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사람들은 흔히 임신이 잘되지 않으면 정자와 난자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생식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남성과 여성은 처음부터 전혀 다른 전략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성은 평생 끊임없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수량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식으로 생명을 준비한다. 먼저 남성을 보자. 정자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처럼 계속 만들어진다. 사춘기가 시작된 이후 고환에서는 매일 수천만 개에서 수억 개의 정자가 생산된다. 건강한 성인 남성이라면 하루에 1억 개 이상, 많게는 2억~3억 개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이 생산은 20대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50대, 60대, 심지어 70대 이후에도 계속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생산량과 운동성은 감소하지만 공장 자체가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계산을 해보면 더욱 놀랍다. 15세부터 80세까지 하루 1억 개의 정자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평생 만들어지는 정자는 2조 개를 훌쩍 넘는다. 실제 생산량을 고려하면 3조~10조 개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수조 개라는 숫자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구 인구가 약 80억 명인 것을 생각하면, 한 남성이 평생 만드는 정자의
용인신문 | 진료실 안은 조용하다. 의사는 모니터를 보며 말한다. “이 배아는 정상입니다. 이건 비정상입니다.” 환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순간 몇 개의 배아는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버려진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다만 선택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단 하나의 검사다. 이름은 PGT-A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어느새 ‘정답지’처럼 자리 잡은 기술이다. 이 검사의 논리는 단순하다.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만 골라 이식하면 임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실제로 많은 병원은 이를 거의 필수 과정처럼 설명한다.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렵다. 더 좋은 선택이 있다는데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PGT-A는 선택이 아니라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연구와 가이드라인은 이 익숙한 전제를 흔들기 시작했다. 누적 출산율은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큰 차이가 없거나 일부에서는 더 낮게 나오기도 한다. 대신 유산은 줄어든다. PGT-A 논쟁 폭발 — “정확한 검사인가?”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더 많은 아기를 얻기 위해 검사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줄
용인신문 | 난임 진료에서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문장이 있다. 난자는 나이 들면 질(퀄리티)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의심 없이 사용되어 왔고, 치료의 방향까지 규정해왔다. 그런데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난자 노화 연구에서 핵심 단백질 하나가 떠올랐다. Shugoshin-1, SGO1이다. SGO1 = 염색체를 끝까지 붙잡아주는 ‘안전벨트를 말한다. 이 단백질은 단순한 보조 인자가 아니라 염색체 분리를 안정화하는 핵심 안전장치다. 난자는 수정 과정에서 염색체를 정확하게 나눠야 하고, 이 과정이 흔들리면 배아 이상이나 착상 실패, 유산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SGO1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순간부터 염색체 오류는 급격히 증가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난자 노화’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SGO1을 보충했을 때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확인했다. 결과는 매우 직접적이다. 염색체 이상이 약 50%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연관성이 아니라 원인을 건드렸을 때 나타난 변화다. 이 지점에서 생식의학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난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난소기능저하에서 얻은 난자는 정말 더 약한가. 그리고 그 차이는 어디서 드러나는가. 결론은 단순하다. 이 난자는 ‘더 적은 것’이 아니라 ‘더 까다로운 것’이다. 그리고 그 까다로움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서 갈린다. 젊고 건강한 난소에서 얻은 난자는 일정 수준의 ‘여유’를 가진다. 채취 과정에서의 물리적 자극, 실험실에서의 온도 변화, 미세한 조작 오차를 어느 정도 흡수한다. 반면, 난소기능저하 난자는 그 여유가 거의 없다. 이미 에너지 대사와 세포 구조가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스트레스에도 반응이 무너진다. 이 차이는 채취 순간부터 시작된다. 난포 벽이 얇고, 난자-과립막 복합체(COC)의 결합력이 약한 경우가 많아, 같은 압력으로 흡입해도 난자가 손상되거나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손의 감각이다. 압력을 얼마나 낮출 것인지, 바늘의 위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어느 타이밍에 멈출 것인지. 