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용인칼럼]카지노에는 창문이 없다

용인신문 기자  2005.04.11 17:11:00

기사프린트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내기를 좋아한다. 친구들이나 동네사람들과 약간의 돈을 걸고 고스톱을 즐겨하며,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칠 때는 타당 얼마씩의 돈을 걸고, 가끔은 친구들과 술 혹은 저녁식사를 걸고 당구를 치기도 하며, 또 어떤 때는 집에서 식구들과 카드로 극장구경시켜주기 내기를 하기도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한국사람들은 내기를 참으로 좋아하는 것같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녀석은 어릴 때 내 구슬과 딱지를 많이도 따가더니 중년이 되어서 서울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근처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나서도 음식값내기 단추싸움을 하자고 하였다. 양복단추를 서로 옭아맨 후 둘중 하나의 단추가 떨어질 때까지 서로 잡아당기는 촌스러운(?) 내기를 말이다.

이런 내기외에 내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들이 또 있다. 각종 복권을 비롯하여 경마, 경륜, 그리고 카지노가 바로 그것이다.

카지노로 재산을 날리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전에는 국내에 카지노가 있어도 외국인들만 출입토록 하였는데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는 내국인도 자유롭게 출입토록 하므로서 패가망신을 공공연히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은 꼴이 되었다. 그것도 폐광으로 지역경제가 망가진 탄광도시 정선에서. 과연 정선카지노로 경제적 도움을 받은 사람과 반대로 해를 입은 사람의 숫자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많을까?

카지노는 쉽게 말해서 도박이다. 도박은 한 번 맛을 들이면 거기에서 헤어나오기가 매우 어렵다. 그 마력은 마약보다도 강해서 자력으로 끊는다는 것은 어지간한 의지로는 불가능하다.

카지노를 경영하는 측에서는 끌어들인 손님을 오래 머물게 해야 수지가 맞는다. 손님들이 세상을 잊어버리고 도박에 푹 빠지게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바깥세상과는 단절되어 있는 밀폐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카지노에는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창문, 거울, 시계가 바로 그것이다. 창문을 통해서 밝은 바깥세상을 보여줘서는 안되며, 거울을 통해서 도박으로 초췌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서도 안되고, 시계를 통해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알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 업주측의 경영전술이다.

카지노의 실내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이런 것들이 변화하면 손님들의 뇌를 자극하여 집에 가고싶은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카지노의 바닥이 붉은 카펫으로 된 것은 빨간색이 인간의 충동심리를 부추기는 색이기 때문이며, 카펫이 두터운 것은 자극적인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백화점에도 창문이 없다. 그 이유는 카지노와 비슷하다. 햇볕은 옷감을 비롯한 각종 상품의 색상을 변질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직사광선은 금물이다. 그리고 보다더 중요한 이유는 손님들의 시선을 외부세계와 차단하고 진열대의 상품에 붙들어 두기 위함인 것이다.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창문을 없애면 손님들은 좀더 오래 매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거리의 풍경이나 집안의 근심거리, 심지어 자신의 지갑 사정도 잊어버리게 하고 쇼핑에 푹 빠지게 하려는 것이다.

인공조명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보다 사람들을 충동적으로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고객에게 시원스런 전망을 서비스하겠다며 대형 창문을 설치했다가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사례도 많이 있다. 서구의 경우 최근에 어떤 특수한 냄새가 인간의 구매본능을 충동질 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어서 백화점들이 앞다투어 매장에 이 냄새를 뿌리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