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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종학 선생! 당신이 그립습니다”

용인신문 기자  2005.03.28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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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입에서 외교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거친 표현까지 나오게 만든 독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독도박물관 초대 관장이셨던 고 이종학 선생님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이 흐른다.

이종학 선생은 사재를 털어 일본을 자기 집 드나들 듯 하며, 독도와 관련된 고문서와 고지도는 물론 한일병합시말 등 일본의 강제 점령을 증거하는 자료를 수없이 수집했다.

내가 K일보 문화부기자 시절, 그는 일본에서 중요한 자료를 수집해올 때마다 꼭 내게 전화를 주셨다. “아주 중요한 자료가 있으니 잠시 들르라”는 이야기였다.

열일 제치고 수원 화서동 69의6번지에 있는 그의 자택을 찾으면 응접실엔 온통 그가 수집해온 자료로 널려 있었다.

칼라 복사비만 해도 엄청났을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손가락으로 일일이 짚어가며 해석과 풀이를 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본 문서보관서나 도서관 등에 그가 나타나면 그곳 직원들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지칭) 나타났다’고 했을 정도로 독도에 미쳐있던 노학자.

한번은 시마네 현청을 방문해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논리 정연한 공방으로 그쪽 공무원들의 코를 납작하게 누른 이야기도 해주셨다.

너무 오래?일이라 내용이 자세하게 생각나지 않는 게 너무 안타깝지만 그때 듣고 있던 나도 이종학 선생만큼 후련해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시마네 현청 공무원들의 코를 누른 순간이 포착된 사진을 액자에 끼워 걸어두고 나에게 자랑하시곤 했다.

흰 머리카락 하나 없이 건강체임을 자랑하던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목놓아 울었는지 모른다. 영원히 사시면서 독도를 수호하실 것 같던 분.

생전에 그는 “독도는 단순한 어족 자원으로 평가돼선 안된다. 지하에 매설돼 있는 무궁무진한 해양자원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시며 당시 일본에서 독도 주변 해양의 수중자원에 대해 조사한 책자를 내게 보여주셨다.

1998년 어느 날 한 소포가 집으로 배달됐다. 길죽하고 묵직하기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하며 개봉을 해보니 그 속에는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온 가족이 모두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두 4명에게 독도라는 술과 4마리의 방어를 선물한다며 “독도를 방어하라”는 뜻이라고 전해 주셨다.

선물 하나에도 독도 사랑이 넘치셨던 분. 이종학 선생이 수백종의 독도 관련자료를 기증해 홴榕沮?독도박물관. 그 때문에 초대 박물관장에 취임했지만, 정부의 안일한 처사에 항의하기 위해 박물관의 문을 닫고 관장직까지 그만두셨던 분.

어느 해 겨울 이종학 독도박물관장은 나를 데리고 울릉도를 방문했다. 독도박물관과 독도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바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독도 방문은 포기했고, 독도박물관을 차근차근 안내해 주셨다. 그는 일본의 모 방송사에서 독도박물관을 샅샅이 촬영해 갔다는 이야기도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선생의 화서동 자택 정원석은 우리나라 모양으로 배열돼 있었다. 당연히 독도를 만들어 놓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이종학 선생 부부가 거주하는 2층 양옥집은 온통 고서와 고지도, 각종 문서 등 희귀 자료로 가득 넘쳐 났다.

독도를 포함해 간도 등 우리나라 영토 문제에 천착하신 그는 특히 이순신 장군에 매료 돼 있었다. 그의 2층 서재는 희귀한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시집을 보낸다는 표현으로 자신이 평생 수집하고 연구한 귀한 자료를 꼭 필요한 기관에 아낌없이 기증해 나가셨다.

당신께서 그렇게 많은 자료를 수집해 왔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그토록 확실한 문서들을 활용할 생각조차 않았던 게 그분뿐만 아니라 나도 분통이 터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역사의 밭을 갈라는 ‘사운’이라는 호를 가지셨던 분. 정수리에 역사를 보는 제3의 눈을 가지고 계시기도 했던 그분은 평생 재야사학자의 설움을 톡톡히 당하면서도 냉철하고 명쾌한 논리와 막힘없는 실력으로 이겨나갔다. 지금 이순간 위대한 당신이 너무 그립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살아 계신다면 일본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셨을지…. 무지한 나에게도 역사를 보는 눈을 갖게 해주시길 빌어본다. <박숙현/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