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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며느리, 내일은 자녀, 모레는 부모처럼”

용인신문 기자  -0001.1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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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오이를 많이도 보내왔어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절였어요. 저희집에 절여진 오이 많으니까 다음 번에 가져올께요”

지난 7일 오전 기흥읍 자원봉사단 박정숙 단장의 집. 독거노인들에게 보낼 김치를 담그느라 손길이 분주한 가운데 다음 봉사에 쓸 밑반찬 얘기를 한 단원이 꺼내고 있다. 김치파동인지 배추파동인지 배추값이 금값이라 이번엔 깎두기로 메뉴를 바꿨다. 보통보다 붉게 물들여진 깍두기 맛을 보니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갓 담은 것이 그 어느 것보다 맛이 배어있다. 장조림, 깍두기, 오뎅볶음, 고등어조림, 두부부침, 파래무침 등 등. 이들은 매월 둘째주면 회원들의 자택에서 밑반찬을 만들고 있다. 이날 담근 밑반찬은 오후에 지역내 독거노인 10명에게 바로 전달됐다.

1월부터 단장을 맡고 있는 박정숙 단장은 “반찬도 반찬이지만 어르신들이 기다린다는 것이 이 일을 하는 더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며 “손잡고 울기도 하는 그 분들을 보면 힘든 것보다는 이 일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크게 든다”고 말한다.

20여년을 변함없이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기흡읍자원봉사단. 단원들은 카멜레온처럼 봉사하는 곳마다 맡겨진 임무에 능숙하게 적응하는 재주(?)가 있다.

그동안 기흥읍자원봉사단은 장애우들과 나들이 할때면 부모역할을, 독거노인들을 방문할 때면 자녀역할을, 나눔의 집을 방문하면 일일 며느리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할 예정이다.

홍성희(52) 부단장은 “부모님 같고, 내 자식 같은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냐”고 반문하며 “자녀 다 키우고 하는 일이라 큰 부담도 없어 이런 보람된 일은 앞으로도 힘 닿는데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봉사단은 이밖에도 다양한 봉사로 남은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지난 추석때 송편을 만들어 복지시설을 방문해 외로운 사람들과도 함께 했고, 오는 설날에도 흰떡으로 봉사할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봉사단은 또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알콜중독자 시설인 세광요양원을 방문할 계획도 봉사목록에 추가해 놓고 있다.

유옥분(50) 총무는 “시에서 지원이 있긴하지만 현재 50여명의 단원이 내는 회비와 독지가들의 후원이 없으면 운영이 힘든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우리주위에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이 일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박 단장은 “자신들의 일상에 바쁜 단원들이 시간을 쪼개서 봉사하는 것에 먼저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며 “외롭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수혜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늦가을 울긋불긋한 산들과 사랑가득한 손길로 만들어지는 밑바찬들이 다시 추운 겨울의 문턱이 왔음에도 훈훈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