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1일까지 덩샤오핑(鄧小平)은 ‘남순강화(南巡講話)’란 이름 하에 남부지역을 시찰하면서 개혁개방의 확대·심화를 독려했다. 굳이 강화라는 이름을 붙여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 발언을 계기로 공산당 지도부가 자극을 받아 활기를 잃어가던 개혁개방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의 ‘균형발전론’은 장쩌민(江澤民)의 ‘선부론(先富論 ; 동부 연안을 먼저 발전시킨 뒤 내륙으로 확산한다)’으로 이어졌으며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는 다시 ‘균형발전론’으로 대체되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이 동부 연안의 경제개발 지역을 주로 시찰했던 것과 달리 후진타오는 총서기 취임 이후 서부와 내륙 농촌의 빈농을 찾는 서민적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8월 22일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 기념연설에서는 “개인 풍요의 기초를 쌓는 1단계와 나라 전체의 경제발전을 가져오는 2단계를 거쳐 이제 십 수억 인민의 생활을 샤오캉(小康 ; 중등생활) 수준에 이르게 하는 제3단계에 진입했다”고 ‘균형발전론’을 제시했다. 급속한 개혁개방으로 인한 지역 및 도농(都農) 격차 등 부작용을 시정하면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 중국경제 국제사회 관심의 대상
오늘날 중국은 개혁개방을 제창하고 나선지 불과 20여 년만에 세계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였으며 중국인들은 21세기는 중국이 세계의 역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신념에 차있다. 중국의 사회주의경제는 그 실체가 무엇이며 과연 계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78년 이후 중국에서는 국유기업의 개혁이라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외형의 문제보다 기업경영상의 체질 개선과 기업의 재산권 자체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진다. 국유기업의 본격적인 개혁이 시작되면서 중국정부는 사상투쟁에만 몰두했던 과거의 좌경착오에 의한 경제발전상의 오류를 지적하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경직성과 저효율성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을 제기했다. 중국정부가 추구하는 국유기업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현대기업제도’의 정착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의 사회주의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은 이제 원래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인민들이 자유를 통한 행복과 사유재산, 돈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교조적인 공산주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되돌려 놓는 행위는 개성에 따라 다채롭게 입고 있는 고운 옷을 억지로 다 벗기고 레닌복으로 갈아입히는 것보다 어렵고도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토가 방대하고 인구가 많으며 국민의 평균적 교육수준이 매우 낮다. 중국인들은 학력을 문화수준이라고 하는데 초등학교 졸업 미만의 문화수준을 가진 인구가 전체인구의 80%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서구식 민주주의는 국민의 민도가 극도로 낮은 데서는 실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 두마리의 용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중국 사람들은 옛부터 용을 최고 권력자인 황제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그러므로 중국의 정치풍토는 절대로 두 마리의 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은 공산당 영도하의 다당합작제도를 통해 통치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을 중심으로 8개의 민주당파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공산당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며 중국공산당은 절대로 자신들의 대체세력이 자라나도록 수수방관하지 않는다. 중국의 정치풍토상 정경분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현재 진행중인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는 성패를 떠나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는 종래의 사회주의 경제가 파산하여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에 상반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론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겠는가? 이것은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자본주의 계획경제가 될 것이다. 중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사회주의 경제이론이 잘못 됐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과도기의 혼란을 방지하고 안정 속의 발전을 추구하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버릴 수 없었다.
진리는 보편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는 중국의 역사적인 토양과 문화적인 배경 속에서나 가능하다. 중국을 제외한 종래의 어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그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이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라는 이름 이래 세계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안고 있는 제반 현실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