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동안 저희들에게 베푸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올바르고 거짓없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 저희들은 이제 졸업과 함께 이곳을 떠나지만 마음은 언제나 선생님 곁을 떠나지…."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양지면 대대리 한터 초등학교(교장 오춘식)에서는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골학교인 탓에 졸업생 신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은 고작 13명. 개회식사와 학사보고에 이어 졸업장이 수여되자 이들은 차례로 앞으로 나갔고 모두가 졸업장을 받았지만 13번째 앉아있던 가장 키가 크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한 학생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상장과 상품을 전달할 때도 이 학생의 이름은 단 한차례도 불려지지 않았다. 모두 50여장의 상장이 12명에게 골고루 전달됐지만 단 한 장도 이학생의 몫은 없었다. 이 학생은 졸업생이 아닌 청강생이었기 때문이다. 김혜미양(15).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호적이 없었기에. 엄마의 얼굴도 모른 채 막일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혜미가 호적을 찾은 것은 지난 98년 12월 30일. 바로 이학교 졸업생들의 담임이자 용인향토학교의 교사인 이강만선생이 청와대를 비롯한 각급 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관계기관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뒤였다. 이후 이선생은 야학인 용인향토학교(교장 정필영) 학생이던 혜미를 지난해 9월 청강생 자격으로 이학교에 데려왔고 그녀는 15년만에 처음으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이 자리에는 한 학생이 앉아 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호적이 없어 단 한차례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김혜미양입니다. 명예졸업장만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면 이 아이의…". 폐회사 도중 이강만선생은 말을 잊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혜미는 그러나 밝은 표정을 잃지않고 자신을 아껴준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않았다. 자신이 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준 교장선생님,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식들과 같이 수업을 받아도 좋다고 동의해 준 학부모 등…. 이날 시원이 어머니가 장학금 10만원을 내놓았고 지연이 고모는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피아노와 컴퓨터를 무료로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다. 혜미는 비록 졸업장은 받지 못했지만 ‘사랑’이란 선물을 한보따리 얻었다. "저를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게요". 혜미의 또 하나의 졸업식은 이렇게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