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왕조현은 1987년 작품 천녀유혼(倩女幽魂)으로 일약 동양을 대표하는 스타덤에 올랐다. 내가 여감독과 여배우를 중점적으로 소개하자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남자배우가 싫으냐?’ 싫지 않다. 오히려 남자배우가 더 멋져 보이고 가슴이 설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감독과 여배우를 고집하는 것은 영화계가 가장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유리천정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톱클래스 여배우의 개런티는 남자배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류감독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희귀한 존재다. 또 여배우들은 성희롱과 추행에 쉽게 노출되어 각종 불이익을 당한다. 미투운동으로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감독과 여배우는 여전히 절대적인 을(乙)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가능한 여류감독과 여배우를 우선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남자배우를 소개하면 훨씬 글쓰기가 쉽다. 왕조현은 한국의 40대 이상의 영화팬들에게는 천녀유혼의 아름다운 처녀귀신 섭소천(聶小倩)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채신(寧采臣)으로 나온 故 장국영(張國榮)과 함께 ‘천녀유혼’에 출연했던 왕조현은 여자인 내가 보아도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왕조현은 이른바 책받침 여신 3총사인 브룩 실즈, 나스타샤 킨스키,
용인신문 | 내가 참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그가 노래할때는 당찼다가, 신났다가 차분하다가 반짝반짝 빛난다. 잘 웃고 그만큼 잘 운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여행지에서 기타 하나 달랑 가지고 마이크도 없이 찍은듯한 영상이다. 담담히 이야기 하듯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에는 갑작스레 비가 내린다. 그것까지 자연스럽게 담은 영상. “뿌리를 두지 않고 걸었지 내가 찾고 있는 것을 찾아서 단서는 부족했지만 시간을 친구삼아” 몇번이나 불렀을 자신의 노래를 부를때 더 단단해지는 까르. 노래만들기는 ‘내가 생각한 나의 세계로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과정’이라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이야기의 미래까지 듣고 싶다. @까르
용인신문 | 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만든이의 정성이 함께 한다. 대체로 지역에서 귀하게 여기는 식재료들이 요리에 이용되는데 문제는 사라지는 식재료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 이번주 소개할 『사라져 가는 음식들』은 식재의 기원과 각 문화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들, 그리고 식재료의 배경에 있는 사회, 문화, 정치적인 면까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필자는 열 개의 카테고리에서 34개의 식재료를 소개하며 변화하는 기후와 관계성을 규명하기도 한다.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식재료의 문제는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 “온 세계가 사서 먹는 것”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사라지고 있는 식품들에는 특별한 역사가 있고, 문화가 저장되어 있으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다양성이 배제된 식품들은 언제 어느 때 일어날 종말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8년부터 주요 식량 자원인 밀과 쌀, 옥수수의 가격 폭등이 기록적인 기아를 파생시켰고, ‘아랍의 봄’에 위기 상황에 일조했으며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의 분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음식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와 밀접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닭 오골계 소개도 흥미롭다. 공민왕에게 직언을 했다고 알려진 이달충의 시에 등장한
어둠에 익숙하다는 고백을 듣는 나의 자세 고영서 바람의 틈새를 뚫고 이미 뚱뚱해진 허무가 소리를 일그러뜨리며 다가오더니 생각 없이 늘어선 넝쿨에게 거친 키스를 마구 퍼부었어 새의 날개를 색칠하면 그것은 감추고 포장하고 거짓말하는 신기한 비밀이 된다고도 했어 아무 느낌이 없어서 그저 슬픈 경험으로만 쌓이고 마는 사랑을 끝내고 나면 무르익은 버릇처럼 보이는 건 모두 구멍이 되었으므로 달맞이꽃을 닮았다는 그녀의 고백을 웃으며 들을 수 있었어 제 한 몸 누울 온기를 찾지 못해 고통스럽게 숨을 끊어내고 있던 고양이는 동그란 창틀 곁에서 벼르던 말 한마디 끝내 게워내지 못하고 땅으로만 맴을 돌다 영정 없이 떠나고 말아 죽어가는 거미의 떨리는 다리처럼 미세하게 남은 체온이 마지막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붉게 찢긴 목소리라도 남기고 오겠다며 바다 모서리를 붙잡고 그녀는 기어이 섬으로 떠났고 나는 빈 벽에 매달려 죄인처럼 밤을 지새우는 덩굴풀만 바라보고 있었어 앓고 있던 비문증이 그녀로 가득 찼어 * 약력 : 용인문학회 정회원. 용인문학 아카데미 시낭송반 책임강사
