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살인범을 변호해야만 사랑하는 딸을 살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인도 영화 '질 수 없는 남자'는 이 질문 하나만으로 관객을 끝까지 끌고 간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반전보다 법과 양심, 사랑과 책임이 충돌하는 인간의 가장 깊은 딜레마를 그려낸 작품이다. 법정 스릴러의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변호사이자 한 아버지의 선택이 놓여 있다. 주인공은 원칙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변호사다. 돈보다 정의를 앞세우며 죄를 알면서도 변호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운명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그의 신념을 시험한다. 어린 딸이 골수이식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일하게 골수를 기증할 수 있는 사람이 하필 자신이 변호를 거부했던 바로 그 살인 피의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딸을 살리려면 살인범을 법정에서 구해야 하고, 정의를 지키려면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영화는 이 순간부터 법정 스릴러에서
용인신문 | 금요일 저녁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한다.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볼까.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는 쏟아지지만 막상 리모컨을 들면 선택은 쉽지 않다. 한참을 OTT 화면만 넘기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일도 흔하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오히려 검증된 명작을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시간이 흘러도 재미가 줄지 않는 영화가 진짜 명작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 가운데 하나는 단연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 시리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초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차 액션 영화의 전설을 처음부터 다시 즐길 기회가 찾아왔다. 과거에는 이런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극장을 찾아야 했다. 자동차가 화면을 가르며 질주하는 장면과 엔진의 굉음,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는 작은 브라운관 TV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65인치, 75인치, 85인치 대형 TV는 물론 고성능 사운드바까지 갖춘 가정이 흔해졌다. 집 안 거실이 작은 영화관으로 변하면서 블록버스터를
용인신문 | 화려한 액션도, 숨 가쁜 추격전도 없다. 대신 한 사람의 진심이 담긴 음성메시지가 있다. 올여름 넷플릭스가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 '음성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Voicemails for Isabelle)'는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지난 6월 19일 공개된 이 영화는 레아 맥켄드릭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조이 도이치와 닉 로빈슨, 닉 오퍼맨이 주연을 맡았다. 상영시간은 115분. 공개 이후 "오랜만에 만난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질은 세상을 떠난 언니 이사벨을 잊지 못한다. 그녀는 이미 세상에 없는 언니의 휴대전화 번호로 매일 음성메시지를 남긴다. 하루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부터 연애 고민, 후회와 그리움까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진심을 언니에게 이야기하며 상실의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언니의 휴대전화 번호는 새로운 사용자에게 배정된다. 새 번호의 주인인 부동산 중개인 웨스는 우연히 질이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게 되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녀의 유쾌하면서도 진솔한 목소리에 조금씩 마음을 빼앗긴다. 그렇게 잘못
용인신문 | 좋은 글은 사람을 움직인다. 위대한 소설은 한 시대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신작 '맨 끝줄 소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글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살인이나 추격전으로 긴장감을 만드는 일반적인 스릴러가 아니다. 한 편의 과제, 한 줄의 문장,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삶을 파괴하는지를 차갑게 보여주는 심리 서스펜스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한국적 정서와 대학이라는 공간을 입혀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이야기의 출발은 단순하다.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는 학생들의 평범한 과제를 읽다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아 있던 공대생 이강의 글을 발견한다. 다른 학생들의 글은 모두 비슷했지만 이강의 글만은 달랐다. 다음 문장이 궁금했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온 허문오는 자신이 평생 갈망했던 재능을 학생에게서 발견한다. 문제는 감탄이 곧 집착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점차 뒤틀리고, 교육은 통제를 잃으며, 문학은 현실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이 작
용인신문 | 넷플릭스가 선보인 영화 '단테의 손(In the Hand of Dante)'은 쉽게 소비되는 오락영화가 아니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불멸의 고전 '신곡'을 바탕으로 하지만, 중세 문학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작품도 아니다. 단테의 친필 원고를 둘러싼 범죄 스릴러의 외형을 빌려 현대인의 욕망과 탐욕, 그리고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영화에 가깝다. 작품은 7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지옥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오늘의 관객 앞에 다시 꺼내 놓는다. 영화는 바티칸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단테의 친필 '신곡' 원고가 암시장을 거쳐 뉴욕 범죄조직의 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조직은 원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단테 연구 권위자인 현대의 작가를 찾아가고, 그는 원고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점차 원고 자체보다 그것이 지닌 의미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이와 동시에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단테가 망명과 고난 속에서 '신곡'을 집필하는 과정을 교차 편집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되지만 결국 두 시대를 움직이는 것은 동일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신곡'을 종교적 서사나 역사적 유산
용인신문 | 영화 '군체'가 누적 관객 520만 명을 넘어서며 올여름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액션도, 특수효과도, 배우들의 연기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한 가지 질문 앞에 멈춰 선다. '만약 모든 사람이 하나의 생각을 공유한다면 세상은 더 좋아질까.'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SF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집단의 욕망을 파고드는 철학적 우화에 가깝다. #모두 연결된 세상은 정말 행복할까…영화 <군체>가 던진 섬뜩한 질문 사람들은 종종 갈등 없는 세상을 꿈꾼다. 정치적 대립도 없고, 세대 갈등도 없으며, 서로를 향한 비난과 혐오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 말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유토피아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이상사회라고 부른다. 영화 <군체>는 바로 그 꿈이 현실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한 작품이다. 영화 속 세계에서 개별 존재들은 하나의 거대한 의식으로 연결된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그곳에는 경쟁도 없고 배신도 없다. 누군가를 속일 이유도 없고 권력을 차지하기
용인신문 | 한때는 과장된 상상처럼 보였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육부 산하 특별조직이 출동해 사건을 조사하고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을 정리하며 무너진 학교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설정.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속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 가상의 조직을 현실에 만들자는 주장이 정치권과 교육계 일부에서 실제 정책 논의로 떠오르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조직 신설 논쟁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대한민국 학교는 이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공간이 되었을까.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은 교육부 내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교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 사안을 점검하며 관계기관 이첩까지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두자는 내용이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도 교육청 차원의 교권보호 전담기구 도입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것보다 민원과 분쟁에 대응하는 일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 문제를 넘어 법률 문제로 확대되고,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