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잘 붙으라'는 마음, 착상식의 심리학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앞두거나 배아이식을 마친 여성들 사이에는 늘 비슷한 질문이 오간다. "전복은 먹어야 하나요?" "추어탕이 좋다던데요?" "장어를 먹고 임신했다는 사람이 있던데 정말인가요?" 인터넷 카페와 SNS에는 이른바 '착상식 인증' 사진이 넘쳐난다. 전복죽, 장어구이, 추어탕, 소고기 미역국, 흑염소탕이 마치 임신 성공의 비밀 열쇠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자. 과연 전복 한 마리가 배아를 자궁에 붙게 만들 수 있을까. 실제로 "전복을 먹으면 착상률이 높아진다", "추어탕을 먹으면 임신 성공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신뢰할 만한 임상연구는 없다. 국내외 난임 진료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특정 음식을 착상 촉진 식품으로 권고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착상은 음식 한두 가지로 좌우될 만큼 단순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아는 전복을 먹지 않는다 착상은 인간 생명 탄생 과정에서 가장 정교한 생물학적 사건 중 하나다. 배아가 건강해야 하고, 자궁내막은 적절한 두께와 수용성을 갖춰야 하며, 황체호르몬 농도와 면역환경, 혈류 상태까지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최근 연구들은 여
용인신문 | PGT-A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흔한 답은 단순하다. 배아의 염색체 숫자를 확인하는 검사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이 기술의 본질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PGT-A는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Aneuploidy의 약자다. PGT-A는 단순한 검사가 아니라, 배아를 선택하고 배제하는 하나의 ‘결정 시스템’이다.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에 염색체 수가 정상인지 확인하는 검사다. 인간은 23쌍,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져야 정상인데, 하나라도 많거나 적으면 착상 실패나 유산, 혹은 선천적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숫자의 이상을 미리 걸러내겠다는 것이 PGT-A의 출발점이다. 검사는 시험관아기 시술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배아가 5~6일 정도 자라 배반포 단계에 도달하면, 외부 세포 일부(영양막세포)를 떼어낸다. 이 세포는 미래 태반이 될 세포다. 영양막 세포에서 떼낸 세포로 DNA를 분석해 염색체 개수를 확인한다. 결과는 단순하다. 정상(euploid) 또는 비정상(aneuploid)이다. 정상으로 분류된 배아만 이식 대상이 된다. 이른바 통배(이식가능배아), 불통배(이식 불
용인신문 | 임신(=출산)에 도달하는 4단계 메커니즘 임신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연속된 4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① 타이밍(Timing) 정자와 난자가 적절한 시점에 만나야 함 ② 수정(Fertilization) 정자가 난자에 들어가 정상적으로 수정이 이루어져야 함 ③ 배아의 질(Embryo quality) 수정된 배아가 유전적으로 정상인지 여부 염색체 이상, DNA 손상 여부 포함 정자(A) + 난자(B) → 배아(C) A와 B가 모두 건강해야 C가 정상 ④ 자궁 환경 및 착상(Implantation) 배아가 자궁내막에 정상적으로 착상하고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 자궁내막 상태, 면역, 혈류 등 복합적 요소 포함 ★임신(출산)이 완성되려면 “4개 중 하나만 잘하면 되는 과정”이 아니라 4개 모두 통과해야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하나라도 실패 → 임신 실패 퍼즐 조각 하나라도 빠지면 완성되지 않는 것과 동일함. ▶ 자연임신(자임) ① 타이밍 ② 수정 ③ 배아 질 ④ 착상 ➡ 모든 과정이 개인의 생리적 조건에 의존 ▶ 인공수정(IUI, 자궁내 정자 주입술) ①만 해결, ②, ③, ④는 당사자의 몫 ▶ 시험관아기 시술(IVF)
용인신문 | 임신은 오랫동안 여성의 몸에서 시작되는 사건으로 이해되어 왔다. 난임병원에서는 여성 난자의 나이, 난소의 기능, 자궁의 상태. 진료실의 질문도 대부분 이 방향으로 흐른다. 남편은 무정자증만 아니면 OK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최근 생식의학 연구는 하나의 사실을 점점 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임신은 하나의 몸이 아니라 두 개의 몸에서 동시에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그동안 과소평가되어 왔던 요소가 바로 정자다. 정자는 단순한 DNA 전달자가 아니라는 것.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자는 유전정보뿐 아니라 RNA와 단백질, 그리고 후성유전적 신호를 함께 전달한다. 이 신호들은 수정 직후 초기 배아 발달에 관여한다. 실제로 정자 DNA 손상률이 높은 경우 수정률이 감소하고, 배아의 질이 떨어지며, 착상률이 낮아진다는 결과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반복 확인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해석이 과장되기 시작한다. 정자가 배아를 ‘결정한다’는 식의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배아 발달의 중심은 여전히 난자에 있다. 세포질, 미토콘드리아, 초기 분열 조절 기전은 대부분 난자에서 제공된다. 자궁 환경 역시 착상 이후 결과를 좌우하는 중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종종 가장 단순한 질문으로 위장한다. 배아를 하루 더 키울 것인가, 아니면 지금 자궁에 넣을 것인가. 난소기능저하 환자에서 단 하나의 난자만 얻어진 순간, 이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로 바뀐다.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원칙을 믿어왔다. 체외에서 좀 더 길게(포배기까지) 배양해서 가장 좋은 배아만 골라 넣는다. 5일 배양, 블라스토시스트까지 도달한 배아는 착상률이 높고, 실제로 많은 데이터가 이를 지지한다. 