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감각 갖춘 한국의 신세대, 세월이 지나 엄마가 되었다.
10여 년 전 세계적으로 제각기 이름을 지닌 ‘영 파워(young power)’들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던 사건이 있다. 바로 뉴 에이지. 이들은 라이프스타일, 사고방식, 패션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이전과 뚜렷이 구별되는 새로운 흐름을 창조했다. 바로 X 제너레이션 세대.
아메리칸 드림과 제너레이션 X
미국의 영화를 21세기까지 이어나갈 젊은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젊은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작품 ‘제너레이션 X’에서 등장하는 세 젊은이를 통해 미국 뉴 에이지들의 의식과 가치관을 엿보며 세계는 X 세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시대가 있었다. 이들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이익은 주었지만 반대로 핵무기와 산업공해로 인해 물, 공기의 오염, 오존층 파괴 등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 것을 비난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나 종교도 믿으려하지 않았다. 기존 지배층의 욕심과 탐욕이 세상을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하며 이미 만들어진 체제에 구속받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의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려했다. 그래서 평생 직장대신 일시적인 임시직에 만족하며 캐리어에 피?야심보다는 여가 생활을 중요시했다.
‘제너레이션 X’ 세대는 자유와 개성의 표현에서 60년대의 반 체제파나 히피와 닮았지만 반전, 반문화를 외쳤던 그들처럼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는 없었다. 단지 ‘지구는 곧 멸망할 것이며 세상의 맛있는 부분은 이전의 세대들이 이미 먹어버리고 남은 건 찌꺼기뿐’이라며 체념하고 있는 소극파인 것이다. 패션은 이러한 ‘제너레이션 X’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더글러스 커플랜드에 의하면 ‘제너레이션 X’가 좋아하는 착장은 ‘Decade Blending’으로 여러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을 섞어 입는 것을 말한다. 50년대의 ‘비트족’은 검은 가죽점퍼로 기존의 도덕과 문명에 반항하는 무언의 몸짓으로 나타내보였다. 자유로운 섹스와 방랑을 추구했던 60년대의 히피는 낡은 ‘진’에다 직접 염색한 티셔츠로 청교도적인 규율과 기성의 가치관에 도전했다.
반면 독특한 자기주장의 심벌이 없는 ‘제너레이션 X’는 60년대 매리퀸트가 디자인한 이어링, 70년대의 통굽구두, 50년대의 검은 가죽 재킷 등 이미 전 세대들의 독특한 패션을 통합해서 입는 코디적이고 수동적인 패션이 주류를 이루었다. ‘제너레이션 X’는 아메리칸 드림을 더 이상 바라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패션을 통해 자연과학의 발달과 숨 막히는 산업사회에 대한 염증을 표현할 뿐이며 목청 높여 부르짖을 구호가 없는 공간을 복고 패러디로 메우고 있다.
‘신세대, 1인 10색의 소비자’
지난 1990년대는 전환기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신한국 창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문민정부의 출발과 한국경제의 부흥기를 지내온 해방둥이 세대들의 자녀들인 신세대의 등장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신(新)’이란 말이 우리시대의 키워드가 되었다. 新한국, 新경제, 新개혁, 新세대, 新바람 ……. ‘新’자가 들어가야만 말이 되는 것처럼 정말 신바람 나는 한해였다.
70년대 이후에 나타난 신세대는 업계에 여러 화제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마케팅, 광고, 상품기획, 판매전략 등이 눈에 띄게 달라졌으며, 신세대에 대한 기사가 각종 매체를 통해 특집으로 여론화 되었다. 또한 개성표현이 강한 신세대의 풍속도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찬반여론이 끊이질 않았다. 1990년 들어 붐을 이루며 회자되었던 신세대의 특성을 보면, 첫째 타인과의 인격적 관련을 피한다. 둘째 컴퓨터, 미디어와의 친근성, 셋째 아이덴티티 확인을 위한 차별화에 대한 강한 욕구 현상이 나타났다.
라이프스타일 면에서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개인주의가 젊은이 문화의 분극화 현상을 초래하여 ‘모라토리엄 신드롬 인간’과 ‘고감도 인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사회와 인간과의 관계를 회피하고 컴퓨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편이 좋다는 내향적이고 개인적인데 비해 후자는 외부지향적이며 유행에 민감하여 동료와 함께 노래 부르며 어울리기를 즐긴다.
이들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에 따라 상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품을 즐기는 쪽으로, 땀 흘려 일하는 미학에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미학으로, 다면성을 지닌 1인 10색의 소비자상을 보였다. 그래서 타인과의 차별화와 자기만의 개성연출을 위하여 단품코디와 액세서리를 적극 수용하는 대담성을 추구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당시에 베스트와 모자 아이템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 속에서 특정한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를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은 것이다. 디테일이 많이 들어간 옷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본 스타일 지향의 옷을 선택하며, 악센트로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당시 한국의 신세대로 떠올랐다. 이러한 패션감각과 경제력을 갖춘 신세느?등장으로 패션업계는 이들의 마인드와 니즈를 읽고 상품화하려는 노력으로 분주했다.
그런 세대가 지금 세월이 지나 엄마가 되었다. 이전 어머니들처럼 가족을 위해 마냥 희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보다 ‘나’를 중시했던 것처럼 그들은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화두의 주인공들은 풍요 속에서 소비지향으로 지내왔다. 이들은 어떤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걸 거부한다. 누구 엄마나 아줌마란 호칭에 어색해하고, 심한 경우 거부감을 느낀다. 남편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자기 일을 하려고 하는 특징이 강하다.
살림과 육아 외에 자기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터넷과 주위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취하는 점도 다른 세대와 다른 모습이다. 또한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형태도 다른 세대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 X세대의 10년 후를 패션업계에서 눈여겨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미경/동명정보대겸임교수
사진설명
① 5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피웠던 비트족.
② 비트족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해석한 랄프 로렌의 비트 스타일.
③ 1969년 영국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롤링스톤즈 공연시의 히피들.
④ 비즈장식, 패치워크, 프린지 등 히피풍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돌체&가바나의 작품.
⑤ 미국 디자이너 도나 카란이 재해석한 비트닉 패션.
⑥ 여러 시대의 히트 아이템을 조화시킨 ‘Decade Blending’.
⑦⑧ 그런지 패션의 행방은 소프트와 펑크(좌, 우).
⑨⑩ 9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유행한 그런지 패션의 유형들.
⑪ 당시 인기를 누린 베스트와 섹.
⑫ 60년대 히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는 Anna Sui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