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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공주인가?

용인신문 기자  2005.08.29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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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거리는 핑크빛 드레스와 굽 높은 신발에 레이스 스타킹을 신은 공주풍 여자가 소똥냄새 나는 시골에 나타났다. 영화 <불량소녀 모모코>에서 여주인공은 어쩌다 일본의 시골마을에 살게 됐지만 사실 그 여주인공이 꿈꾸는 삶은 18세기 로코코시대의 공주풍 생활이다.
싸구려에 열광하는 짝퉁 마을속에서 우아한 공주풍의 인테리어와 패션을 고수하려는 주인공의 좌충우돌 우정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의 패션은 그 자체로도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주인공으로 나온 후카다 쿄코는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에서 꽃미남 원빈의 상대역을 맡아 한국에도 친숙하고 청순하며 섹시한 이미지의 배우다.

2. 이번 주부터 방송하는 드라마 <웨딩>은 제목 그대로 결혼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조건만을 따진 중매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결혼에 있어 정말로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데에 의미를 둔다고 한다.
과연 결혼은 어떤 것에 의해 지탱할 수 있는 것인지, 사랑이 밥먹여주지 않는다는 현실파와 사랑이 없으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사냐고 하는 사랑파, 둘다 불완전할 뿐이다.
어쨌든 점점 결혼률이 낮아지고 있는, 심지어 35년 뒤에는 일부일처제가 없어진다는 추축까지 나오는 현대사회에서 결혼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보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웨딩>의 여주인공 장나라는 부잣집 딸이다.
왕자와 선을 보는 공주 장나라는 연한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우아하게 선을 본다.

3. 시작하기 전 기대가 많았지만 시청률이 따라주지 않는 비운의 드라마 <루루공주>는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현대사회에서 재벌집 여자는 공주라는 설정하에 진행한다.
주인공인 김정은은 길거리 떡볶이 값을 카드로 계산하려 하지만 좋아하는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스커트 자락을 찢기도 하는, 즉 세상살이에는 무지해도 본능엔 지극히 충실한 공주다. 공주답게 혼자서는 도저히 손질할 수 없는 푸들형 헤어스타일과 다양한 로맨틱 스타일의 패션을 보여준다.

4. 21세기가 시작하고도 대중에게 있어 공주, 혹은 공주풍은 인기가 있다. 먼 나라 아니면 동화에나 나오던 공주는 여성들의 영원한 판타지가 되어 버린 듯하다.
심지어 자기가 공주풍을 소화해 낼 수 없는 여성들은 인형을 대신하여 대리 만족을 얻기도 한다. 20세기 직전에도 공주 신드롬이 있었다.
김자옥이 왕관을 쓰고 공주풍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던 때가 생 날 것이다.
영국도 아니 한국에 웬 공주? 그 당시엔 공주병이라고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생뚱맞지만 질병으로 취급받았던 것이다. 공주병의 탄생 배경을 살펴 보면, 신세대들이 내 멋에 사는 것을 추구하고 개성을 존중하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개성은 곧 자기 주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었다.
자기 주장을 서슴치 않다 보니 예전에 겸손, 절제 등으로 억제되었던 관습과 갈등이 마찰을 일으켜 내면욕구가 터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잘난 멋과 맛이 유행처럼 번져 뭘 이루어내고자 하는 강한 욕구와 다른 사람의 비난이 어우러져 ‘공주’와 ‘병’이라는 괴상한 합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시절에 하필 공주였던가?
그것은 사회적으로 지존파니, 막가파니 하는 무지막지한 시대의 반동으로 달콤하고 동화적이며 환상적인 모티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억지 웃음과는 전혀 다르게 심플하고 가벼운 문화를 향유하고자 했던 것이 특징이었다.

5. 2005년 공주풍 패션의 특징은 Romantic이라 할 수 있다. <모모코>에 나오는 공주드레스는 마치 코스프레, 즉 만화주인공의 패션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복제의 성격이 뚜렷하기에 열외로 치고, 공간은 좀 다를지 몰라도 우리와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는 드라마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패션은 그러하다.
장나라가 유럽 왕실의 오리지널 프린세스들이 좋아하는 심플하고 우아한 스타일이라면 김정은이 입고 나오는 패션은 요즘 유행하는 로맨틱 보헤미안 스타일이 많이 보인다.
여하튼 두 스타일 모두 21세기 이후 패션에서 중요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공주가 되고 싶은 여성이 늘었다는 반증인 듯 하다.

1. 불량소녀 모모코 : 로맨틱 스타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로코코시대의 드레스를 만화풍으로 보여준다.
2. 웨딩 : 부잣집 딸에다 공주과에 속하는 장나라. 심플하고 우아한 드레스는 유럽 오리지널 공주풍이다.
3. 루루공주 : 작년부터 유행하고 있는 보헤미안에다 로맨틱을 믹스 앤드 매치한 김정은. 가장 트렌디하다.
4. 리카 : 대리만족을 위해 인형에 몰입하고 있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가장 공주스러운 인형 <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