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난자채취는 기술이 아니라 판단이다.” 이 문장은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생식의학 현장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는 문장이다. 우리는 여전히 난자채취를 ‘몇 개를 뽑았는가’라는 숫자의 게임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임상은 이미 그 단계를 지나섰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어디까지 건드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그 선택의 대표적인 시험장이 바로 자궁내막종이다. 자궁내막종은 흔히 ‘초콜릿 낭종’이라 불린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난소낭종이라고 보면 된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밖으로 흘러나가 난소·복막 등에 자리 잡아 통증과 난임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배란이 되고 생리를 매달 하는 한 병변은 줄지 않고 점점 더 커진다. 반면, 배란이 안 되고 생리를 하지 않는 상태(ex 임신 등)가 되면 병변이 작아지고 줄어들 수 있다. 자궁내막종이라는 명명은 병변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이 병변은 난소 옆에 붙어 있는 혹이 아니라, 난소 내부를 잠식한 구조다. 염증과 섬유화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정상 난포의 공간은 줄어들고, 혈류는 떨어져 있다. 겉으로 보이는 크기와 실제 기능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이때에 난자채취는 단순한 채
용인신문 | 한해 약 1만7천 명 전후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면 믿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 결핵은 사라진 병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결핵을 기침과 객혈, 폐의 그림자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 이 질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훨씬 더 조용하고 집요하게 인간의 생식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전혀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는 데 있다. 원인균인 마이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Mycobacterium tuberculosis)는 폐에 머무르지 않는다.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그 종착지 중 하나가 바로 생식기관이다. 난관, 자궁내막, 부고환, 정관. 생명이 시작되는 통로와 공간이 이 균의 은신처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 질환은 단순한 감염이 아니라 구조를 무너뜨리는 과정으로 변한다. 결핵은 급하게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머문다. 면역세포와 함께 육아종을 형성하며 조직을 둘러싸고, 그 안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조직을 굳히고 무너뜨린다. 염증은 지나가지만, 흉터는 남는다. 문제는 이 흉터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기능을 제거한다는 데 있다. 길은 막히고,
용인신문 | 임신은 실패했다. 또 실패했다. 이유는 모른다. 병원은 말한다. “배아는 좋았습니다.” 그 말이 반복되는 순간, 우리는 한 가지를 놓친다. 정말 배아의 문제였는가. 자궁은 무대다. 모든 생식은 이 공간 위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이 무대가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다면, 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다. 자궁기형은 바로 그 ‘기울어진 무대’다. 중격자궁은 대표적이다. 겉은 정상이다. 초음파도 대충 보면 괜찮다. 그러나 내부는 갈라져 있다. 얇은 벽 하나. 그 벽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혈류가 부족한 그 공간에 배아가 착상하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붙었다가 떨어진다. 반복된다. 설명은 없다. “운이 없었습니다”라는 말만 남는다. 쌍각자궁은 더 교묘하다. 공간은 있다. 하지만 균형이 없다. 태아는 자라다가 무너진다. 조산이 이어진다. 단각자궁은 더 노골적이다. 애초에 공간이 부족하다. 생식은 시도되지만, 끝까지 갈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있다. 이중자궁이다. 자궁이 두 개다. 자궁경부도 두 개일 수 있다. 심지어 질도 나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몸 안에 두 개의 생식 경로가 공존한다. 임신은 가능하다. 하지만 위험은 늘 따라붙는
용인신문 | 임신을 원하는 난소기능저하 여성들이 두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먹는 약이 있다. 다른 아닌 L-아르기닌. 우리는 오랫동안 난임 치료를 난자의 문제로만 이해해왔다. 더 많이 뽑고, 더 좋은 것을 고르고, 더 정교하게 선별하면 해결될 것처럼 믿어왔다. 그러나 임상은 늘 그 기대를 배반해왔다. 배아는 좋은데 착상이 안 된다. 수치는 멀쩡한데 결과는 없다. 이 반복되는 실패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그 배아를 받아줄 자리는 준비되어 있었는가.” L-아르기닌은 체내에서 산화질소를 만들어 혈관을 확장시킨다. 교과서적인 설명은 여기까지지만, 임상에서 이 작용은 훨씬 노골적이다. 혈관을 넓힌다는 것은 단순히 순환을 좋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피의 ‘방향과 밀도’를 바꾼다는 의미다. 즉 자궁 내막으로 더 많은 혈류를 밀어 넣겠다는 의도다. 자궁내막은 두께만으로 평가되는 조직이 아니다. 그 안에 얼마나 산소가 흐르고, 얼마나 영양이 공급되고, 면역 환경이 어떻게 조율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결국 착상은 구조가 아니라 ‘상태’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그 상태를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변수 중 하나가 바로 혈류다. 문제는 이 약이 정직하다는 데 있다
