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라는 한 미국군인의 동상을 놓고 벌인 철거논쟁을 보면 참 슬픈 한국역사의 한 단면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다. 맥아더에 대한 토론은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동상이라는 물질적존재에 대해 집착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번 사건을 네티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9월 15일은 인천상륙작전 55주년을 맞은 날이다. 하지만 지금 인천은 평온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견이 정반대로 갈린 집회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를 하면 이렇다.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영은 “ ‘점령자’로 이 땅에 왔고, 분단을 야기한 인물이므로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철거 반대 사람들은은 “인천상륙작전으로 한국전 전세를 역전시킨 맥아더는 한국민들이 추앙해야 할 인물”이라는 것.
급기야 미국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맥 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맥아더 동상은 우리의 역사다. 동상을 그대로 두고 역사로서 존중하고 나쁜 건 나쁜 대로 기억하고,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기억해야 한다”며 상황정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논란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 전문가들도 논란에 가세
일부 극렬 단체간 충돌 정도로 여겨지던 이 사건은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한 인터넷 매체에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 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강 교수는 “집안싸움인 이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이내 끝났을 테고, 우리가 실제 겪었던 그런 살상과 파괴라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 주장. 강 교수 주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할 말을 했다’에서 ‘지식인도 아니다’까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사평론가 전세하씨는 “6.25 발발 55년이 지난 시점에 전쟁 당시와 같은 양상의 좌.우 대립이 일어나는 것은 대단한 역사의 아이 러니”라고 촌평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맥아더는 동상을 만들어 기릴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현대사에 정통한 익명의 대학교수는 “맥아더가 양민학살을 지시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지금처럼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들을 밀고 나가다가는 정말 큰일나겠다”고 우려했다.
■ 네티즌들도 찬반 엇갈려
아이디 ‘eomboby’를 쓰는 네티즌은 “6·25 때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 륙작전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자유와 평화는 없었을 것이다 . 민주주의 주장하고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면 동상 철거는 안 된다”며 철거의견에 확실한 반기를 들었다.
반면, 아이디 ‘동막골’을 쓰는 네티즌은 “이념을 달리하는 단체가 존재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고 건전한 사회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자신들 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과격한 행동으로 물리적 피해를 주는 것은 안된다. 무엇보다 다수의 힘을 동원한 강제를 이용한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강제적 동상철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이디 ‘가을저편에’는 “맥아더는 모든 전술·전략가들 이 불가능할 거라 했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성공시켰다. 인천상륙작전이 실패했다면 연합군의 몰살은 물론이고 전쟁에서 패했을 것이다”며 지금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수혜자의 입장에 있는 만큼 폭넓은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postmid’님은 “철거론자와 수호론자 간의 대립이 첨예화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맥아더에 대한 사실규명이나 학문적 평가가 제 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의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겨진다”며 찬반 양쪽의 의견에 귀 기울여 학문적 논의와 평가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논의를
YS시절 중앙청을 철거할 때도 논란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 건물이 없어졌다고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행위를 진실로 뉘우치는 것도 아니고 친일파들이 모두 고개를 땅에 묻고 숨는 것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지금 서울시청건물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일본(日本)이란 글자를 의미한다는 이 건물은 아직도 잘 쓰여지고 있으며, 일제시절 악명 높았던 서대문 형무소는 현재 박물관이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제때의 하드웨어를 없애는 일보다 반쪽뿐인 바이러스 걸린 역사소프트웨어를 하루빨리 치유하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8월 4일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이 23일 만에 관객 500만을 돌파했다. 비극적인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그 영화가 추구하는 가치와 그 의미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적개심을 자극하며 일방적인 편 가르기에 익숙했던 우리 국민들이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나라에서 이제라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아직도 멀었다고 말할텐가?
맥아더를 보는 찬반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당시 소름이 쫙끼치는 그의 말 한마디를 기억해 내 보자.
“동해로부터 서해에 이르기까지 코발트 방사선으로 막을 형성할 것이다. 그 지역의 생명체는 60년, 혹은 120년 후에야 다시 소생할 것이다.”
만일 핵폭탄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아마도 그의 말대로 되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