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 일부 부서들이 오늘부터 새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도처에 휘발성 물질이 채 가시지 않았기에 조금은 어수선할 것입니다. 공간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한몫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시 행정이 꾸었던 꿈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행정과 인간과의 관계가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되짚어 보게 됩니다.
행정은 사람들의 현실의식에서 얼마나 앞서가야 타당한 것일까요? 나의 이 의문은 생뚱맞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행정은 그때그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서 처방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만큼 행정은 생리적으로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뒤좇아 가는 것일 겁니다. 앞서 간다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걸음에 비유한다면 이미 갈 방향이 제시된 상태에서의 반보.
그렇습니다. 행정은 뒤좇아 가거나 반보 정도 앞서 가는 것으로 자신을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행정가나 공무원 모두 행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대부분 보수적입니다. 튀기보다는 낮추고, 내세우기보다는 감추고,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조용히 푸는 게 그들의 생리입니다. 때문에 적지 않은 오해도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고리타분하다는 건 약과입니다. 복지부동이나 조어인 복지안동(伏地眼動)이 오해의 대표적 언어입니다.
이러한 오명을 갖고 있는 행정에서 반보가 아닌 한보를 앞서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칭찬을 받을까요? 아니면 핀잔을 들을까요? 아마 십중팔구 핀잔을 들을 것입니다. 오늘 내가 첫 출근을 한 행정타운이 바로 그 적절한 예입니다. 핀잔은 차라리 애정입니다.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비판은 그 무엇이든 달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행정타운은 그 정도를 벗어나 저주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습니다.
새 청사 부지면적과 행정타운 전체 부지면적을 혼동한 저주! 행정타운 내에 무엇이 들어서는지 조차 무시된 저주! 행정타운이 어떤 컨셉으로 건립되는지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은 저주!
나는 저주를 가급적 비판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당사자들에게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형성된 부정적 시선은 쉽게 거둬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것에 대한 답답함이 조금은 남아 있는 채 오늘 새 청사로 출근했습니다. 죄가 있다면 아마 현실의식에서 행정이 한 걸음 이상 앞서간 죄가 아닌가하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행정타운은 분명 시대를 앞서간 기획이자 창조물입니다. 행정공간을 자연 속에 배치하고 그 속에서 문화와 복지를 누릴 수 있게 한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인 까닭입니다. 운동을 하다가 행정서비스를 받고, 자연공원에서 휴식도 취하고, 그림 전시회를 둘러보고, 음악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창출은 현시대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바로 그 현실에 적응하고 합당하다는 걸 인정하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달아나야 합니다. 미래라는 현실로 말입니다.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합당한 것이라면 반보 아니라 한 발 이상 앞서 나가도 어떻습니까? 핀잔이나 비난, 저주를 좀 받으면 어떻습니까?
행정은 이제 욕먹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사람들의 뒤나 좇아다니면서 그야말로 면피나 하려면 그건 분명 행정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창조가 곧 경쟁력인 시대와도 맞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