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심
분리되지 못한 몸에 전이된 둥근 상처 난류와 한류가 교차되는 지점 깊숙이 붉은 살이 묻어난다 난산이다 어둠을 잡아 뽑던 바다가 검은 등에 환한 빗금을 친다 바다의 입에서 역류가 시작 된다 갑자기 말갛게 원을 그리며 보일 듯 말 듯 물먹은 종이 한 장을 막 찢고 배 한 척이 미끄러져 나왔다 밤새도록 별빛과 밝기를 겨루던 백열전구 입 안 가득 흰 파도를 쏟아 낸다 바닷물이 푸드득 소리 내며 방파제를 향해 달리자 그림처럼 일어서는 부부 그물을 던지듯 풍경화 한 장을 물속에 풍덩 던져 버린다 푸른 그물에 걸린 늙은 꿈이 물에 젖는다
붉은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막 들어 온 오징어가 물을 뿜으며 꿈틀 댄다 오래 전 알았던 사이처럼 주름 깊은 여인의 손안에 내 손이 반짝이고 있다 꼭 우리 딸같이 생겼네 어디서 왔나 서울서 왔나 말끝에서 그리움이 착착 감겨 왔다 손을 끌며 자연산 회 먹어봤나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자연산은 아무때나 나오나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한 반지가 굵은 손마디에 걸렸다 김나간 소주 반병을 내게 건네며 요즘 술 못 먹는 여자들도 있나 뭉클하?소주가 찬바람과 함께 넘어 갔다 산오징어 다섯 마리 만원
줄까?
* 현대시 6월호게재 작품
■ 조성심
열린시학 등단
용인문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