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기가 폴폴 넘쳐나는 봄날에 이사, 정든 골목과 이웃을 뒤로하고 떠나야 했던 아련했던 기억과 새로운 생활로 출발하는 설레임과 즐거움이 담긴 추억을 동천동에 사는 주부 7명과 나누어보았다.
■대담: 박숙현(용인신문 사장) ■주제: 이사가는 날 ■진행: 박 남(용인신문 수지지사 본부장)
■대담자: 1. 박명숙(52, 동천동) 2. 강석화(57, 동천동) 3. 윤원주(45, 동천동) 4. 김영미(35, 동천동) 5. 신경혜(63,동천동) 6. 이양주(38, 동천동) 7. 최신나(38, 동천동)
박숙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이사가는 날 하면 여러가지 애환과 즐겁고 애틋한 사연이 많은데요 그중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으신지요?
신경혜: 잠시 전세를 살다 집을 마련해 이사를 하게됐어요. 이사하는 날 전세 잔금을 받았는데 이사짐 꾸리고 옮기느라 잔금 받은 가방을 잠시 방안에 놓아두고 나갔다 왔지 뭐예요. 새로 이사한 집에 잔금을 치르려고 가방을 열어보니 50만원 짜리 수표 한장이 없어진거에요.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가났는지 몰라요. 그때 아픈 경험을 한 이후부터는 가방은 꼭 제손으로 챙긴답니다.
강석화: 새댁때였는데 겨울에 이사를 하게 돼서 장독을 깨끗히 씻어 냄새가 없V지라고 물을 채워놓았어요. 이사하는 날 장독을 옮길려고 보니 물이 얼어 장독밑이 다 깨진거에요. 그때 저희 시어머니께 “나도 그런적이 있다”며 오히려 저를 격려하시고 감싸주셨어요. 그날 이후부터 저도 나중에 며느리가 생기면 어떤 잘못을 해도 격려해주고 다독여주어야 겠다고 결심했어요.
박명숙: 원래 살던 아파트에서 바로 옆 라인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됐어요. 우리끼리 이사를 하기로 하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엘레베이터는 없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짐을 하나씩 다 옮길려니 보통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때 먼 이사보다 가까운 이사가 더 힘들다는 걸 깨달았어요.
윤원주: 전 뉴질랜드에서 8년을 살다가 왔어요.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집을 장만해 이사를 하더니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주방으로 갔하는 날이었는데 집안 집안 식탁위에 정원에서 딴 들꽃이 꽂혀있는거에요. 메모와 함께요. 그 메모에 ‘먼저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이다. 이집에 살면서 아이도 낳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당신 가족에게도 우리와 같은 행복이 있길 바란다’고 쓰여있더라구요. 그뿐이 아니라 집 정원에 계절별로 피는 꽃이며 정보를 가득 적어 놓았어요. 그 사람의 추억과 애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했는지 몰라요.
최신나: 정말 선진국이라 그런지 이사하는 문화도 많이 틀리네요. 또 다른 점은 없나요? 배울만한 점이라던지.
윤원주: 우리는 이사를 하면서 우리 물건은 남기지 않고 다 가지고 가잖아요. 근데 그곳에서는 이사오는 사람을 위해 화장실 마다 휴지를 넉넉히 남기고 휴대용 비누를 남겨 더라구요. 그만큼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이지요.
이양주: 이사를 가신분의 마음도 아름답지만 그런 작은 행동에 감동하고 고마워 하시는 마음도 아름다우시네요. 최근들어 우리나라도 이사하는 문화가 많이 틀려져서 이런 작지만 고마운 배려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거든요.
김영미: 저희 집으로 새로 이사오신 분이 할머니셨는데요 이사하는 날 저희에게 형편이 좋아져 이사를 하는 것이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절대 청소를 하지 말고 가라고 하셨어요. 우리네 복을 가지고 가야하지 않겠냐면서요.
박숙현: 옛날과 달리 이사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과 달라진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명숙: 예전에는 이사가는 날 온 친척이 다 모여 리어카로 이사를 했지요. 어머니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손님들 식사 대접해야 한다고 화덕불이 꺼질까 노심초사하셨구요.
지금이야 식당에 시켜먹거나 사다먹으면 되지만요. 그런데 다음에 이사하면 여기와서 식사를 해야겠어요. 음식이 너무 맛있고 푸짐해서 딱 인것 같아요.
신경혜: 50~60년대에는 대부분 리어카에 짐을 실어 이사를 했어요. 지금이야 이삿짐센터에서 다 옮겨주고 정리까지 해주지만요.
이양주: 전에는 이사를 하면 동사무소에 주소 이전만 신고하면 됐잖아요. 지금은 은행, 카드회사 등 새로운 주소와 전화번호 신고해야 하는 곳만도 50군데가 넘어 보통일이 아니에요.
최신나: 옛날에는 이사하기 전에 미리 집 터나 그 집에 얽힌 이야기, 집 방향 등을 다 알아보고 이사했잖아요. 지금은 그런것은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조망이나 교통, 학군 등을 더 중요시 해요. 또 전에는 가장인 아버지 중심으로 집을 정하고 이사시기를 정했는데 지금은 아이들 중심으로 이사를 정해요.
김영미: 이사하는 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옆집 애기 엄마가 갓난쟁이를 엎고 새벽부터 김밥과 샐러드 과일을 싸서 가져다 주었어요. 근데 지금은 이사하기 전에는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이사한다고 하면 “잘가”하고 끝틸×? 이웃간에 정이 매마른거지요.
박숙현: 이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나 이점만은 꼭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점은 있는지요? 또 나만의 이사 비법은 어떤 것일까요?
신경혜: 이사할 때 가족 각자에게 자신의 짐을 분담 시키세요. 자기 짐에 대해 책임감이 생겨 절대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아요. 특히 일주일 전부터 가포장을 해 놓으면 이사할때 짐을 싸고 푸는것이 훨씬 수월해져요.
강석화: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 엄마 혼자 짐을 싸다 보면 다른 가족의 중요한 짐을 소흘히 할 때가 있어 잃어버릴 수도 있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잖아요.
김영미: 전 이사하는 날 아저씨들께 드리는 점심값을 오전중에 미리 드려요. 그러면 아저씨들의 일하는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별거 아닌것 같지만 좋은 방법이에요.
윤원주: 이사를 하다보면 이사 나가는 날과 새집으로 들어가는 날이 안맞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러면 짐은 이사짐 센터에 맞기고 며칠동안 찜질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색다른 경험도 되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좋은 대책방안이에요.
박숙현: 장시간 가슴 찡하고 재미난 이야기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가정에 더욱 좋은 일들만 생기엽?바라고 용인신문에 보다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정리/우한아, 사진/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