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감독 후임으로 누가 오느냐, 하는 것을 두고 여러 날 신문 방송에서 시끄럽다. 옛 영광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기적에 가까운 ‘붉은 악마’의 레드신드롬을 다시 맛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터부로 여겨 온 붉은 색이 월드컵을 통해 어떻게 현대생활에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아본다.<편집자주>
① 수돌띠 무늬. 수돌띠는 어린이의 돌띠로서 가슴에 두르는 장식품이다. 아이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색으로 상하는 문양을 사용했다.
② 적색은 귀신을 쫓아내고 무병과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데 사용하였다. 붉은 색의 대추와 팥은 벽사신앙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③ 음과 양의 상징이 태극은 움직임에 따라 음과 양으로 나누어 생긴다.
④ 이조말의 여자어린이 색동저고리다. 오행을 상징하는 오방색과 배색해 건강과 복을 기원하였다.
⑤ ‘16강’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한 팬이 경기장에서 응원하고 있다.
⑥ 이조말에 사용하였던 취발이 탈이다. 귀신을 쫓는 기능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⑦ 동양적 상생과 정신을 표현한 개막식에서 양과 음을 상징하는 반구 두개가 하나의 원으로 합쳐지고 있다.
⑧ 더우면 파랑이나 흰색이 잘 팔리는데 2002년 당시에는 패션상품 중 빨강색의 매출이 반을 차지하고 있다.
⑨ 레드마케팅은 광고도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예전에는 액센트로 사용하던 빨강을 배경으로 확실하게 보여줬다.
⑩ 레드마케팅은 애견센터까지 확대되고 있다. 주인과 커플룩을 이루면서 애견패션의 새로운 유행이 보인다.
⑪ 신성불가침의 영역 중 하나로 여겨왔던 태극기가 일상생활에 들어와 응원용 치마, 망토, 두건 같은 것으로 사용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백의민족이라 하여 백색(白色)을 선호하고 즐겨 사용해 왔다. 흰 옷은 무색, 소색(素色)의 이미지이며 무색의 인간생활이 공수래공수거의 사상과 일치하는 즉 자연으로 동화하는 그 자체인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2002년 6월 한·일 양국 공동으로 개최한 월드컵을 통해 색에 대한 한국인의 미의식이 변화했다.
그동안 붉은 색에 대한 한국적인 금기와 권위주의적인 사고의 틀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 때 붉은 색이 공산주의를 상징한다고 해서 사용 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분위기가 서포터즈 붉은 악마가 주축이 된 길거리 응원을 통해 바뀌었다. 붉은 색은 더 이상 공산주의·피·악의 상징이 아니라 열정과 단합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팀이 선전할 때마다 ‘레드 신드롬’은 강화됐고 기업의 ‘레드 마케팅’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시중 대형백화점 의류매장의 경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붉은 색 계열이다. 여름이 면 흰색이나 청색 등 한색 계열이 잘 팔리는 데 반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난색인 붉은 색 제품이 팔리고 2002년 이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바린과 케이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최초로 의식한 색은 ‘red’라고 한다. 그 이전에도 빛과 어둠을 이미지화하는 ‘백’과 ‘흑’이 있었으나 유채색으로는 처음으로 ‘red’가 등장했다고 한다. 알타미라나 라스코의 동굴벽화에도 빨강색 계통이 눈에 띈다. 이는 생명의 상징인 적색을 사용하여 죽음의 공포를 초월하려는 고대인들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적색은 긍정적인 생명감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색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적색은 원시적인 정열과 감정을 상징한다. 그리고 맹렬, 투쟁, 위험, 정력 등을 연상케 하며, 종교에서는 신앙의 순교나 인간의 죄악을 상징한다.
적색은 주목성이 아주 높은 색이다. 그래서 위험이나 긴급한 전달을 하기 위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적색은 모든 색 중에서 가장 현저하고 역동적인 색으?알려져 있다. 빨간 빛에 들어있는 에너지는 식물의 성장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적색은 하등동물들의 성장을 촉진시키기도 하고 호르몬의 활동 및 성적인 기능을 증진시키기도 하며 상처를 치료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심리학적으로 본다면, 적색은 자극적이고 불안과 긴장을 증가시키는 색이다. 또한 자극을 유발시키는 가장 대표적 색이며 그런 이유로 아이디어를 창안해내는 데에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 적색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는 시간은 길게, 그리고 물체의 무게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적색은 강한 빛을 받았을 때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 보인다.
1950년대 이후의 적색은 주술적인 의미보다는 이데올로기 체제에서 공산주의를 상징하면서 그 의미는 피와 혁명, 금기, 두려움 등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공산주의자를 그린 영화 ‘Reds’라는 제목처럼 ’공산주의=빨갱이‘라는 의미와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스땅달의 ’적과 흑‘에 나오는 적색의 상징적 의미가 ’군대, 군인‘이듯이 예로부터 군복에는 적색이 많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공산주의의 군복에 사용된 적색은 빨갱이 즉 공산주의를 상징하게 되면서 분단 이후의 한국사회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퇴출된 색이 되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금기시되던 적색이 이념의 굴레를 벗고 ’다이내믹 코리아‘ 한국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적색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역동적인 한국을 알리는 색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월드컵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R세대(Red Generation)라 부르는 10대와 20대의 힘이 컸다. 붉은 악마는 한국사회에 잠재된 붉은 색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남북의 이념갈등으로 인해 한국 현대사에서 금기시했던 붉은 색을 승리의 염원이 응축된 의미로 변화시켰다. 한국 경기가 열릴 때마다 붉은 악마와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전국 곳곳의 길거리 응원단은 ’붉은 바다‘를 이뤘다. 특히 이들의 붉은 티셔츠에 적힌 ’비 더 레즈‘는 이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문구이다. 이제 적색에 대한 상징과 의미는 젊음, 열정, 일체감, 애국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 이후 적색 공포증, 즉 ‘레드 콤플렉스’는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의 네트워크로 군림했다. 지난 반세기동안 사람들은 붉은 색만 보면 가슴을 쓸었다. ‘붉은 악마’가 탄생한 것은 1995년 PC통신의 축구동호회원들이 프로축구 단체관람을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 이 젊은이痼?붉은 색에 주눅 드는 세대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조직을 ‘붉은 악마’라고 명명한 것은 그들의 정신이 레드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상과 이념이 자유로운 신세대의 등장과 인터넷이라는 시공을 초월하는 매체의 발전으로 적색에 대한 의미와 상징이 180도 변화한 것이다.
적색은 모든 색 중에서 가장 현저하고 역동적인 색으로 알려져 있다. 역동적인 이미지의 한국을 잘 상징해 줄 수 있는 색인 것이다. 2002년 6월 월드컵을 계기로 금기시하던 적색이 이념의 굴레를 벗고 ’다이내믹 코리아‘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김미경/동명정보대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