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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까마귀

용인신문 기자  2005.09.1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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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고색동 들판을 바라보며
말없이 떠나간 당신을 까마귀라 부르지요.

들판 끝으로 일어서는 아파트 신축 공사장이
까마귀가 발라먹은 짐승의 뼈처럼 하얗게 눈부십니다.

내가 아주 어렸던 시절 아버지는, 눈이 내리는 날이면
까마귀를 잡기위해 싸이나를 콩에 발라
눈덮힌 들판에 뿌렸지요.
저녁 나절쯤 한 떼의 까마귀가 앉았다 떠나면
아버지는 한삼태기 가득 죽은 까마귀를 주워 왔지요.
털을 뽑고 내장을 들어 내고 석쇠에 구우면서
아이들이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건망증이 심해진다며
동네 아저씨들과 함께 드셨지요.
그후로 아버지는 한밤의 눈 내리는 소리에도 잠을 깨서
새마을 담배를 피우며 꼬박 밤을 새우곤 하셨지요.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유난히 까만색을 좋아했던 당신을 까마귀라 부르지요.

하얗게 눈 부시던 어린 시절의 겨울 들녘, 까맣게
까마귀가 내려 앉았던 고색동 들판엔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업도로가 가로질러 뚫리고
들판 옆 냇가에는 죽은 까마귀의 넋처럼
시커먼 폐수가 흘러 갑니다.

나는 가끔씩 한밤의 꿈속에서
밤 하늘을 날아가는 까마귀를 봅니다.

오늘,
눈 내리는 들판을 바라보며 내가 당신을 생각하듯
이 들판끝 어느곳에 당신이 살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