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무배란은 하나의 병명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겹쳐 나타나는 ‘결과’에 가깝다. 배란은 난소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에서 출발한다. 시상하부가 신호를 보내고, 뇌하수체가 이를 받아 FSH와 LH를 분비하면, 난소가 반응해 난포를 키우고 결국 배란으로 이어진다. 이 정교한 축, 이른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 배란은 멈춘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원인은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이 신호가 난소를 자극해 남성호르몬을 증가시킨다. 난포는 자라지만 끝까지 성숙하지 못하고, 결국 배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생리는 늦어지고 주기는 길어지며, 이러한 무배란 상태가 반복된다. 여기에 체중이라는 변수가 겹친다. 과체중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더 악화되고, 지방조직에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이 호르몬 균형을 흐트러뜨린다. 반대로 지나치게 마른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체지방이 부족하면 시상하부는 “지금은 임신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GnRH 분비를 줄이고, 배란 자체를 억제한다. 무리한 다이어트와 과도한 운동, 섭식장애가 무배란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스트레스
용인신문 | 난자에는 핵(염색체, DNA)과 세포질, 그리고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핵이 아무리 건강해도 미토콘드리아 대사가 시원치 않으면 세포분열은 시작되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분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다. 에너지가 없으면 분열은 없다. 임신의 출발선은 핵(염색체, DNA)가 아니라 ‘전력’이다. 임신이 유지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는 핵(염색체, DNA)에 달려있지만. 난임현장의 질문은 늘 비슷하다. “난자도 괜찮고, 수정도 됐는데 왜 안 될까요.” 답은 점점 한 방향으로 모인다. 분열이 멈춘다. 배아가 자라지 않는다. 착상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 놓인 공백, 그 정체가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난자는 인체에서 가장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세포다. 수정 직후 배아는 외부의 도움 없이 오직 이 에너지로 버틴다. 초기 며칠, 이 짧은 시간에 승부가 갈린다. 그런데 이 발전소는 유난히 약하다. 나이에 취약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생활 습관에 그대로 흔들린다. 가장 큰 적은 활성산소다.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지만, 이 물질이 쌓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토콘드리아 DNA를 손상시키고, 에너지 생산을 무너뜨린다. 겉으로는
용인신문 | 난소에 혹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표정부터 굳는다. ‘혹시 암일까?’라고 놀란다.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난소에 생기는 혹의 대부분은 암이 아니다. 오히려 난소가 일을 하다가 남긴 흔적에 가깝다. 문제는 이 흔적을 병으로 착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난소는 매달 일을 한다. 난자를 키우고, 배란을 준비하고, 호르몬을 조절한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거칠다. 난포가 터지기도 하고, 남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 결과로 생기는 것이 ‘기능성 낭종(단순 물혹)’이다. 쉽게 말해 일하다가 생긴 혹이다. 이런 혹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이 흔히 실수한다. ‘혹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다가, ‘사라질 혹’이라는 본질을 놓친다. 그래서 불필요한 치료가 시작된다. 사실은 기다리면 될 일을, 건드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혹 안에서 피가 고이는 ‘출혈성 낭종’이다. 초음파로 보면 모양이 깨끗하지 않아 괜히 더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대부분은 시간이 해결한다. 다만 통증이 심하거나 크기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단순한 기다
용인신문 | 난자의 발전소를 깨워라…코큐텐 열풍의 진실 난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난임 치료를 준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영양제 중 하나가 바로 코큐텐(CoQ10, 코엔자임Q10)이다. 병원 대기실에서도, 난임 카페에서도, 체외수정(IVF)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가방 속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그렇다면 코큐텐은 정말 난자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코큐텐은 난자의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와 관련이 있는 영양소다. 다만 "먹으면 임신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생식의학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노화된 난자에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작은 발전소가 있다. 세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이다. 난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인체 세포 중 가장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세포 중 하나가 난자다. 수정이 일어나고 배아가 분열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함께 떨어진다는 점이다. 30대 후반 이후 난자의 질이 감소하는 원인 중 하나로 미토콘드리아 노화가 지목되고 있다. 에너지