이 전략의 본질은 명확하다. 좋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문제는 이 원칙이 ‘여유가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배아가 여러 개라면 선별은 합리적이다. 탈락이 곧 손실이 아니다. 하지만 배아가 단 하나뿐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 배양실에서의 탈락은 단순한 필터링이 아니라 사이클 전체의 종료가 된다. 그래서 이 순간부터 전략은 바뀐다. 선별이 아니라 보존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배양 중 탈락을 ‘아까운 손실’로만 보는 시선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배양실에서 멈춘 배아는 자궁에서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5일 배양은 단순한 인공 환경이 아니라 하나의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환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가장 좋은 난자를 골라서 수정시켜주세요" 이 요청은 시작부터 어긋나 있다. 난자는 ‘고르는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좋아 보이는 난자가, 실제로 좋은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미경 아래 난자는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둥글고, 크고, 나름 깨끗하다. 그래서 초보자는 헷갈린다. 다 좋아 보인다. 그런데 숙련된 연구원은 여기서 이미 몇 개를 버리고 시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겉이 아니라 안을 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성숙도다. MII, 즉 극체가 있는 난자만 사용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같은 MII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여기서부터 진짜 선택이 시작된다. 세포질을 본다. 이건 교과서와 다르게 느껴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더 직관적이다. 탁하다, 거칠다, 뭉쳐 있다, 미세하게 번들거린다. 이런 표현이 더 정확하다. 숙련된 연구원은 이걸 한눈에 구분한다. 그리고 안 좋은 난자는 대개 초기에 걸러진다. 문제는 애매한 난자다. 애매한 난자는 겉으로는 멀쩡하다. 극체도 있고, 크기도 적당하다. 그래서 선택된다. 그런데 이런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조용한 순간이 있다. 정자를 난자 안에 넣는 단 몇 초의 장면... 화면 속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난자는 그대로 둥글고, 수정은 정상으로 기록된다. 누구도 그 순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때, 결과는 이미 갈린다. 미세수정(ICSI)은 기술이 아니라 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각’이다. 이 감각이 없는 손에서 실패는 조용히 시작된다. 문제는 그 실패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트에는 남지 않고, 수치로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교묘하고, 더 잔인하다. 숙련되지 않은 손에서 바늘은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뚫고 들어간다’. 각도가 아니라 힘으로 밀어 넣는다. 그 순간, 난자 내부에서는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긴다. 세포막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닫힌다. 겉으로는 완벽하다. 수정도 된다. 분열도 시작한다. 그래서 더 속기 쉽다. 하지만 이 배아, 어딘가 다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리듬이 어긋난다. 속도가 늦어지고, 배열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결국 멈춘다. 실패는 그때 드러나겠지만,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이야기다. 미세수정은 찌르는 기술이 아니다. 난자라는 ‘물로 찬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이하 (IVF)을 준비하는 부부들은 의사 선택에 있어서는 신중을 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배양기술력 즉 배양연구원의 숙련된 기술력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IVF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는 진료실이 아니라 배양실에서 발생한다. 아주 간단한 예로 바로 미세수정(ICSI)만 해도 그렇다. 미세수정은 배양연구원이 현미경 아래에서 단 한 마리의 정자를 골라 난자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이다. 이른바 강제수정인 셈. 원래 IVF에서 체외수정의 기본 원리는 엄선된 여러 마리의 정자를 난자 주변에 놓고 자연스럽게 수정이 일어나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수정의 타이밍은 정해져 있고, 그 타이밍을 놓칠 경우 체외수정에 실패하게 되므로 정자 수가 부족하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 과거 수정 실패 경험이 있는 경우, 혹은 얻어진 난자 수가 매우 적어 단 한 개의 난자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세수정을 선택하게 된다. IVF를 하는 여성들은 미세수정 기술과 스킬(배양연구원의)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미경을 보며 가느다란 바늘로 정자를 넣는 작업처럼 보인다. 결코 그렇지 않다. 난자는 직경 약 100마이크로미
