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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할머니, 90세 노모 봉양

용인신문 기자  2004.12.31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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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으로 쓰러져 말도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을때 어머니가 도와줬어요. 그냥 빚진 것을 갚아갈 뿐이예요”라고 말하는 69세 강아무개 할머니.

대수롭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늘 빚만 진다며 고개를 떨구는 강 할머니는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름 석자조차도 다 모르는 데 기사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기자에게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게 한 것은 중풍으로 세 번을 쓰러져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데 치매질환을 앓고 있는 90세 노모를 14년간 돌보고 있다는 것.

불편한 자신의 몸도 보호받지 못하면서 14년간 노모를 모시는 강할머니의 사연은 노인학대와 방치를 일삼는 요즘시대에 귀감이 되고 있다.

노모와 강할머니가 사는 곳은 김량장동의 한 연립주택 지하에 있는 오래된 창고다. 창고를 개조해 4년째 이 곳에 살고 있지만 보일러 난방을 들여올 수 없어 겨울이면 늘 냉방이다.

그나마 지난 2년동안은 심야전기가 들어와 전기로 따뜻함을 만들어봤지만 2003년부터 심야전기마저 고장나 훈훈함을 느낄 수 없다.

겨우 전기판넬로 바닥을 채워봤지만 지하라서 습기가 많아 누전이 빈번했고, 전기판넬이 바닥을 데울 때면 하늘 높?줄 모르는 전기세로 한숨을 쉬어야 했다.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봉사자들 역시 보일러 연결 등을 연구해봤지만 다가구 주택 전체를 뒤엎어야 가능하다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봉사자들이 보일러 문제를 꺼낼 요량이라면 강할머니의 눈치를 봐야한다. 몇 번을 물어봐도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뭐하러 이런 데까지 신경쓰느냐”면서 “우리는 정부보조금도 받고 생활하기 괜찮다”며 더 이상의 말은 꺼내지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강할머니는 중풍후유증으로 아직도 걷기와 말하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치매 증세가 있는 노모의 엉뚱한 말에도 사람이 그리워 자꾸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같은 말을 반복해도 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또 바닥과 창틀에 먼지가 있는지 손으로 확인하는 노모의 깔끔한 성격 탓에 어두운 지하방이 빛이 날 정도다. 이쯤되면 강할머니도 싫은 소리를 할 법도 하지만 “모실 수 있는 어머니가 있는 게 어디냐”며 진정한 효와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우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