용인신문 | 임신이 안되어서 난임병원에 갔더니 고혈당 식품을 줄이라고 한다. 대체 무슨 연관이 있길래? “고혈당(고GI) 음식은 피하라”는 권고는 난임 분야에서 ‘명확한 공식 가이드라인’으로 강제되지는 않지만, 실제 임상과 연구에서는 꽤 강하게 권장되는 생활요법 중 하나다. 겉으로 보면 다소 엉뚱한 조언처럼 들린다. 임신이 안 되는 문제와 흰쌀밥, 빵, 당류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임신은 난소에서 시작되는 사건이 아니라, 몸 전체의 에너지 상태를 반영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고GI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급격히 올라간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 몸은 인슐린을 대량으로 분비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은 점점 제 기능을 잃어가고,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지는 상태로 접어든다. 이른바 고인슐린혈증과 인슐린 저항성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생식으로 넘어간다. 과도한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만 조절하지 않는다. 난소에 직접 작용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난포의 성숙을 방해한다. 난포는 자라지만 끝내 배란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다낭성난소증후군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난자가 없는 것이
용인신문 | 우울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신호다. 특히 임신은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이며 그 시스템의 가장 상위에는 뇌가 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작동하는 HPA axis(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스트레스 대응 시스템)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재배치하는 회로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이어지는 이 축이 활성화되면 코르티솔이 증가하고 이 호르몬은 몸 전체에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문제는 이 신호가 단순한 긴장 상태를 넘어서 생식 기능 자체를 후순위로 밀어낸다는 점이다. 인간의 몸은 낭만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번식은 언제나 뒤로 밀린다. 그리고 우울과 만성 스트레스는 그 ‘위험’ 상태를 장기화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조건이다. 스트레스와 우울이 지속될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배란이다. 배란은 단순히 난소의 기능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되는 명령 체계의 결과인데, 그 핵심 신호인 GnRH가 억제되면 FSH와 LH 역시 감소하고 난포의 성장과 배란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생리 지연이나 주기 변화 정도지만 실제로는 생식 시스템 전체가 한 단계 낮춰진 상태다. 이
용인신문 | A씨는 키가 작고 또래보다 성장 속도가 느렸다. 사춘기 발달도 늦었고, 초경은 한참 뒤에야 시작됐다. 시작된 이후에도 생리 주기는 들쭉날쭉했다. 크게 아프지는 않았기에 그저 체질이라 여겼다. 그러나 결혼 후 임신이 쉽게 되지 않자 병원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처음 듣는 진단을 마주했다. 터너증후군이었다. 터너증후군은 여성의 염색체 구성에서 X 염색체 하나가 없거나 일부 결손된 상태를 말한다. 정상 여성의 염색체는 46,XX지만, 터너증후군은 45,X 또는 그 변형 형태로 존재한다. 숫자 하나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 차이는 생식 기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난소 기능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핵심은 난포다. 난포는 난자를 품고 있는 구조인데, 터너증후군에서는 이 난포가 태어날 때부터 부족하거나, 성장 과정에서 빠르게 소실된다. 결국 난자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유지되지 못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분명해진다. 사춘기 발달이 늦어지고, 생리가 늦게 시작되거나 아예 없으며, 시작되더라도 금방 불규칙해진다. 상당수는 결국 조기난소부전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난임으로 이어진다. 임신은 난자에서 시작되는데, 그 출발점 자체가 부족하거나 사라
용인신문 | 봄, 이 계절은 희망의 계절이기 이전에, 몸의 균형이 흔들리는 시기다. 호르몬이 재조정되고, 면역이 다시 세팅되며, 외부 환경 노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리고 이 변화는 생각보다 정직하게 생식의 결과에 반영된다. 임신은 낭만이 아니라 조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난임 치료는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시키고, 좋은 배아를 선별해 이식한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배아는 점점 더 정교하게 평가되고, 유전 정보까지 들여다보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결과는 여전히 들쑥날쑥하다. 겉으로 완벽한 배아가 아무 일 없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정말 문제는 배아였을까. 최근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문제는 ‘배아의 질’이 아니라, 그 배아를 받아들이는 몸의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면역이 있다. 면역은 임신의 조력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냉정한 심사자다. 배아는 절반이 타인의 유전자를 가진다. 면역계 입장에서 보면, 이는 침입자에 가깝다. 정상적인 임신은 이 낯선 존재를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이 정교하게 억제되는 과정이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배아라도 통과하지 못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이 구
