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에 관한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가운데 최근 친일파 후손들에게 땅을 찾아 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져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간의 경과와 네티즌들의 의견을 살펴본다.<편집자주>
■ 친일의 댓가가 후손들에겐 ‘축복(?)’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반민족행위자가 치부한 재산을 후손들이 누리는 것은 ‘역사의 부조리’라는 말로 함축했다. 곧 법을 제정해서라도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부조리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법사위 소속 최용규 의원은 지난 21일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에 벌인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친일파 166명의 후손들이 110만평의 토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매국형 친일파와 친일의 한가운데 서있던 중추원 32명의 후손들도 24만평의 땅을 찾았다는 것. 이들중 눈에 띠는 후손들은 △자작 칭호를 받은 이기용의 후손이 충남에서 11만2000여평을 되찾았으며, △송병준의 후손은 충북에서 420평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인 이근호의 후손은 경북·충북에서 2300여평 △일진회 회장을 지낸 이용구의 후손은 경기도에서 7200여평 △중추원 참의를 지낸 김갑순의 후손은 강원도에서 1천여평을 각각 찾아간 것 등이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매국노들의 재산을 찾아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최근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권 소송에서 법원은 번번히 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국회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은 친일재산환수법의 제정을 “소급입법으로 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 네티즌들 대부분 ‘허탈’
친일파 후손들이 계속 소송을 통해 재산을 찾아가거나 행자부나 지자체의 땅찾아주기 운동으로 돈벼락을 맞는 사태에 대해 네티즌 대부분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네티즌 ‘노소현’은 “한달전에 중국에서 조선족을 만나고 왔다. 독립운동의 후예들은 그곳에서 정말 낙후하고 먹을거 걱정하며 사는 분들도 많았다”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겐 천대와 멸시가, 나라를 팔아먹은 이들에게는…. (흐음) 대한민국은 아직도 너무 멀었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또 네티즌 ‘ghlqhr’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특별법을 하루빨리 시행해서 정치인들은 이번 기회2 조국을 위해 의미있는 일 한번하라”며 “매국노들이 부를 대물림하는 이 나라에 산다는게 부끄럽다. 매국노들의 재산 국가에서 환수하고 그 후손들은 쪽바리에게 기념품으로 넘겨라”라며 친일후손들의 재산찾기에 분노를 터뜨렸다.
또한 ‘이방인’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일제에 빼앗긴 땅이 엄청났거든? 그건 왜 안 찾아주는데?”라며 “이게 무슨 조상땅 찾아주기냐? 친일파 너그끼리 다 해먹어라”라며 한탄스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문희준’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친일파 비난하시는 분들 좀 웃기네요. 저기 땅 찾는 사람들이 친일한게 아니잖습니까? 친일은 그 조상들이 한거지”라며 “저사람들은 그냥 단순히 숨겨져 있던 보물을 찾는 것 뿐입니다. 저 사람들이 친일파 뱃속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습니까?”라며 친일 후손들을 두둔하기도 했다.
■ 한국은 아직도 독립투쟁중
경기도 남양주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25교구 본사가 있는 봉선사. 이곳은 현재 친일파 이해창(일제당시 후작)의 후손이 불사일원 땅 4만8000여평을 되찾겠다고 재산반환소송을 냈었다. 이에 맞서 봉선사 혜문스님은 ‘위헌법률제청’을 내고 맞서자 의饅?후손들은 소송을 취하 하고자 했다. 그러자 혜문스님은 ‘소 취하 동의’를 거부하고 나섰다. 민사소송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혜문스님은 “나라 팔아먹은 죄보다 더 큰 죄가 있는가?”라고 일갈하며 “우리의 법적 대응이 법조계의 통념으로는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치부되고 이로 인해 내원암 일원 5만여평의 땅을 잃을 수도 있지만 진실은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초연해 했다.
이어서 스님은 “해방 전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제헌헌법 부칙 101조를 57년 동안 이행치 않은 국회와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사법부가 매국의 대가로 친일파들이 받은 땅을 고스란히 그 후손들에 일부 돌려주는 등, 어이없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분개하고 “국회는 하루빨리 ‘친일파 재산환수 특별법’을 입법하고 사법부는 그때까지 친일파후손들의 재산반환소송 재판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혜문스님은 재판부가 기각하면 직접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동안 많은 친일 후손들이 재산을 되찾았다. 그렇다면 친일파 재산 환수 문제가 법률적으로 정당한 것일까?
여기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살펴보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
전문을 한번 읽어 봤다면 친일의 댓가로 얻어진 재산은 재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도둑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도둑질한 물건을 보호해 주는 것이 과연 정당한 법률해석일까 의문이 든다. 도둑질한 물건엔 ‘재산권’을 인정해 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 속히 ‘재산환수법’이 통과돼 친일재산이 후손에게 전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나라를 사랑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