이런 판단은 매뉴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난소기능저하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할 때에는 ‘많이 해본 의사’도 중요하지만 ‘섬세하게 다뤄본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오랫동안 ‘자궁근종’은 하나의 변수였다. 크기와 위치에 따라 제거 여부를 고민했고, 때로는 수술이 임신 전략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이 익숙한 전제를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문제의 중심은 ‘근종’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2025년 발표된 IVF 코호트 연구(약 971명 규모)는 기존 임상 상식을 뒤집는 결과를 제시했다. 자궁근종이 있는 환자군은 임신 결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자궁선근종’ 환자군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임신 중기 유산율이 약 35.7%로, 정상군의 6.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근종은 ‘혹’이다. 공간을 차지하고, 때로는 착상을 방해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제거가 가능한 대상이다. 그러나 선근종은 다르다. 자궁근층 안으로 내막 조직이 스며들어 들어간 상태, 즉 자궁 자체의 ‘질’이 변해버린 병이다. 쉽게 말해, 씨앗이 문제가 아니라 ‘토양’이 망가진 상태다. 임상 현장에서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근종은 보이는 병이다. 초음파로 확인되고, 크기를 재고, 제거 여부를 판단할 수 있
용인신문 | “하이푸 하면 임신 잘 된다?”…자궁근종 치료의 진짜 기준 자궁은 임신과 출산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동시에 호르몬 반응과 혈류 환경에도 깊이 관여하는,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인 장기’다. 문제는 이 자궁이 조용히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은 35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에서 발견될 만큼 흔하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우연히 발견되는 병’에 가깝지만, 크기가 커지거나 개수가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리량 증가, 극심한 생리통, 골반 통증, 빈뇨 등 일상에 영향을 주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단계다. 자궁 내 환경이 왜곡되면서 착상이 어려워지고, 난임이나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환자들이 묻는다. “그럼 근종만 없애면 임신이 잘 되나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궁근종은 위치와 크기, 개수에 따라 영향력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근종은 임신과 거의 무관하지만, 어떤 근종은 착상을 직접적으로 방해한다. 결국 치료 여부와 방법은 ‘존재’가 아니라 ‘영향’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기존 치료는 수술과 약물치료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용인신문 | 피임약은 피임약이 아니다 피임약은 이름 때문에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 약 가운데 하나다. 많은 사람들은 피임약을 단순히 임신을 막는 약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피임약은 피임보다 배란 조절과 호르몬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경우 피임약을 복용하게 될까? 생리가 몇 달씩 나오지 않는 무월경 환자, 배란이 불규칙한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 심한 생리통이나 자궁내막증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피임약은 중요한 치료제다. 의사들이 피임약을 처방하는 이유는 임신을 막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무너진 호르몬 리듬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임신을 막는 약이 아니라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 피임약은 왜 피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핵심은 배란 억제에 있다. 여성의 몸은 뇌에서 분비되는 FSH(난포자극호르몬)와 LH(황체형성호르몬)의 신호를 받아 난자를 성장시키고 배란을 일으킨다. 그런데 피임약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뇌에 "이미 여성호르몬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FSH와 LH 분비가 감소하면서 난포 성장이 억제되고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피임약은 호르몬제인 것이다. 쉽게 말
용인신문 |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어떠한 난임 치료 혹은 시술을 하는가에 따라 기간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임 치료 혹은 시술(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서는 임신이 잘 되는 몸으로 만들기 일명 체질 개선의 시간이 2~3개월 필요합니다만, 시술(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한 배란 유도 등의 일정만 따진다면 생리 시작일로부터 1~2개월이면 난임 시술을 받을 수 있고 임신 확인(혈액검사)까지 가능합니다. 각 난임시술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공수정(자궁내 정자주입술) 생리 2~3일에 첫방문(1)→질식초음파로 난포와 자궁내막 관찰(2)→배란이 되기 직전 또는 되자마자 자궁내 정자주입술 실시(3)→혈액검사로 임신여부 확인(4) (1)~(4) 총 방문횟수는 5회에서 6회, 소요기간은 한 달입니다. (3) 자궁내 정자주입술은 생리로부터 10~15일째 실시합니다. (4) 임신여부 혈액검사는 (3)시술로부터 2주 후 실시합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장기요법) 생리 16~21일째 첫 방문. 조기배란억제주사 처방(1)→(1)로부터 2주 후 방문, 과배란 주사 처방. 이날부터 매일 과배란 자가주사 맞기→매일 과배란 자가주사 맞으면서 난포와 자궁내막