용인신문 | 고령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냉장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블루베리와 석류, 견과류, 각종 영양제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난소기능저하 진단을 받거나 체외수정 시술을 준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난자에 좋은 음식'이 끊임없이 화제가 된다. 그렇다면 정말 음식이 난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난자를 젊게 만드는 기적의 음식은 없다. 이미 노화가 진행된 난자를 되돌리거나 난자의 개수를 늘리는 식품은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식단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생식의학 연구에서는 난자의 노화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산화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몸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쌓이면 세포 손상이 발생하는데 난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여성의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에너지 공장이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고 염색체 이상 위험도 증가한다. 식품전문가들이 고령의 여성들에게 항산화 식품을 권하는 이유는 난자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난자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기능하도록 돕
용인신문 | 과연 47세 여성의 난소에는 몇 개의 난자가 남아 있을까. 그중 ‘쓸 수 있는’ 난자를 만나기까지 우리는 몇 개를 거쳐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하나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난자의 ‘개수’와 ‘쓸 수 있는 난자’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여성은 태어날 때 약 100만 개의 난자를 가지고 시작한다. 사춘기를 지나면 30만 개 수준으로 줄어들고, 30대 후반에는 2~3만 개, 그리고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수천 개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47세 여성이라면 개인차는 있지만 대략 1,000~5,000개의 난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여전히 ‘많다’고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난자들 중 실제로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난자는 극히 일부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자는 단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변한다’. 염색체를 정확히 나누는 능력이 떨어지고, 세포 내 에너지를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약해진다. 그 결과 염색체 이상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임상적으로 보면 35세에서는 절반 정도가 정상 배아로 이어지지만, 40세에서는 약 20% 수준으로 떨어지고, 45세를 넘기면 1~5% 이하로 내려
용인신문 | 과배란 주사는 정말 몸에 해가 될까. 난임 치료를 시작한 부부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절반만 맞다. 그 주사를 누가, 어떻게 쓰고 있는가다. 질문의 초점이 바뀌는 순간, 답의 방향도 달라진다. 과배란 주사는 본질적으로 자연을 거스르는 기술이다. 여성의 몸은 한 달에 하나의 난자를 선택한다. 수많은 난포 중 단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조용히 사라진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동시에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이하 IVF)은 여성의 생식체계 질서를 뒤집는다. 난자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동시에 키운다. 호르몬을 외부에서 주입해 난소의 선택 기준을 바꾼다. 쉽게 말하면, ‘한 명만 뽑던 오디션’을 ‘단체 합격’으로 바꾸는 셈이다. 한마디로 과배란 주사는 생리적인 상태가 아니라, 의도된 과부하 상태로 만든다. 과배란 주사제? 이 호르몬은 어디서 올까? 과배란 주사의 핵심 성분은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형성호르몬(LH)이다. 초기에는 폐경기 여성의 소변에서 이 호르몬을 추출해 사용했다. 지금은 기술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실험실에서 동일한 구조의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특정 유전자를 세포에 넣어 호르몬
용인신문 | 정자 하나를 둘러싼 선별의 문턱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 병원 문을 두드린 100명의 남성 중, 6개월 뒤 ‘기증 가능’ 판정을 받는 비율은 고작 30~40%다. 정자은행 담당자는 “정자를 기증하려고 10명이 왔었는데, 결국 2명만 통과되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지금 시대 남성 건강의 민낯이다. 먼저 정액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이미 절반은 걸러진다. 정자의 수, 운동성, 형태. 이 세 가지가 기준을 넘지 못하면 더 볼 것도 없다. 기능이 부족하면 탈락이다. 냉정하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는 냉정이다. 다음은 건강검진이다. HIV, B형·C형 간염, 매독, 클라미디아, 임질. 과거에 한 번이라도 감염된 이력이 있으면 탈락이다. 감염은 치료될 수 있어도,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혈액검사로 넘어가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간, 신장, 지질, 혈당, 혈색소, 백혈구. 소변검사까지 더해지면 몸의 모든 지표가 평가대 위에 오른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지금 ‘정자’를 고르고 있는가, 아니면 ‘결함 없는 인간’을 선발하고 있는가. 아무래도 비배우자 정자공여를 위한 정자기증이니까 질병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