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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애 (靈愛)

용인신문 기자  2005.05.30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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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애야
보리꽃이 핀다 보리꽃이 피면
우리 놀던 보리밭에
까마득히 슬픔이 온다
석양이 공산 내려가는 하늘 아래
네 그림자와 내 그림자가 포개어져
수평선 들어앉힌 마음에
한달음에 뛰어오를 것만 같은 봉화산도 선을 넣어
꽃신 태워 넘어오는 보리밭길 너머 뜸북새 울고
그 신호에 맞춰 뱃속에서 꼬르륵하던 우리
어머니가 끓여주던 전복죽 생각하면
깜부기도 못먹어 환장한 풀날로 벼러진다
소록도에 관한 전설 풀어 바다에 부릅뜬 영애야
자궁 비워두고 그리움이라도 안아보는 날이면
바다가 들어올리는 보리밭에 평야 끌고 와
순간순간 생에 물결치는 오르가즘이란 것도
따지고보면 우리가 꿈꾸던 사랑 아니더냐
곧 어둠이 당도하려는지 서쪽하늘 벌겋게 달아오른다
헉헉 붉은 해는 몸 사른 하루에 지긋이 눈 감고
보리밭에 자지러지는 비명은 깊어만 가는데
새가 난다 새가 날아
하늘바다에 봄배 같은 초승달 띄워놓고
고독한 입술 한 세상 조용조용 떠밀어
망망대해 눈물로 저어야할 네 청춘이
첫날밤 젓내음처럼 향그럽다
순수할 것 하나 없는 이 세상도
콕콕 옆구리 찌르는 손가락도
무에 그리 슬프다고
반기느냐

■ 권삼현
해방문학상 수상
10.18 문학상 당선
월영 문학상 수상
용인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