용인신문 | 먼저, 난관수종 원인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여성 생식기에서 나팔관은 자연임신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나팔관에서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거든요. 나팔관이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장소인 셈이지요. 따라서 나팔관이 막히면 자연임신은 물론이고 인공수정술을 하더라도 임신이 힘들어집니다. 왜 나팔관에 수종이 생기는 걸까요. 나팔관이 막히면 그 안에 여러 가지 점액과 분비물, 액체들이 고여서 물주머니가 생기게 됩니다. 보편적으로는 나팔관 액(수종)이 복강 내로 흘러나가야 하는데, 나팔관이 어떠한 이유로든 막히면 역류해서 자궁 쪽으로 흘러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연임신을 시도할 때 정자와 난자가 제대로 만날 수가 없어서 난임이 될 수 있고, 체외수정술인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한다고 해도 나팔관 액이 자궁 쪽으로 흘러내려가게 되면 자궁내막 환경이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체외에서 수정이 된 배아를 자궁 내에 이식하더라도 나팔관 액이 흘러내려오면 자궁 환경이 안 좋아져서 배아가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난관수종이 있으면 어떤 치료를 해야 할까요. 의사마다 의학적 소신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용인신문 | 정자도 얼굴이 있다 정액검사 결과지를 받아든 남성들이 가장 충격을 받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자 형태(morphology)다. 검사 결과에 정상 형태 정자가 3%, 2%, 심지어 1%라고 적혀 있으면 상당수 남성은 자신이 거의 불임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머지 99%는 모두 고장 난 정자라는 뜻인가요?"라는 질문도 진료실에서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인간은 원래 기형정자가 매우 많은 종(種)이라는 점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상 형태 정자가 4% 이상이면 정상 범위로 판단한다. 처음 이 수치를 들은 사람들은 대개 놀란다. 정상 정자가 겨우 4%인데 정상이라고? 놀랍지만 사실이다. 인간의 정자는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 정자는 머리, 목, 꼬리로 구성된다. 그런데 머리가 조금 크거나 작아도 기형이다. 꼬리가 약간 휘어도 기형이다. 목 부분이 비대하거나 비틀어져도 기형이다.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보니 실제로는 수정 능력이 충분한 정자도 상당수가 기형정자로 분류된다. 쉽게 말해 정자 형태 검사는 국가대표 선발전 수준의 심사에 가깝다. 조금이라도 기준에서 벗어나면 탈락이다. 더 흥
용인신문 | 임신한 적도 없고 아이를 낳은 적도 없는데 유방에서 젖(이하 유즙)이 나온다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처음 이 증상을 경험하면 유방암을 걱정하거나, 반대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겨버린다. 하지만 산부인과와 난임클리닉에서는 의외로 자주 만나는 증상이다. 심지어 미혼 여성이나 출산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에게도 나타난다. 드물지만 남성에게 발생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문제가 유방보다 뇌와 더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우리 몸에서 유즙 분비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은 프로락틴(Prolactin)이다. 정상적으로는 임신과 출산 이후 증가하여 모유 생성을 유도한다. 그런데 출산과 무관하게 프로락틴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고프로락틴혈증이라고 부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생리불순이나 무배란으로 검사를 진행하다가 고프로락틴혈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흔히 "생리만 조금 불규칙한 줄 알았다"고 호소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몸속에서는 훨씬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락틴이 높아지면 뇌는 출산 후 모유 수유 중인 상태로 착각한다. 그러면 시상하부는 GnRH(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의 분비를 줄인다. 이어 뇌하수
용인신문 | 자궁내막이 너무 얇아서 착상이 잘 안 되거나, 난소 기능 저하가 심해서 난포를 키워내는 게 힘든 난임 환자들 사이에 PRP 치료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PRP 치료는 혈소판풍부혈장(platelet-rich plasma)술로 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기로 혈소판을 분리한 뒤 농축된 혈소판을 인대·연골에 주사하는 자가 유래 혈소판 재생치료술로 주로 정형외과와 피부과에서 행해졌어요. 자가 PRP 치료를 통해 손상된 뼈와 신경, 혈관, 조직, 근육 등 상처를 치유하고 세포를 재생시키고 통증 완화의 효과가 있어서입니다. PRP 치료가 어떻게 난임 치료에 접목이 되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그리스 연구팀이 ‘혈소판 농축 혈장(PRP)’술을 통해 이미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을 폐경 이전의 출산이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 후 전 세계 난임의학계에서 난소와 자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리스의 불임 치료 클리닉 ‘제네시스 아테네’의 부인과 전문의 콘스탄티노스 스파키아누디스 박사는 “폐경 여성의 난소에 PRP를 주입하자 생리가 다시 시작돼 난자를 채취할 수 있었다”면서 “채취한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키는 데도 성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