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춘천 ‘국제마임축제’-몇 시간이나 줄을 선 탓에 너무 아팠던 허리통증을 일거에 날려 버린 ‘休 -플레이스’.정말 안에 들어가면 영원히 쉬고 싶은 빛의 집이다.
② 일산 ‘세계빛엑스포2005’-빛과 어둠이라는 대비를 통한 환상적인 축제. 실외 행사도 좋았지만 공모전을 통한 텐트전시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작가의 디지털 아트.
③ 영화 ‘시카고’-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춤과 노래와 더불어 인생의 굴곡을 펼치는 뮤지컬 드라마.
④ 벨마 켈리역의 캐서린 제타존스-강렬하고 매혹적인 연기를 펼쳤다. 아마 마이클 더글라스가 역시 결혼하기 잘했다고 흐뭇해했을 것 같다.
⑤ 클라라 보우-1920년대 히로인으로서 플래퍼 룩의 상징적 인물. 미간을 넓게 그리는 가는 눈썹, 창백한 피부, 헝클어진 곱슬머리 등의 메이크업을 유행시켰다.
⑥1920년대 의상-당시 유행을 풍미했던 젊은 여성들의 플래퍼 룩. 재즈와 춤을 즐기기 적합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광택 있는 소재나 장식이 많았다.
“빛이 있으라!”
창세기 첫 장에 나오는 말이다.
즉 빛에 의해 우주만물을 창조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올 해는 빛에 대한 행사가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우선 아인슈타ダ?서거 50주년을 맞이하여 상대성 이론의 핵심인 ‘빛’을 주제로 한 행사가 지난 4월에 있었다. 미국서 쏜 빛이 태평양을 횡단하여 부산 광안대교를 점등하는 환상적인 축제였다. 아인슈타인의 빛은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아 중국으로 넘어갔다.
또한 춘천의 문화를 항상 업그레이드 시키는 국제마임축제 기간동안 설치했던 ‘休-플레이스’는 관객의 인기가 높아 2~3시간 줄서는 게 예삿일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최근에 막을 내린 ‘세계 빛 엑스포 2005’도 몇 달 동안 사람의 환성을 자아내며 일산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런데 왜 빛에 대해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혹시 제 2의 창세기가 시작하는 건 아닐까.
빛은 어두울수록 더 빛난다. 만약 일산의 밤을 환하게 달구었던 찬란한 빛 구조물들에다 낮에 불을 켜 놓았다면 밤에 보는 것처럼 황홀했을까. 아마 조명등 설치의 조잡함과 색의 유치함 때문에 다들 질색하며 투덜거렸을 거다. 이처럼 빛은 어둡고 고독할 때 더 사랑받는다. 요즘같이 세상살이가 불안하고 점점 외로워지는 우리들에게 딱 필요한 것이 빛이다.
현대 사람들의 소통 도구라 할 수 있는 패션도 빛은 여러모로 사랑받고 있다. 패션에 있어서 빛은 주로 재질감으로 표현한다. 광택 있는 실로 짜거나 수를 놓고 금박 문양을 찍고 인조보석이나 유리를 달기도 한다. 올 여름 많이 입는 티셔츠의 장식을 보면 이와 같은 유행을 알 수 있다.
영화 ‘시카고’를 보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번쩍이는 드레스를 입고 현란한 춤을 추는 두 여자 주인공한테 아마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캐서린 제타존스의 열정적이고 섹시한 춤과 연기에 많은 남자들은 숨을 멈추었을지도…. 영화는 당시 ‘보드빌’이라고 하는 통속적인 쇼의 최고 배우인 벨마(캐서린 제타존스)와 연예계를 동경하는 록시(르네 젤위거)의 한판 승부를 신나게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인 시카고하면 뭐가 떠오르시는지? 내 경우는 역시 ‘갱’이다. 어떤 남자가 양복 멋지게 차려입고 높은 최첨단의 빌딩을 나가려는 순간 어딘가에서 총 세례를 받는다. 그러자 남자 뒤에 있는 ‘어깨’들도 몸 어딘가에서 총을 꺼내 대응하기 시작한다. 음, 역시 시카고라는 도시는 하드보일드한 이미지가 강하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로 빛이 필요한 시대였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났으나 많은 사람들은 즐거운 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정신적 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질서와 가치관이 무너져 내린 상실감을 재즈로 풀었다. 젊은 남성들이 전쟁에 의해 희생하자 많은 여성들이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다.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됨으로써 나타난 ‘플래퍼 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플래퍼란 ‘말괄량이’란 뜻으로 1920년대 자유를 찾아 복장, 행동 따위로 관습을 깨뜨린 젊은 여성을 가리키며 소매 없는 드레스, 담배를 문 모습, 진주 목걸이같은 것들이 플래퍼의 특징이다. 당시 헐리우드의 히로인인 클라라보우가 플래퍼 룩을 잘 소화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변해 가는 사회와 가치관의 혼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짧은 보브 헤어스타일에 짙은 화장, 붉은 입술을 하고 재즈에 맞추어 춤추기 쉽게 트임이 많이 들어간 빛나는 홀쭉한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들이 1920년대 암흑기의 빛이라 생각한다.
김미경/동명정보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