 개의 성숙 난자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수정과 배아 형성의 기회를 늘려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 IVF시술 초창기에는 과배란 주사제의 주성분 FSH(난포자극호르몬)을 폐경 여성의 소변에서 추출한 성선자
용인신문 | 터너증후군의 진짜 위험은 난소와 심장 키가 작은 여자아이의 병으로만 알려졌던 터너증후군을 둘러싼 의학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얼마나 키를 더 키울 수 있는지가 관심의 중심이었다. 부모들은 또래보다 작은 아이를 걱정했고, 의사들은 성장곡선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키가 아니다. 난소와 심장이다. 터너증후군은 여아 2,000~2,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성염색체 이상 질환이다. 여성은 보통 X염색체 두 개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터너증후군은 그중 하나가 없거나 일부가 결손된 상태다. 수십 년 동안 이 질환은 저신장과 사춘기 지연의 문제로 설명돼 왔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은 전혀 다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터너증후군의 진짜 위험은 키가 아니라 시간에 있다는 것이다. 왜 시간일까. 터너증후군 환자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부터 난포가 빠르게 감소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는 단지 조금 작을 뿐이다. 부모는 "원래 성장 속도가 느린 아이인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사춘기가 늦어도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난소는 조용히 시간
용인신문 | 통증을 줄이는 데 머물렀던 치료가 방향을 틀고 있다. 자궁내막증 치료의 목표가 ‘억제’에서 ‘제거’로 이동하는 신호가 포착됐다. 자궁내막증은 본래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에스트로겐에 의해 두꺼어지는 조직) 조직이 생리혈 역류로 인해 난소나 복강 등 자궁 밖에 자라면서, 통증과 염증, 그리고 난임까지 유발할 수 있는 만성 질환이다. 배란(에스트로겐 분비)과 생리를 하는 이상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커진다. 2026년,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ENDO-205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이 약물은 기존 치료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지금까지 자궁내막증 치료의 중심은 호르몬 억제였다. 에스트로겐을 낮춰 병변의 성장을 늦추고 통증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병을 없애기보다, 더 커지지 않게 붙잡아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ENDO-205는 병변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이미 형성된 자궁내막 조직을 직접 공격해 제거하는 접근이다. 통증 조절이 아닌 병변 소멸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치료 개념의 전환으로 평가된다. 의료계는 이 변화를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자궁내막증은 그동안 대표적인 만성 관리 질환으로 분류돼 왔다. 약물
용인신문 | IVF(시험관아기 시술)에서 몸밖으로 채취가 된 정자 중에 고배율 현미경으로 건강한 정자를 선발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배양연구원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좋아 보이는 정자"를 골라내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생식의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정자의 건강이 겉모습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자는 매우 작은 세포다. 일반적인 ICSI(미세수정) 현미경 배율인 200~400배 정도에서는 정자의 머리, 목, 꼬리 모양과 운동성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즉 잘 헤엄치고 모양이 정상처럼 보이는 정자를 고를 수는 있지만 그 정자 안에 들어 있는 DNA 상태까지 볼 수는 없다. 문제는 겉모습이 멀쩡한 정자도 유전자 손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자 DNA 단편화(DFI)가 높은 경우 현미경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정 후 배아 발달이 잘 되지 않거나 유산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마치 외관이 멀쩡한 자동차를 샀는데 엔진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 다른 어려움은 정자가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난자는 직경이 약 100~120㎛ 정도로 비교적 크지만 정자 머리는 약 4~5㎛에 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