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끝으로 일어서는 아파트 신축 공사장이
까마귀가 발라먹은 짐승의 뼈처럼 하얗게 눈부십니다.
내가 아주 어렸던 시절 아버지는, 눈이 내리는 날이면
까마귀를 잡기위해 싸이나를 콩에 발라
눈덮힌 들판에 뿌렸지요.
저녁 나절쯤 한 떼의 까마귀가 앉았다 떠나면
아버지는 한삼태기 가득 죽은 까마귀를 주워 왔지요.
털을 뽑고 내장을 들어 내고 석쇠에 구우면서
아이들이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건망증이 심해진다며
동네 아저씨들과 함께 드셨지요.
그후로 아버지는 한밤의 눈 내리는 소리에도 잠을 깨서
새마을 담배를 피우며 꼬박 밤을 새우곤 하셨지요.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유난히 까만색을 좋아했던 당신을 까마귀라 부르지요.
하얗게 눈 부시던 어린 시절의 겨울 들녘, 까맣게
까마귀가 내려 앉았던 고색동 들판엔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업도로가 가로질러 뚫리고
들판 옆 냇가에는 죽은 까마귀의 넋처럼
시커먼 폐수가 흘러 갑니다.
나는 가끔씩 한밤의 꿈속에서
밤 하늘을 날아가는 까마귀를 봅니다.
오늘,
눈 내리는 들판을 바라보며 내가 당신을 생각하듯
이 들판끝 어느곳에 당신이 살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