용인신문 | A씨는 요즘 부쩍 피부가 거칠어졌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각질이 일어나 있었고, 화장을 해도 들뜨는 날이 늘었다. 이전에는 없던 턱선 주변의 염증성 여드름도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가 싶었다. 수분크림을 바꾸고, 필링 제품을 추가하고, 피부과 시술도 몇 번 받았다. 그때뿐이었다. 잠깐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상하다는 느낌은 그다음부터였다. 생리 주기가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며칠씩 늦어지는 일이 반복됐고, 양도 이전과 달라졌다. 몸이 피곤한 날이 늘었고, 이유 없이 붓는 날도 많아졌다. 그런데도 A씨는 이 두 가지를 연결하지 않았다. 피부는 피부대로, 생리는 생리대로 따로 생각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병원에서 나왔다. 단순한 피부 문제로 시작된 상담이었지만, 검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안드로겐 수치의 미묘한 상승, 배란의 불규칙성, 초기 단계의 호르몬 리듬 붕괴되고 있었던 것. 한마디로 피부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이미 내부에서 시작된 변화가 가장 먼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그때서야 A씨는 이해했다. 왜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써도 돌아왔는지, 왜 시술을 받아도 오래 가지 않았는지. 피부를 붙잡고 있었
용인신문 | 임신을 ‘노력의 결과’로 믿어왔다. 더 잘 먹고, 더 일찍 자고, 더 긍정적으로 살면 결국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결실처럼. 하지만 생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확률의 문제다. 인간의 생식(임신)은 선형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철저히 확률 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건강한 난자가 배란이 되고, 건강한 정자, 수정란(배아)이 정상적으로 분열할 확률, 그리고 자궁에 착상까지 이어질 확률.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수많은 분기점 위에서 선택되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매달 하나의 난자가 선택되고, 그 결과는 독립적으로 결정된다. 지난달의 실패가 이번 달의 성공을 끌어올려주지 않는다. 확률은 기억하지 않는다. 매번 리셋된다. 매번 동일한 조건에서 다시 던져진다. 달라지는 것은 단 하나, 그 확률값 자체다. 젊을 때는 같은 게임에서 당첨 확률이 높고, 나이가 들수록 같은 게임에서 그 확률이 낮아진다. 그러나 게임의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독립 시행이다. 수면, 영양, 기분은 이 시스템의 중심 변수가 아니라 간접변수일 뿐이다. 그것들은 확률의 곡선을 미세하게 흔들 수는 있어도,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수면이 부족하다고 해서 난자가 반드
용인신문 | “여기서는 왠지 될 것 같아요” “의사와 제가 궁합이 맞나 봐요.” 실제로 난임병원을 다니는 여성들 사이에는 의사와의 궁합 얘기가 예사롭게 나온다. 의사와 환자가 어떻게 궁합이라는 걸 맞추지? 의아해하겠지만, 환자와 의사간에도 일종의 느낌과 감정이 오고가다보니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면서 “딱 내 스타일이야”라는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말과 기대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 결과와 일정 부분 겹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의 심리-신경-내분비-면역 축(psycho-neuro-endocrine-immunology)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감정 상태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호르몬과 자율신경계, 면역 반응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생리적 사건이다. 예를 들어서 난소기능저하(폐경이 임박한 AMH 0점대)가 심한 40대의 난임여성을 떠올려보자. 반복된 실패, 낮은 AMH, 채취 난자 수의 불확실성. 이 상황에서 환자의 몸은 이미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들어가 있다.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을 활성화시키고, 코르티솔을 증가시키며, 이 과정은 난포 발달과 배란에 미묘하지만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특
용인신문 | 남자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생식에서는 절반만 맞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자는 시간을 정직하게 기억한다. 나이가 들수록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질’이다. 더 느려지고, 더 쉽게 망가지고 있다. 특히 고령 남성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단 하나로 요약된다. 산화 스트레스다. 정자는 작고 빠르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연약한 세포다. 산소를 쓰는 만큼 쉽게 산화되고, 그 결과 DNA가 손상된다. 수정은 되지만 이후가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요즘 남성 임신 준비의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다. 더 만들려고 하지 말고, 덜 망가지게 하라. 이 관점에서 영양제를 보면 답이 보인다. 정자에게 힘이 되는 영양소로는 코엔자임Q10이 있다. 이 물질은 정자의 ‘엔진’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엔진은 낡고, 회전수는 떨어진다. 코큐텐은 그 회전을 다시 끌어올리는 연료 같은 존재다. 운동성이 떨어진 정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유다. 그 다음은 아연과 엽산이다. 이 둘은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기초적인 재료다. 엽산은 DNA 복제의 정확도를 높이고, 아연은 정자 생성과 호르몬 균형을 지탱한다
