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약력: 만해 한용운(1879~1944)은 3·1 운동 민족대표 33인이자 평생 지조를 지킨 독립운동가, 승려, 저항시인이다. 1926년 한국 문학사의 불후의 명작인 시
용인신문 |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안드리 시비하 외교부 장관과 지난 6월 30일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다소 뜬금없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의 방한은 국내의 외교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뉴스에 따르면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억류 중인 조선군 포로 2명의 국내 송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두 개의 국가를 기정사실화하고 헌법까지 개정하여 영토 조항을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영토는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대한민국에 접한 국경까지로 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최소한의 대화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바늘구멍을 뚫는 심정으로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틈나는 대로 밝혀왔다.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 평화의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언론의 보도대로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조선군 포로를 한국으로 데려온다면 남북관계의 돌이킬 수 없는 단절이 뒤따를 것이 확실하다. 만약 외교부가 조선군 포로의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조선군 포로
용인신문 |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지켜보며 용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000조 원이 넘는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았고, 이 중 평택과 용인의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에만2030조 원이 투입된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용인 르네상스’는 이제 확고한 현실이 되었다. 용인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첨단산업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하지만 용인에서 도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이자 기업인, 그리고 엄마로서 이 화려한 청사진 이면을 차분히 짚어보고 싶다. 저 거대한 반도체 공장들이 모두 지어지고 난 뒤, 우리 아이들은 용인에 머물며 일하게 될까. 조금 의외일 수 있지만, 반도체 공장의 어마어마한 규모가 곧장 청년 일자리의 다양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현대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은 극한의 자동화가 이루어져 소수의 전문 인력이 통제하는 구조다. 막대한 자본과 전력, 용수가 투입되지만, 동네 구석구석에 활기를 더해 줄 다채로운 일자리는 시민들의 기대만큼 풍성하지 않을 수 있다. 가까운 성남 판교를 보면 힌트가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8
용인신문 | 남성들은 흔히 생식력이라고 하면 정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력은 힘의 문제일 뿐, 진정한 생식력은 정자의 질에 달려 있다. “정자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생식력은 숫자의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정자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건강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이 바로 복부비만이다.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 허리띠만 답답해지는 것이 아니다. 남성호르몬은 줄어들고 정자는 느려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까지 손상을 입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단순한 뱃살처럼 보이지만 몸속에서는 이미 생식 기능의 시계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방을 단순한 에너지 저장고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방은 호르몬과 염증물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내분비기관이다. 특히 복부 내장지방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전환시키는 효소의 활성을 높인다. 배가 나올수록 남성호르몬은 줄고 여성호르몬의 영향은 커진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만 만드는 호르몬이 아니다. 성욕을 유지하고 뇌와 고환을 연결해 정자 생산을 지휘하는 핵심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뇌에서 고환으로 보내는
용인신문 |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더워도 삼계탕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밥 한 숟갈 넘기기도 힘들어 냉장고만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사람도 있다. 이상하게 입맛은 사라지고 찬 음료만 찾게 되는 계절이다. 하지만 끼니를 거를 수는 없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일수록 몸은 오히려 더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이럴 때 냉장고에서 가장 먼저 꺼내야 할 음식이 있다.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다. 토마토는 참 신기한 식품이다. 과일처럼 생으로 먹어도 되고, 채소처럼 볶고 끓여도 된다. 샐러드가 되었다가 주스가 되고, 달걀과 만나면 훌륭한 한 끼가 되며, 파스타 소스로 변신하면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이 된다. 이렇게 변신을 잘하는 식재료도 드물다. 유럽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은 파랗게 된다." 토마토를 많이 먹는 계절에는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리지만, 현대 영양학은 이 속담에 적지 않은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토마토의 약 95%는 물이다. 그래서 여름철 갈증을 달래고 수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단순히 물만 많은 것이 아
용인신문 | 학교 갈 시간이 다 됐는데 반찬이 마땅치 않으면 어머니는 늘 같은 메뉴를 내놓으셨다. 따뜻한 밥 위에 노릇하게 부친 달걀프라이 하나를 올리고, 간장 한 숟갈과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려 쓱쓱 비벼주셨다. “이거라도 먹고 가.” 그 한마디와 함께 내밀던 계란간장비빔밥은 우리 세대의 가장 흔한 아침 식사였다. 그때는 그저 형편이 어려워 먹는 음식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영양학을 접하고 글을 쓰면서 문득 깨닫게 된다. 어머니들은 이미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균형 잡힌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밥으로 탄수화물을 채우고, 달걀로 양질의 단백질을 보충하며, 참기름으로 지방을 더했다. 여기에 김치 한 접시만 곁들여도 식이섬유와 비타민까지 보완되는 훌륭한 한 끼가 완성됐다. 이름도 없고 유행도 없던 '균형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균형보다 유행을 먹기 시작했다. 저탄수화물, 키토, 고단백, 간헐적 단식…. 새로운 식단이 등장할 때마다 탄수화물은 죄인이 됐다가, 지방은 악당이 됐다가, 다시 단백질이 영웅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 음식은 그대로인데 평가만 바뀐다. 최근에는 삶은 달걀이 그 중심에 섰다. 다이어트 열풍 속에
