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종종 가장 단순한 질문으로 위장한다. 배아를 하루 더 키울 것인가, 아니면 지금 자궁에 넣을 것인가. 난소기능저하 환자에서 단 하나의 난자만 얻어진 순간, 이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로 바뀐다.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원칙을 믿어왔다. 체외에서 좀 더 길게(포배기까지) 배양해서 가장 좋은 배아만 골라 넣는다. 5일 배양, 블라스토시스트까지 도달한 배아는 착상률이 높고, 실제로 많은 데이터가 이를 지지한다. 이 전략의 본질은 명확하다. 좋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문제는 이 원칙이 ‘여유가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배아가 여러 개라면 선별은 합리적이다. 탈락이 곧 손실이 아니다. 하지만 배아가 단 하나뿐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 배양실에서의 탈락은 단순한 필터링이 아니라 사이클 전체의 종료가 된다. 그래서 이 순간부터 전략은 바뀐다. 선별이 아니라 보존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배양 중 탈락을 ‘아까운 손실’로만 보는 시선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배양실에서 멈춘 배아는 자궁에서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5일 배양은 단순한 인공 환경이 아니라 하나의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환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가장 좋은 난자를 골라서 수정시켜주세요" 이 요청은 시작부터 어긋나 있다. 난자는 ‘고르는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좋아 보이는 난자가, 실제로 좋은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미경 아래 난자는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둥글고, 크고, 나름 깨끗하다. 그래서 초보자는 헷갈린다. 다 좋아 보인다. 그런데 숙련된 연구원은 여기서 이미 몇 개를 버리고 시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겉이 아니라 안을 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성숙도다. MII, 즉 극체가 있는 난자만 사용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같은 MII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여기서부터 진짜 선택이 시작된다. 세포질을 본다. 이건 교과서와 다르게 느껴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더 직관적이다. 탁하다, 거칠다, 뭉쳐 있다, 미세하게 번들거린다. 이런 표현이 더 정확하다. 숙련된 연구원은 이걸 한눈에 구분한다. 그리고 안 좋은 난자는 대개 초기에 걸러진다. 문제는 애매한 난자다. 애매한 난자는 겉으로는 멀쩡하다. 극체도 있고, 크기도 적당하다. 그래서 선택된다. 그런데 이런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조용한 순간이 있다. 정자를 난자 안에 넣는 단 몇 초의 장면... 화면 속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난자는 그대로 둥글고, 수정은 정상으로 기록된다. 누구도 그 순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때, 결과는 이미 갈린다. 미세수정(ICSI)은 기술이 아니라 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각’이다. 이 감각이 없는 손에서 실패는 조용히 시작된다. 문제는 그 실패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트에는 남지 않고, 수치로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교묘하고, 더 잔인하다. 숙련되지 않은 손에서 바늘은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뚫고 들어간다’. 각도가 아니라 힘으로 밀어 넣는다. 그 순간, 난자 내부에서는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긴다. 세포막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닫힌다. 겉으로는 완벽하다. 수정도 된다. 분열도 시작한다. 그래서 더 속기 쉽다. 하지만 이 배아, 어딘가 다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리듬이 어긋난다. 속도가 늦어지고, 배열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결국 멈춘다. 실패는 그때 드러나겠지만,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이야기다. 미세수정은 찌르는 기술이 아니다. 난자라는 ‘물로 찬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이하 (IVF)을 준비하는 부부들은 의사 선택에 있어서는 신중을 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배양기술력 즉 배양연구원의 숙련된 기술력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IVF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는 진료실이 아니라 배양실에서 발생한다. 아주 간단한 예로 바로 미세수정(ICSI)만 해도 그렇다. 미세수정은 배양연구원이 현미경 아래에서 단 한 마리의 정자를 골라 난자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이다. 이른바 강제수정인 셈. 원래 IVF에서 체외수정의 기본 원리는 엄선된 여러 마리의 정자를 난자 주변에 놓고 자연스럽게 수정이 일어나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수정의 타이밍은 정해져 있고, 그 타이밍을 놓칠 경우 체외수정에 실패하게 되므로 정자 수가 부족하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 과거 수정 실패 경험이 있는 경우, 혹은 얻어진 난자 수가 매우 적어 단 한 개의 난자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세수정을 선택하게 된다. IVF를 하는 여성들은 미세수정 기술과 스킬(배양연구원의)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미경을 보며 가느다란 바늘로 정자를 넣는 작업처럼 보인다. 결코 그렇지 않다. 난자는 직경 약 100마이크로미
