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로 서부로 달려가는 사람들…. 동부에서의 실패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성공을 기약하며 희망의 서부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예술인들이다. 음악인도 있고 무용인도 있고 국악인과 연극인도 있다. 동부에 자리한 문예회관에서, 또는 학교 운동장과 강당에서 관객없는 외톨이 공연으로 처절함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럼, 그들은 왜 서부로 몰려가는가? 서부엔 여성회관이 있고 체육공원이 있다. 그곳에 가면 관객들의 호응속에 신바람 나는 공연을 할 수 있다. 그들은 바로 그걸 원하는 것이다.
소문듣고 몰려드는 관객, 공연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 관객까지, 그들을 보러온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다. 타이밍 맞춘 박수 소리도 요란하다. 다소 기대에 못미처도 예의상 앵콜이 터져 나온다.
그러면 처인구 변두리에 위치한 문예회관을 보자. 무료공연이라 할지라도 객석을 채울 길이 막막하다. 포스터와 현수막을 붙이고 전단지 배포에다 안내방송까지 해보아도 객석의 절반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이는 공연 자체를 몰라서, 어떤 이는 공연장 위치를 모르거나 대중교통편을 몰라서 올 수 없었다 한다. 또 어떤 이는 막?가 보니 주차할 곳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지는 근본적 문제가 있긴 하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인가? 일년에 두세 차례 대중가수 등 인기연예인이 나오는 공연에는 양상이 다르다.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한 두 시간 일찍 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객석이 초만원을 이룬다. 장르 선호도에 따라 관객의 반응이 매우 다른 것이다.
반면, 수지구 중심에 위치한 여성회관을 보자. 회관 게시판에 나붙은 포스터와 안내대의 전단지가 고작인데도 큰어울마당 객석은 대부분 만원이다.
물론, 여성회관의 접근성과 편의성은 문예회관보다 뛰어나다. 더군다나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 도서관까지 함께 있는 덕에 유동인구가 많아 홍보의 효율성이나 상시적 동원력에서 문예회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하다.
그러나 역시 이것만이 비결은 아니다. 관객 모으기 정말 어렵다는 전통예술과 무용공연까지도 성황을 이룰 정도로 일반화된 관객의 수준과 인식이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사회에 짙게 드리운 빈부격차의 그림자가 문화예술 향유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먹고 살만 하니까 딴 짓 한다는 영?있듯이, 우선 생활의 궁핍함을 벗어야 문화와 예술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또한 관심분야에 있어서도, 클래식은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는 장르고 대중예술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서 배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즐기는데 있어서도 소득이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지구로 대변되는 서부지역과 처인구로 대변되는 동부지역의 소득차가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여성회관과 문예회관으로 대비되는 우울한 단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아 씁쓸해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다수의 예술인은 가난하다. 성장과정은 물론이고 현재도 가난하다. 그들이 표현하는 아름다움과 우아함, 화려함속에 조차 가난이 배어있다.
그래서 월수입 30만원의 배우와 연주자가 그려내는 예술의 세계는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의 마음에 더 가깝다. 그들의 눈속에서 고뇌와 예술혼을 읽을 수 있는 진정한 관객은 가난한 자 바로 당신이다. 물질은 빈곤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당신이여 문예회관으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