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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만에 피륙을 걸치고

용인신문 기자  2005.09.20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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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한 능선이 울타리였던 금조골의
소박하고 따뜻한 풍경은 내 기억 속에 잘 달구어진 구들장이다

뼈만 드리운 채 그림자를 지우던 장터에
분주하게 전이 펼쳐지면, 아버지는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피륙을 걸치고
옥수수 낱알과 유정 란 몇 알을 가슴에 품은 채
닷새 만에, 또
흥정이 있고 얼큰한 취흥이 감도는 장터를 기웃거린다
좌판들이 바닥에 엎드린 채 정지되어 있던 의식을 깨울 때쯤이면
술 좋아하고 놀이판을 좋아하던 당신은
김 서린 국밥 집에 송장처럼 늘어져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세상을 휘휘 저어본다
가슴속에 들어 있는 정분은 차마 꺼내 보이지도 못하고

당신 돌아오는 길
그리도 멀던가요
평생을 낮은 아궁이 속에 눈을 맞춰야 했던, 어머니의
부풀은 기다림은 쇠리쇠리 저녁 해 속으로 사라져 가고
희디흰 달빛정취 안주 삼아 못다 마신 막걸이 들이키며
흥얼거리는 당신의 팔자걸음 속엔, 지금껏 인생길이 그러했듯이
재촉할 것 없는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젖어있었습니다
때론 푸르디 푸른 방죽 저 편에서
이생을 뜨지 못한 귀신도 몇 만나셨지요
동행을 한 귀신은 못다 한 이야기 때문이었나요
쪽마루에 걸터앉아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으셨는지
속장 깊은 당신은 세상을 담을 줄만 알았지
퍼낼 줄은 모르셨지요
당신의 풀 먹인 삼베옷 이슬에 휘감기고
초록 잎새에 빼앗긴 술기운은
늘 샛별이 가장 푸르게 빛을 발할 때쯤 이었지요
그렇게
당신은 멋진 답사를 위해
마을 어귀 나무꽁지에 둥지를 틀어야만 하셨나요

정지되어있던 의식이 깨일 때쯤
꼬들꼬들한 바람이 불어오고
고샅길의 넋두리가 내 몸 안에 들어온다

당신 돌아오는 길
그리도 멀기만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