용인신문 | 인류의 역사는 결국 유전자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다시 손자로 이어지는 수많은 정보들은 작은 염색체 안에 기록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만약 이 기록의 일부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남성 난임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Y염색체 미세결손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처음 진단명을 접한 사람들은 적지 않게 놀란다. 염색체가 결손됐다는 표현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느낄 수 없는 아주 작은 유전자 결손이다. 다만 그 작은 결손은 한 남성의 정자 생산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때로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중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X염색체와 Y염색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를 가진다. 특히 Y염색체는 남성의 생식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정자 생산에 필요한 여러 유전자들이 이 작은 염색체 안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Y염색체가 생각보다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염색체는 짝을 이루어 서로 유전정보를 교환하며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가진다.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을 앞둔 남성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며칠 참으세요”다. 정자를 많이 모을수록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 오래된 지시가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자를 오래 모으는 것보다, 짧은 간격으로 채취한 ‘신선한 정자’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정 간격이 짧을수록 정자 DNA 손상과 산화스트레스가 낮게 나타났다. IVF 결과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금욕 기간이 48시간 미만인 경우 임신율은 약 46%였고, 금욕 기간이 길어진 경우에는 36% 수준에 머물렀다. 단순한 생활 습관의 차이가 아니라, 치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는 의미다. 이 변화는 기존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동안 난임 치료에서는 정자의 ‘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일정 기간 금욕을 유지해 정자를 최대한 모은 뒤, 그중에서 선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정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활성산소에 노출되며 DNA 손상이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겉으로 보이는 정자 수나 운동성보다, 내부 유전 정보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용인신문 | 난임 진료에서 가장 애매한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검사도 정상이고 수치도 설명이 되는데 임신은 반복해서 실패한다. 그래서 붙는 이름이 있다. 난임 중에서도 ‘원인불명 난임’. 문제는 이 단어가 설명이 아니라 사실상 멈춤에 가깝다는 점이다. 최근 생식의학의 흐름은 이 멈춤을 조금씩 깨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이상이 있다”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어디가 문제인지”까지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염색체 구조 이상에서 ‘정확한 결합 지점’, 즉 fusion point를 짚어내려는 연구들이 등장하면서 이 변화는 더 분명해지고 있다. 조금 쉽게 풀어보자. 염색체는 긴 실처럼 이어진 구조다. 이 실이 중간에서 끊어졌다가 다른 곳에 다시 붙는 일이 생긴다. 이를 전좌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끊어졌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끊어졌느냐'다. 같은 전좌라도 유전자 핵심 구간을 건드리면 문제가 되고, 영향이 적은 구간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진단은 여기까지였다. 전좌가 있다, 구조 이상이 있다. 그 이상은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상은 있지만 괜찮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말이 반복됐다. 실제로
용인신문 | 이 문장은 불편하지만 정확하다. 정자는 입이 없지만 우리가 먹는 것을 그대로 따라간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많은 기사들이 “초가공식품이 정자를 망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지만,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햄버거 하나가 정자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햄버거를 먹게 만드는 삶의 구조가 정자를 바꾸기 때문이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급하게 먹고 저녁은 늦게 먹는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고 운동은 없고 잠은 부족하다.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편의점 음식과 배달이다. 이 패턴 속에서 초가공식품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그리고 바로 이 생활의 총합이 몸의 대사를 흔들고 염증을 만들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린다. 결국 그 변화는 가장 예민한 세포인 정자에 먼저 반영된다. 여기서 기존 주장 하나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름아닌 “정자는 식단에 직접 무너진다.”는 표현은 과장이다. 남성 난임, 음식 때문이 아니었다 — 생활이 원인 정자는 그렇게 단순하게 망가지지 않는다. 대신 훨씬 더 정직하게 반응한다.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는지를 그대로 기록한다. 정자는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설계된다. 그리고 그 설계는 하루하루의 선택