용인신문 | 난소 나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판단되지 않는다. 초음파상 난소의 크기(용적)와 난소에 남아 있는 예비난포의 개수를 보면, 난임의사는 대략적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생리 2~3일째 시행하는 기본 검사, 즉 ORT(난소예비력검사)가 더해진다. FSH(난포자극호르몬)와 E2(에스트라디올)를 혈액으로 확인하고, 초음파로 6mm 이하 난포 개수를 세는 AFC 검사를 함께 보면 현재 난소의 반응성과 여유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려면, AMH를 봐야 한다. AMH(항뮬러관호르몬, Anti-Müllerian Hormone)는 난소 안에 있는 작은 난포들, 특히 2~6mm 전후의 예비난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난포 수가 많을수록 수치는 높게 나온다. 쉽게 말하면, 지금 당장 배란될 난자가 아니라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난포의 풀(pool)’을 반영하는 지표다. 이 때문에 AMH는 난소 상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로 활용된다. 실제로 나이에 따른 평균 범위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어, 임상에서는 대략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MH가 1.0 전후면 40대 초반 수준, 2.0은 30대 후반, 3
용인신문 | 난임 클리닉 대기실에는 묘한 공기가 흐른다. 누군가는 코큐텐을 꺼내고, 누군가는 레스베라트롤을 이야기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멜라토닌을 챙긴다. 서로 다른 이름의 보조제들이 오가지만, 그 밑바닥에는 하나의 공통된 믿음이 깔려 있다. “이 중 하나쯤은 답일 것”이라는 기대다. 코큐텐, 레스베라트롤, 멜라토닌. 이 세 가지는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을 한 줄에 세워놓고 묻는다. 무엇이 더 좋은가.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난임 시장의 가장 큰 착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서로 다른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착각이다. 코큐텐은 에너지를 건드린다. 난자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연료를 보태는 물질이다. 그래서 일정 부분에서는 실제로 반응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야 한다. 연료를 넣는다고 해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차는 출발할 수 있지만, 도착은 별개의 문제다. 레스베라트롤이 노화를 늦춘다는 말은 매력적이다. 과연 그럴까. 더 분명하게 설명하면 노화를 늦춘다는 것과 임신 성공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더 나아가, 어떤 시점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물질은 ‘좋은 선택’
용인신문 | 건강한 태아의 출발선, 엽산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영양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는 주저 없이 엽산을 꼽는다. 철분도 중요하고 비타민D도 중요하지만, 임신 전부터 반드시 챙겨야 할 영양소를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 엽산이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태아가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바로 엽산이기 때문이다. 흔히 여성들은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 영양제를 먹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명의 시간표는 인간의 시간표보다 훨씬 빠르다.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타나기도 전에 태아의 뇌와 척수는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신경관'이라 불리는 이 구조는 임신 4~6주 사이 형성된다. 문제는 상당수 여성이 그 시기에도 아직 임신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태아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작 엄마는 임신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의사들은 엽산을 임신 후가 아니라 임신 전부터 복용하라고 말한다. 엽산은 비타민 B군의 일종으로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은 수정란 한 개의 세포에서 시작해 수십조 개의 세포를 가진 존재로 성장한다.
용인신문 | 난자 퀄리티는 관리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무너지는 속도는 분명히 늦출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생식의학의 합의에 가깝다. 문제는 시장과 콘텐츠가 이 사실을 정직하게 말하지 않는 데 있다. 난자는 좋아진다는 표현이 반복되지만, 실제로는 ‘덜 나빠지게 만드는 관리’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정보는 쉽게 과장되고, 환자는 쉽게 오해한다. 기존의 설명은 대부분 원론적이다. 수면이 중요하다, 식단이 중요하다, 운동이 필요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열된 조언은 실제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왜 중요한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무엇을 먼저 바꿔야 하는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많지만, 결정은 여전히 어렵다. 여기서부터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세 가지다. 미토콘드리아, 산화스트레스, 그리고 호르몬 환경이다. 난자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세포다. 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미토콘드리아이고,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염색체 분리 오류가 증가한다. 고령에서 염색체 이상이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40세 이후 배아의 염색체 이상률은 60% 이상으로 보고된다.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