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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의 약속이 있어 목욕차가 갑니다”

용인신문 기자  2005.10.17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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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간다는 것은 우리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목욕봉사는 결코 없어서는 안될 봉사임에 틀림없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목욕봉사차량을 아무런 대가없이 운행하는 여성인 용인시자원봉사회(회장 윤한기) 이동목욕봉사단 백애라 단장(59).

22년동안 각종 봉사를 이어온 백단장. 2003년 시작한 목욕봉사가 이젠 백단장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현재 삼성반도체 기흥봉사단과 용인서울병원에서 각 각 기증한 목욕봉사차량 두 대를 운행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반도체 기흥봉사단에서 한대를 더 기증할 예정이다.

목욕봉사단은 매주 월·수·금에 읍·면·동을 나눠가며 봉사를 나간다. 수혜자가 많아 그날 다 못하는 일이 생기면 화·목·토에 추가로 나가기도 한다. 봉사차량에 항상 같이 참가하는 핵심멤버에 유림동 김점순(59), 중앙동 조춘근(54), 역북동 정연수(56)·박옥자(56) 팀장들이 있어 백단장은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한다.
“10원짜리 하나라도 받으면 참 봉사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백 단장은 “나의 것을 나눠주는 행위입니다. 노력봉사이기는 하지만 돈 받으면 그 봉사가 무슨 의미?있을까요?”라고 반문한다.
적게는 하루 1명에서 많게는 8명까지 목욕시킨다. 다행히도 자동차기름, 타월 등의 목욕용품은 뜻있는 사람들한테 지원을 받고 있다.

백 단장에게 가끔 봉사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백단장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그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라며 “거동할 수 없는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그리고 사고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목욕봉사는 실제로 경험하고 눈으로 봐야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며 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차에 태워 목욕봉사하는 현장으로 데리고 간다. 현장을 직접 보고 배운 봉사예정자들은 한결같이 “목욕봉사가 이렇게 고된 일인지 전엔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수혜자 환경은 심각한 실정이다. 중앙동 조춘근(54) 팀장은 “수혜자들의 환경을 보면 쓰레기장은 오히려 호텔이라고 느낄 정도”라며 “유림동의 한 가정은 가스렌지 밑에 구더기가 있고, 기흥 서천리의 한 집은 썩은 참지캔을 먹거리로 끼니를 떼우고, 또 곰팡이 가득한 국을 먹고 연명하는 사람도 있으니 안 죽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풍덕천동의 어느 수혜자의 집은 물이 전혀 없어 빨래를 수거해서 빨아주는 것도 어느새 봉사단의 몫이 되어 버렸다.

이런 수혜자들에게출발하기에 앞서 목욕봉사차량은 미리 목욕물을 데워 준비한다. 전기가 끊긴 집도 많아 따듯한 물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목욕봉사차량이 수혜자의 집앞에 멈추면 항상 동행하는 미용봉사단원이 머리를 깎기 시작한다. 백단장과 일행은 물을 연결하느라 호수를 끌어오고 남자들도 들기에 버거운 욕조를 날라야 한다. 이때쯤이면 미용봉사가 끝나고 용인시자원봉사회의 지역봉사자들이 본격적인 목욕봉사를 시작한다. 이때 다른 한쪽에서는 수혜자의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설거이와 빨래(이불, 똥 묻은 옷)봉사도 이루어진다.

목욕봉사를 하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 진다. 수혜자의 몸이 뻣뻣하다 보니 목욕을 위해 옮기는 일이 이만저만 힘들지 않다. 문지방에 머리를 찧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다보면 어느새 몸은 녹초가 되어있다.
“봉사는 재미 없으면 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백 단장은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100여명이 넘습니다. 그들과 무언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백단장은 “수혜자들 중엔 처음에 돈 받을 까봐 목욕봉사를 받으려고 하지 않아 애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몇 번 봉사를 받으면 ‘보고 잡팠어(싶었어), 마음이 변해서 안오는 줄 알았어’하며 오히려 가슴 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라며 “어느 중증장애인은 말도 못하지만 목욕을 할때 눈빛으로 감사의 눈물을 보일때면 오히려 우리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기흥, 수지 봉사에는 대부분 아파트 지역이다보니 물은 충분한데 욕조가 부족한 형편이고, 이동면 등 동부지역은 환경이 역할하다보니 물이 부족하기 일쑤다.
91년 경기도지사 표창, 97년 내무부장관 표창, 2000년 새마을 훈장 군면장, 2004년 용인시 문화상 등 백 단장은 상복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같이 봉사하시는 분들이 모두 계속 건강을 유지해 오랫동안 함께 봉사했으면 좋겠다”는 백 단장에겐 봉사의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