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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한을 향학열로 불사르며

용인신문 기자  2005.06.20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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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에 앞서 어르신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안락한 전당을 마련해 주신 용인시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양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불철주야 프로그램 개발에 혼신의 정성을 다하는 용인시여성회관 측에도 강사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회고해 보면 대한민국은 소용돌이 치는 근현대사의 격동을 묵묵히 견디어 왔다. 어처구니 없는 일제의 침략,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 민주화의 외침 4.19혁명, 그리고 가난을 딛자고 일어난 5.16군사정변 등등. 많은 내우외환속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참으로 힘겨운 역경을 헤쳐 나갈 수 밖에 없었고 또한, 물적·정신적 가난과 싸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조선 500년 유교의 전통이 오늘에도 이어 오는 가운데 여성이 받은 고통과 차별은 이 글에 담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인양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여성들은 세계 어느나라 여성보다 지혜롭고 강인하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니들의 지극한 자식사랑에 대한 은근과 끈기와 노력이 그리고 슬기와 인내가 있어 오늘 이 정도의 대한민국을 갖게 된 것이다.

그분들의 희생덕분에 자녀들은 바르고 떳떳이 당당하게 자라 각 분야에서 능력과 소질을 발휘하며 또 다른 이 나라의 미래를 향해 힘찬 자맥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님, 어머님의 슬기의 젖을 힘차게 빨던 힘을 다하여…”

이제 모든 희생의 뒤안길에 남은 것은 굵게 팬 주름과 자신이 가고 싶은 버스노선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무식. 지난 세월 각고의 대가 치고는 너무도 가혹한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좌절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이미 문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식들을 뒤로하고 며느리가 알까 두려운 자존심도 툭툭 털고 오직 배워 보겠다는 일념으로 용기를 내어 이곳 여성회관 실버한글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러기에 그 분들의 눈빛은 빛났고 그 열기는 용광로와도 같았다.
아마도 마지막 꺼져가는 촛불이 빛을 발하듯 어느 강좌 수강생보다도 진지했고 교실 분위기는 성전과도 같았다.

40여년 교편을 잡았던 필자는 그 분들의 열정을 받아 절로 힘이 솟구침과 동시에 1회 두시간 꼬박 120회 수업에 화장실 다녀 오시라 해도 휴식시간없이 계속 쓰고 익히시는 모습에 코끝이 시큼해짐과 함께 그저 “해 드려야 겠다”는 굳은 신념과 사명감을 갖?되었다.

필자는 오랜 교편생활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총동원해 혼신의 열정으로 봉사하리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언젠가 한 어르신이 내게 와서 “글을 완전히 터득할 때까지 선생님은 우리 곁을 떠나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다른 강의를 다 전폐하는 한이 있어도 이 강좌는 끝까지 놓치지 않겠다고”말씀드렸더니 몇 번씩 투박한 손을 내밀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오랜세월 가르치는 일 밖에 몰랐던 필자에게 이토록 보람을 느낀 때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을 즐겁게 성취의 보람을 맛보게 해 드릴까? 어떻게 하면 못배운 한의 돌덩이 같은 응어리를 풀어 드릴까? 하는 생각으로 월·토요일만이 기다려졌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허락하신 신(神)께 깊이 감사를 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남은 생애 건강한 모습으로 생을 마치는 그 날까지 향학열을 불태우실 것을, 그리고 혼신을 다해 어르신들게 봉사할 것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약속 드린다.

마지막으로 여성회관에서 강의하는 모든 강사여러분! 우리 힘을 내어 더욱 열강합시다. 이것이 자신에게 마지막 강의일 줄 모른다는 일념으로 특히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온갖 졀?성을 다합시다.
다시 한번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관계자 여러분께 고개숙여 진심깃든 감사를 드리며, 항상 건강과 행복, 평화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