용인신문 | 현기영의⟪순이 삼촌⟫을 읽기전에 ‘순이의 삼촌’이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고3 겨울방학에 처음 접한 소설은 이해불가의 내용이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제주 방언에서는 연장자를 성별 상관없이 ‘삼춘(삼촌)’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밭이서 죽은 사름들이 몽창몽창 썩어 거름 이듬해엔 감저(고구마) 농사는 참 잘되어서. 감저가 목침 덩어리만씩 큼직큼직해시니까” 군시절 제주 출신 한 달 선임은 고졸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내게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살 흐르는 세월에/그 향기 더욱 진하리. 역사를 공부했다는 난, 제주 4‧3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전역 후, 제주 애월에 살고있는 그를 다시 만났다. 두 살 어린 그가 인생의 선배처럼 느껴졌다. 그는 나의 ‘도그마’를 일깨워 준 스승이었다. “제주는 제삿날이 같다.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른 채 죽었다. 마을 고구마밭에서 한날한시에 대량 학살당했다. 도륙당한 시신이 썩어 거름이 되어 고구마 크기가 베개처럼 컸다. 흉년이어서 먹을 것이 없어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용인신문 | 선거가 코앞으로 닥쳤지만 양대 정당의 공천은 오리무중이다. 온갖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론조사로 경선을 대신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대한민국은 여론조사 천국이다. 대통령·당 대표·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는 필수항목이 된 지 오래다. 여론조사가 당내 경선에 허용되는 것은 정당정치와 직접투표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정당의 각급 선거 후보자는 자격요건을 갖춘 당원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 여론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선출은 정당의 대표적인 존립 기반인 후보 선출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다. 거대 양당은 공천을 계속 미루다가 선거일이 임박하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거나 이것조차 무시하고 단수로 공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에 일반 국민을 일정 비율 포함시키는 것은 당내 사정이니 시비할 것은 못된다. 하지만 일반 국민을 포함시키더라도 직접 투표를 통하여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여론조사는 아침저녁으로 다르고 세대별로 다르고, 성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일견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여 민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 채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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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 기흥구 보라지구는 택지 지구임에도 상가 건물의 주차장이 거의 없어 주차난이 매우 심각합니다. 보라중학교 앞 도로(한보라1로)에 위치한 상가들을 이용하려면 주차 공간이 없어 수 십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나마 공영 주차장처럼 사용해 왔던 보라 파출소 옆 공터도 최근 보라동 주민센터 신축공사가 진행되면서 폐쇄돼 주민들은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상가지역 인근에 위치한 한보라1로64번길은 현재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대에 한시적으로 도로변 주차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도로를 주민센터공사가 끝날때까지 상시 주정차를 허용해 주시길 청원 합니다. 학교 앞이지만 등굣길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중앙에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상가 이용이 어렵고, 이쪽 상가들은 이용자 감소로 생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주민과 상인들을 위해 꼭 상시 주차를 허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용인신문 |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용인시는 현재 기준 4개 선거구에서 30명이 넘는 예비후보가 유력정당의 본선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예비후보 중 정작 본선에 진출할 유력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용인 정가에는 민주당·국민의힘 양대 거대 정당의 ‘전략공천’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소문의 진위는 곧 그 윤곽이 드러나고, 유령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다. 