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정지화면 같다
그러다가 바람이 불면 일제히
잎을 흔들고 몸을 움직여 뿌리를
더욱 깊숙이 내리는 것이다
뿌리는 땅속에서 쉬지 않고 있었다
딱딱한 땅속을 쑤시고 다니며 때로는
바위도 만났지만 넉넉한 손끝으로
감싸 안아 나무를 세웠다
온통 산을 덮은 상수리나무들은
바람불어 소리를 낼 때마다
후두둑 상수리 열매가 떨어진다
열매가 없는 나무는 밑둥이 썩어
쓰러진 상수리나무
등걸엔 허옇게 곰팡이 피었고
못다 핀 꽃모양으로 주름진 검은버섯들이
조화처럼 말라버렸다
숲은, 정전된 집처럼 고요하지만
나무가 있고
나무 뒤에 언제나
또 다른 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