용인신문 | 사람들은 흔히 임신이 잘되지 않으면 정자와 난자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생식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남성과 여성은 처음부터 전혀 다른 전략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성은 평생 끊임없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수량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식으로 생명을 준비한다. 먼저 남성을 보자. 정자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처럼 계속 만들어진다. 사춘기가 시작된 이후 고환에서는 매일 수천만 개에서 수억 개의 정자가 생산된다. 건강한 성인 남성이라면 하루에 1억 개 이상, 많게는 2억~3억 개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이 생산은 20대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50대, 60대, 심지어 70대 이후에도 계속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생산량과 운동성은 감소하지만 공장 자체가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계산을 해보면 더욱 놀랍다. 15세부터 80세까지 하루 1억 개의 정자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평생 만들어지는 정자는 2조 개를 훌쩍 넘는다. 실제 생산량을 고려하면 3조~10조 개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수조 개라는 숫자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구 인구가 약 80억 명인 것을 생각하면, 한 남성이 평생 만드는 정자의
용인신문 | 진료실 안은 조용하다. 의사는 모니터를 보며 말한다. “이 배아는 정상입니다. 이건 비정상입니다.” 환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순간 몇 개의 배아는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버려진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다만 선택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단 하나의 검사다. 이름은 PGT-A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어느새 ‘정답지’처럼 자리 잡은 기술이다. 이 검사의 논리는 단순하다.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만 골라 이식하면 임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실제로 많은 병원은 이를 거의 필수 과정처럼 설명한다.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렵다. 더 좋은 선택이 있다는데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PGT-A는 선택이 아니라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연구와 가이드라인은 이 익숙한 전제를 흔들기 시작했다. 누적 출산율은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큰 차이가 없거나 일부에서는 더 낮게 나오기도 한다. 대신 유산은 줄어든다. PGT-A 논쟁 폭발 — “정확한 검사인가?”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더 많은 아기를 얻기 위해 검사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줄
용인신문 | 난임 진료에서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문장이 있다. 난자는 나이 들면 질(퀄리티)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의심 없이 사용되어 왔고, 치료의 방향까지 규정해왔다. 그런데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난자 노화 연구에서 핵심 단백질 하나가 떠올랐다. Shugoshin-1, SGO1이다. SGO1 = 염색체를 끝까지 붙잡아주는 ‘안전벨트를 말한다. 이 단백질은 단순한 보조 인자가 아니라 염색체 분리를 안정화하는 핵심 안전장치다. 난자는 수정 과정에서 염색체를 정확하게 나눠야 하고, 이 과정이 흔들리면 배아 이상이나 착상 실패, 유산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SGO1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순간부터 염색체 오류는 급격히 증가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난자 노화’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SGO1을 보충했을 때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확인했다. 결과는 매우 직접적이다. 염색체 이상이 약 50%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연관성이 아니라 원인을 건드렸을 때 나타난 변화다. 이 지점에서 생식의학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난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난소기능저하에서 얻은 난자는 정말 더 약한가. 그리고 그 차이는 어디서 드러나는가. 결론은 단순하다. 이 난자는 ‘더 적은 것’이 아니라 ‘더 까다로운 것’이다. 그리고 그 까다로움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서 갈린다. 젊고 건강한 난소에서 얻은 난자는 일정 수준의 ‘여유’를 가진다. 채취 과정에서의 물리적 자극, 실험실에서의 온도 변화, 미세한 조작 오차를 어느 정도 흡수한다. 반면, 난소기능저하 난자는 그 여유가 거의 없다. 이미 에너지 대사와 세포 구조가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스트레스에도 반응이 무너진다. 이 차이는 채취 순간부터 시작된다. 난포 벽이 얇고, 난자-과립막 복합체(COC)의 결합력이 약한 경우가 많아, 같은 압력으로 흡입해도 난자가 손상되거나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손의 감각이다. 압력을 얼마나 낮출 것인지, 바늘의 위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어느 타이밍에 멈출 것인지. 이런 판단은 매뉴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난소기능저하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할 때에는 ‘많이 해본 의사’도 중요하지만 ‘섬세하게 다뤄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