유독 용인지역이 무주공산이 된 이유는 언제부턴가 지역 토박이 정치인이 맥을 추지 못하고, 거대정당에서 내려보낸 이른바 '낙하산공천'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전략공천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불명예 퇴장하면서 용인은 말 그대로 무주공산, 전략공천 지역이 되었다. 양대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가 아니면 당선되지 못하는 지역 사정도 전략공천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했다.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는 양대 정당의 대표에게 정당 위주로 투표하는 용인 유권자들의 선택은 항상 전략공천의 유혹으로 작용해 왔다. 전략공천은 좋게 말하면 중량감 있는 인물을 중앙당에서 책임지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유권자의 후보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용인신문 | 동방불패(東方不敗)의 영원한 전설(傳說) 임청하(林靑霞) 1992년 ‘동방불패’(東方不敗)가 한국에서 개봉되면서 38세로 중년의 나이인 임청하가 한국의 무협영화 팬들에게 던진 충격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었다. 당시의 한국에서는 거의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임청하는 1954년 11월 3일 타이완(臺灣)에서 태어났다. 1973년 영화 창외(窓外)로 데뷔한 임청하는 동남아에서는 인기 절정의 여배우였다. 다만 한국의 홍콩영화 팬들은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수입되지 않아 얼굴이 생소했을 뿐이다. 동방불패에 이어 임청하가 출연한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 1992),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 녹정기 2(1993) 등이 잇달아 수입·개봉되면서 당시 임청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나는 당시에는 한국에 오기 전이어서 임청하의 영화는 DVD와 영화채널의 OTT를 통하여 감상했다. 세월이 비껴간 것 같이 이목구비가 반듯한 미모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동양 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절감했다. 특히 남장(男裝)의 중성적인 매력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임청하는 종초홍, 왕조현, 장만옥 등으로 대표되던 홍콩 여배우들을 압도했다. 40세가 가까운 나이에도 30세밖에 돼
거미 조태명 검은 숲이 바람으로 샤워를 하면 거미는 거문고 줄을 조인다 현에 달린 이슬방울 튕겨내고 어제의 흔적을 지우며 오늘의 악보를 펼친다 촉촉한 바람을 구워낸 진액 심장에 발라 죽음보다 아픈 향기를 만든다 하늘로 통하는 길목에 허브 카페 열어 찾는 이와 죽고 사는 밀당을 한다 향에 취한 이가 그물에서 옷을 벗는다 거미는 슬픈 몸짓으로 줄을 타고 목덜미에 달콤한 작별의 키스를 하면 심장이 녹아내리는 짧은 사랑은 진다 한올 한올 지은 집에 빨간 새끼들 소란스럽다 식욕을 자극하는 줄의 파장 치명적 침샘 깨워 어미 몸을 녹여 서서히 삼킨다 몸집 키운 새끼들 바람줄 타고 숲으로 사라진다 하늘이 갈대로 숲길을 쓸고 가면 검은 산이 들판에 자리 펴고 앉는데 거미의 촉촉한 연주는 거문고자리 별 속에 이슬방울로 스민다 약력 2018년 『시와 소금』으로 등단 용인문학회 회원 (사)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행정학 박사
용인신문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이 도서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경험한 미술관 이야기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165~6쪽)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다. 그래서 도서는 친구 같은 책이다. 저자 브링리는 뉴요커로 성공한 인생을 사는 듯 했으나 형의 죽음이 그를 무기력으로 이끌었다. 그는 미술관으로 갔다. 그리고 10년,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얻었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87쪽) 브링리는 평범한 시민으로 오롯이 예술과 만난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 메트의 어떤 구역에서 작품을 보고 작품 설명을 살피고 작품 어디쯤 품고 있을 시간을 살핀다. 필자는 경비라서 관람객을 관찰하기도 하지만 전시 작품과 관람객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떤 발견을 하기도 한다. 작품이 주는 슬픔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힘도 얻는다. “전시실을 찾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지켜보면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