용인신문 |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1로 졌다. 답답했고, 실망스러웠고, 화가 나는 경기였다. 누구도 이번 경기력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감독의 전술도, 선수들의 움직임도, 결과도 모두 아쉬웠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경기 내용이 아니라 인터넷이었다. 포털과 SNS, 유튜브를 가득 메운 댓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수들과 감독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역대 최악이다", "32강에 가도 창피하다", "감독은 당장 나가라",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 비판을 넘어 조롱과 인신공격이 넘쳐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국가대표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구보다 패배가 괴로웠을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평생 한두 번 설 수 있을까 말까 한 꿈의 무대다. 그곳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스스로를 가장 크게 자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경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수십만 개의 비난이 쏟아진다면 과연 다음 경기에서 자신 있게 뛰어다닐 수 있을까. 사람은 격려를 받을 때 자신감을 얻지만, 끊임없이 부정당하
용인신문 |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이 화제다. 많은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교권 붕괴를 이야기한다. 무너진 교실, 폭주하는 학부모,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왜 저럴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 질문은 어쩌면 가장 쉬운 답일 뿐이다.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요즘 아이들이 왜 변했는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변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부모에게 혼나고, 형제와 싸우고, 동네 어른들에게 꾸중을 들으며 자랐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 있었다. 눈치였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었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법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외동이나 두 자녀가 대부분인 시대가 됐다. 부모와 조부모의 관심은 한 아이에게 집중되고, 아이는 경쟁보다 보호 속에서 성장한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더해졌다. 싫은 친구와도 다음 날 다시 만나야 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불편하면 차단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공동체로 이동할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보다 관계를 끊는 능력이 먼저 발달하는 구조가 됐다. 부모도 변했다. 과거 부모들이 아이를 사회에 적응시키려 했다면 지
용인신문 | 가지는 여름 밥상에 빠지지 않는 대표 채소다. 가격도 부담 없고 조리법도 다양하지만 의외로 영양학적 가치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를 수분 많은 채소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가지는 독특한 항산화 성분을 품고 있는 '보라색 건강식품'에 가깝다. 사실 가지는 조금 특이한 채소다. 오이나 상추처럼 생으로 먹는 채소도 아니고 감자처럼 든든한 탄수화물 식품도 아니다. 그런데 불을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굽고 볶고 튀기는 순간 전혀 다른 식재료가 된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가지 요리는 존재한다. 한국의 가지구이, 중국의 어향가지, 일본의 가지튀김, 이탈리아의 가지 파르미자나까지 가지는 국경을 넘나드는 몇 안 되는 글로벌 채소다. 가지를 보라색으로 만드는 색소는 안토시아닌의 일종인 나스닌(nasunin)이다. 나스닌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으로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화와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가지 껍질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껍질째 조리해 먹는 것이 좋다. 보라색은 단순히 예쁜 색이 아니다. 식물은 대개 자신을
용인신문 | 대한민국이 역사상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거대한 ‘소득 공백’의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 60세에 정든 직장을 떠나지만, 국민연금은 65세가 되어서야 나오는 ‘5년의 빈틈’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1969년생 이후 출생자부터 적용되는 이 잔인한 시차는 수백만 명의 은퇴자를 안정적인 소득 없는 빈곤의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서 ‘정년 65세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생존 과제다. 그러나 이 논쟁은 단순히 근로 기간을 5년 늘리는 차원으로 해결될 수 없는 과제다. 국가재정과 연금제도, 기업의 생존, 그리고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장 비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왜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한 최우선 현안으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 연금 개혁의 부메랑 … ‘소득 절벽’과 노후 빈곤 ‘공포’ 정년 연장 논의의 발단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의 단계적 상향이다. 국가가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연금 지급 시기를 65세로 늦추었지만,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국가가 지급을 미뤄놓
용인신문 | 올더스 헉슬리는 대중에게 『멋진 신세계』에 구현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의 소설로 유명한 인물이다. 『멋진 신세계』는 독재정치가의 강력한 권력아래 물신 포드를 숭배한다. 이와 달리 『아일랜드』는 유토피아가 그려진다. 그곳은 독재도 없고, 독점기업도 없다. 차별도 없다. 팔라는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곳이다. 그곳의 지도자들은 자신이 속한 공간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석유개발을 억제하고 절제된 삶을 영위한다. 그곳 사람들은 외부에 비해 노이로제나 심장질환이 현저히 낮다. 간호사들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암송하는 시를 봐도 팔라는 위대한 곳임을 알 수 있다. “‘나’는 나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법칙들을 따르는 복합체입니다. ‘나의’ 존재는 화학적 불순물입니다. 한 가지 원인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유일한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설에 그려진 팔라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인간의 안정과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공간이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이상적인 사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미심쩍은 면이 고개를 들며 이웃 나라 디파의 욕망으로부터 팔라가 무사할지 걱정이 짙어진다. 소설의 거의 대부분
용인신문 | 태국에는 유독 한국사람들에 입맛에 맞는 메뉴들이 많다. 고수를 제외하면, 입맛 까다로운 어른들도 즐기실 수 있다. 닭죽 같은 까이만까이, 족발덮밥 카우카무, 카레국수 카오소이, 항정살 구이, 갈비탕, 약간 시큼한 맛의 똠양꿍. 볶음국수인 팟타이와 볶음밥은 25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밀크티는 1500원. 아직 이 가격이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엄마와 여행을 할 때는 둘이서 빼놓지 않고 시켰던 메뉴가 있는데, 바로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이다. 시큼하고 맵싹한 야채무침인데, 마치 겉절이처럼 입맛을 싹 돋궈 준다. 또 다른 좋아하는 요리는 뿌팟퐁커리. 게껍질이 단단하지 않은 말랑한 게를 커리에 함께 볶아서 밥과 함께 먹는 요리다. 음식의 즐거움이 여행을 더 다채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