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현의 아침산책’은 결혼시즌인 봄을 맞아 상현동에 사는 주부 6명과 함께 ‘시집가는 날’ 있었던 에피소드와 결혼의 의미, 변해가는 결혼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대담: 박숙현(용인신문 사장) ■ 주제: 시집가는날
■ 진행: 박남(용인신문 수지지사 본부장)
■ 대담자: ①정진이(54·상현동) ②최병숙(50·상현동) ③이규자(51·상현동) ④이수정(54·상현동) ⑤김종희(40·상현동) ⑥차경란(48·상현동)
박숙현: 반갑습니다. 봄은 여성들이 결혼을 많이 하고 가을은 남성들이 결혼을 많이 한다는 우스개 말이 있습니다. 제2의 인생이라는 결혼, 그리고 시집가는 날에 얽힌 추억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최병숙 : 결혼식 날 미용실에서 화장을 다 마치고 화관을 써야하는데 글쎄 화관을 안가지고 왔지 뭐예요. 동생에게 급히 꽃을 사오라고 했더니 카네이션으로 화관을 만들어 왔더라구요.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늦어 그냥 입장하려는데 갑자기 시누이가 신랑 키도 작은데 굽이 있는 구두를 신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하얀 고무신으로 바꿔 신으라고 제 신발을 억지로 벗기는 거예요! 하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한참을 웃었어요.
이수정 : 전 서울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그때당시 꽤 큰 예식장이어서 하객들도 굉장히 많고 복잡하더라고요. 안내양이 안내해줘서 식장에 들어가는데 긴장을 해서 그런지 너무 어지러웠어요. 결혼식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끝내고 폐백도 시댁식구들이 도와줘서 겨우 끝냈어요.
차경란 : 맞아요. 결혼식 날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결혼식을 했나 기억이 안 날 정도에요. 근데 오늘 이런 자리가 처음이어서 정신이 없긴 마찬가지인데 이집 분위기가 차분하고 차맛도 좋아서 훨씬 맘이 안정되네요.
이수정 : 근데 정신이 없어서 결국 문제가 생겼지 뭐예요. 시댁에서 준 절값을 신혼여행지에 도착해 찾아보니 글쎄 폐백하면서 도와주던 사람들이 빈 봉투로 바꿔치기를 한거에요. 돈은 없고 잠은 자야겠고,(한숨) 열악한 여관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나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몰라요.
김종희 : 전 결혼식 당일 오전에 경복궁에서 야외촬영을 했는데 사진을 찍다보니 결혼식 시간이 너무 촉박한거에요. 차는 막히고 결혼식 시작할 시간은 다 돼가고… 때마침 지나가던 경찰차가 있어 사정을 설명하니 예식장까지 호위해줘서 겨우 시간에 맞춰 들어갔어요.
정진이 : 즐거?경험하셨네요. 살면서 언제 한번 경찰호위 받으면서 가보겠어요! 정말 좋은 추억 만드셨네요. 전 3번 만나 결혼을 하기로 맘 먹었는데 혼수를 하러 다니면서 남편 한쪽 다리가 짧아 보이면서 너무 걱정이 됐어요. 근데 결혼식을 하고 나니 괜찮아 보이더라구요.(웃음)
박숙현 : 세상이 빨리 변해가는 만큼 가치관도 많이 달라지죠. 결혼관과 부부의 개념차이는 어떻게 변해간다고 생각하세요?
차경란 : 전 결혼식을 거의 혼자 준비해서 결혼했어요. 물론 속상하고 슬퍼서 결혼식날 울기도 했는데 그래도 함께 일궈가는 즐거움이 커요.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재산을 보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고 혼인신고도 살아보고 나중에 한다는 군요. 특히 재산이나 주택에 대해서도 공동명의로 하는 경우가 많구요. 우리때보다 개인적인 경향이 강해진 거지요.
김종희 : 전에는 신랑감을 정할 때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이 가장 좋다고 해서 선호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좋은 직업보다는 월급이 많고 실용적이면서 현실적인 직업을 원하는 경향이 있지요.
이규자 : 전에는 가부장적인 경향이 강해 가정일이나 가족을 챙기는 일은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맞벌이가 많아서 그런지 남편0 아내가 거의 생활분담을 동일하게 해요. 남자들의 우선순위도 전에는 직장이나 친구들이었다면 지금은 가정의 화목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요.
이수정 : 정말 그래요. 제가 6개월 전에 딸을 시집보냈는데 저희 사위랑 딸도 가정일을 철저히 똑같이 나누어서 분담하더라고요. 대신 해주는 것도 없고요. 가끔 대신해주게 되면 너무 고마워해요. 그런 사위를 보니까 점점 이뻐지네요.(웃음)
최병숙 : 우리 때만해도 한번 결혼하면 이혼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잖아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싫어지거나 서로 맞지 않으면 쉽게 이혼을 생각해요.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숙현 : 아직도 과다한 혼수비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어땠는지요? 결혼예물로는 무엇을 얼마나 해야하고 받는 것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최병숙 : 전에는 시계, 반지, 양복 한 벌이 전부였어요. 시집에는 차렵이불과 양말 정도 보냈구요. 전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정말 최소한으로 했어요. 지금은 대부분 예단비라고 해서 돈으로 주고 받더군요.
차경란 : 저도 그랬어요. 그때는 살림살이 하나 안사줘서 너무 서운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혼수 잘해가는 것이 꼭 중요한건 아니지요. 함께 살면서 일구어 나가는 아기자기함과 보람도 아주 중요하거든요.
이규자 : 전 열여섯번 선봐서 결혼을 해서 다들 잘 갔다고 부러워 했어요. 그런데 생각하고 달라 조금 실망했죠. 그래도 다행히 저금해 놓은 돈이 있어 그것으로 충당할 수 있었죠.
정진이: 시댁은 욕심이 많아 보여요. 저희는 부모님끼리 서로 친한 사이였는데도 냉장고 안해왔다고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전 자개농에 미싱까지 해가서 다들 혼수 많이 했다고 했는데 말이에요. (웃음)
이수정 : 딸 시집보낼때 한도액을 정해놓고 혼수를 했어요. 사위에게도 미리 말을 했고요. 그랬더니 오히려 아이들이 계획을 짜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 실용적인 것 만을 구입했어요. 자식 결혼시킬 때 더 좋은 것으로 많이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지만 한도액을 정해놓으니 부담도 덜 되고 애들도 서로 상의해가며 사이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박숙현: 장시간 좋은 이야기에 감사드립니다. ‘시집가는 날’이란 주제였지만 결혼과 부부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솔직한 대담의 자리여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우한아, 사진/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