용인신문 | 인류의 역사는 결국 유전자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다시 손자로 이어지는 수많은 정보들은 작은 염색체 안에 기록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만약 이 기록의 일부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남성 난임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Y염색체 미세결손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처음 진단명을 접한 사람들은 적지 않게 놀란다. 염색체가 결손됐다는 표현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느낄 수 없는 아주 작은 유전자 결손이다. 다만 그 작은 결손은 한 남성의 정자 생산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때로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중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X염색체와 Y염색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를 가진다. 특히 Y염색체는 남성의 생식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정자 생산에 필요한 여러 유전자들이 이 작은 염색체 안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Y염색체가 생각보다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염색체는 짝을 이루어 서로 유전정보를 교환하며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가진다.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을 앞둔 남성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며칠 참으세요”다. 정자를 많이 모을수록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 오래된 지시가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자를 오래 모으는 것보다, 짧은 간격으로 채취한 ‘신선한 정자’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정 간격이 짧을수록 정자 DNA 손상과 산화스트레스가 낮게 나타났다. IVF 결과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금욕 기간이 48시간 미만인 경우 임신율은 약 46%였고, 금욕 기간이 길어진 경우에는 36% 수준에 머물렀다. 단순한 생활 습관의 차이가 아니라, 치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는 의미다. 이 변화는 기존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동안 난임 치료에서는 정자의 ‘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일정 기간 금욕을 유지해 정자를 최대한 모은 뒤, 그중에서 선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정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활성산소에 노출되며 DNA 손상이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겉으로 보이는 정자 수나 운동성보다, 내부 유전 정보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용인신문 | 난임 진료에서 가장 애매한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검사도 정상이고 수치도 설명이 되는데 임신은 반복해서 실패한다. 그래서 붙는 이름이 있다. 난임 중에서도 ‘원인불명 난임’. 문제는 이 단어가 설명이 아니라 사실상 멈춤에 가깝다는 점이다. 최근 생식의학의 흐름은 이 멈춤을 조금씩 깨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이상이 있다”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어디가 문제인지”까지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염색체 구조 이상에서 ‘정확한 결합 지점’, 즉 fusion point를 짚어내려는 연구들이 등장하면서 이 변화는 더 분명해지고 있다. 조금 쉽게 풀어보자. 염색체는 긴 실처럼 이어진 구조다. 이 실이 중간에서 끊어졌다가 다른 곳에 다시 붙는 일이 생긴다. 이를 전좌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끊어졌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끊어졌느냐'다. 같은 전좌라도 유전자 핵심 구간을 건드리면 문제가 되고, 영향이 적은 구간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진단은 여기까지였다. 전좌가 있다, 구조 이상이 있다. 그 이상은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상은 있지만 괜찮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말이 반복됐다. 실제로
용인신문 | 이 문장은 불편하지만 정확하다. 정자는 입이 없지만 우리가 먹는 것을 그대로 따라간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많은 기사들이 “초가공식품이 정자를 망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지만,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햄버거 하나가 정자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햄버거를 먹게 만드는 삶의 구조가 정자를 바꾸기 때문이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급하게 먹고 저녁은 늦게 먹는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고 운동은 없고 잠은 부족하다.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편의점 음식과 배달이다. 이 패턴 속에서 초가공식품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그리고 바로 이 생활의 총합이 몸의 대사를 흔들고 염증을 만들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린다. 결국 그 변화는 가장 예민한 세포인 정자에 먼저 반영된다. 여기서 기존 주장 하나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름아닌 “정자는 식단에 직접 무너진다.”는 표현은 과장이다. 남성 난임, 음식 때문이 아니었다 — 생활이 원인 정자는 그렇게 단순하게 망가지지 않는다. 대신 훨씬 더 정직하게 반응한다.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는지를 그대로 기록한다. 정자는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설계된다. 그리고 그 설계는 하루하루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