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문화욕구, 정책적 의지 중요

용인신문 기자  2005.12.05 13:11:00

기사프린트

   
 
기획취재 ‘지역문화예술 인프라구축 및 활용실태 점검’의 3번째 순서로 지역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주민들이 말하는 문화에술인프라에 대한 의식구조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기반시설의 건립 및 운영에 대한 개선방을 제시해보고 이를 통해 문화도시 용인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분출하는 시민의 문화욕구
그저 중국과 일본만 알던 세계인들이 한국이란 이름을 겨우 알게 된 때가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이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이 되어서야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또 다른 아시아문화, 즉 한국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류열풍’까지 몰아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이 한껏 부풀어 있는 상황에서 한 쪽에선 한류의 지속을 위한 대안마련을 주장하고 또 한 쪽에선 혐한류와 항한류에 대한 대응책을 말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한류를 통한 문화적 우월감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류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류의 주역들이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의 장르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문화가 소위 잘나가는 분야인 영화, 드라마, 가요 등 대중예술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쏠려있다는 얘기이며 우리 문화예술의 기초가 부실하고 순수예술의 저변이 협소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본지가 실시한 문화예술인프라에 대한 주민의식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우리 용인시민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예술 장르가 영화(44.5%)이며, 다음이 대중가요(17.1%)로 무려 61.6%의 응답자가 대중예술을 중심으로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같은 대중예술 편중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기초예술(또는 순수예술)의 생산지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인프라의 운영부실을 그 원인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펴낸 『2003년도 문화기반시설 관리운영평가 연구(2003. 12)』를 보면 지역 공연시설의 대체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전국 문예회관 등의 △운영주체는 87%가 지자체 직할(시설관리공단 포함), △지자체장의 관장 임명제도가 65%, △기획홍보 담당자 채용 48%, △인턴 채용제도 시행 13%, △정기적 관객조사 제도 운영 29%, △회원제도 운영 42%로 나타났다. 즉 지역 문화기반시설들이 정부의 지방문화육성정책에 따라 80년대 이후 외형위주로 우후죽순처럼 건립되었으며, 그 후 민주적이고 문화적인 경영마인드가 결여된 상태로 무분별하게 운영되어 온 것이다.

용인시문예회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4년 운영 실태(2004. 12. 31 기준)를 보면 △운영주체는 시설관리공단, 관장 직책 없음 △외부지원금 없이 자체수입만 1억1700만원(그 중 81.1%가 대관수입) △자원봉사자 활용 없음 △대공연장 연간 사용 일수 216일 중 44%인 95일만 목적 내 사용 △목적 내 사용 일수 95일 중 41.1%인 39일이 자체사용, 58.9%인 58일이 대관사용 △소공연장은 연간 68일을 모두 목적 외로 사용 △주차장은 총 21대(장애인 차량 1대 포함)로서 매우 협소하다. 공연시설 또한 매우 낙후된 편이다.

“우리 지역 공연장들이 무대변환이 안되는 소위 ‘깡통무대’여서 여러 작품이 연이어 오르는 연극제나 단일 작품이라도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무대세트 제작이 필요한 공연들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는 용인연극협회 유경석 회장의 얘기는 우리 문화기반시설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말이다.

하드웨어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야
문화예술진흥법 제 2조에서는 문화예술회관의 개념을, “연주회, 무용, 연극 등의 공연과 전시, 학술행사 개최 등의 용도로 건립된 건축물”이라고 기능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회관은 공연법 제 8조에 근거하여 건립되고 운영되는 공공 공연장의 일반 명칭으로서 관이 주체가 되어 건립한 공연장 중심의 문화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98년 정부는 기초지자체마다 하나씩 모두 248개소의 문예회관을 짓겠다 발표하였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122개소가 운영 중에 있고 25개소는 건립 중에 있다.
지역 문화시설은 지역 문화의 소외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민의 정서적인 수준과 질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지역 문화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문예회관은 지역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하드웨어로서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왔다. 이에 그 규모만큼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 크다. 관이 운영하고 있는 용인시여성회관이나 경기도국악당, 최근 개관한 죽전야외음악당 등도 같은 잣대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설들은 하드웨어 중심적이며 다목적 회관 형태를 지향하는 후진적 사고와 문화기반시설 운영에 적합하지 않은 관 주도의 경직성과 비전문성, 그리고 마케팅의 부재 및 지역 관객과의 소통 부족 등에서 기인하는 합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문화예술 기반시설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특성에 대한 이해 및 준비의 부족이라는 견해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성이란 해당 문화예술 시설이 지역의 현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당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용인시립예술단의 제갈 현 예술감독은 “여성회관이 개관하고 음악협회 주관으로 화요음악회를 정기프로그램으로 마련했을 때 만해도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호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문화예술 향유의 경험을 많이 가진 서울 등 대도시출신 이주민들의 문화욕구와 갈증은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고 전한다.
지역문화기반시설들이 특정한 지역에 기반하고 있고, 그 지역의 정서와 상황에 맞는 임무를 가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기반시설의 존재 이유인 지역민들과의 유대감과 일체감은 크게 부족하거나 아예 없으며, 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 할 수 없는 것이다.

독립경영체제 등 돌파구 모색
일본의 경우에서도 보았고, 우리나라의 몇몇 다른 지역의 문예회관도 그렇듯 문예회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대안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간접경영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간접경영 방식의 목적은 고객 중심의 운영, 수준 높은 예술작품의 제공, 재정자립도 제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1999년 7월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하고, 국립중앙극장은 2000년 1월 민간인 극장장의 책임경영체제로 전환되고), 같은 해 9월 예술의전당이 재단법인에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한 특수법인으로 탈바꿈하였다. 또한 2000년 2월엔 국립중앙극장 산하 예술단체인 국립 발레단·오페라단·합창단을 예술의전당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국립중앙극장은 민족공연예술의 공간으로, 예술의 전당은 좋은 공연장 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예술의 지원공간으로, 세종문화회관은 대중예술까지 폭넓게 수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각각의 공간이 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특성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하 도문예회관)의 법인화 과정도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2003년도 전반기에 일기 시작한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의 민영화 논의는 후반기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하였다. 도문예회관은 △행정인력의 잦은 교체로 인한 전문성 결여 및 책임경영 미흡, △무대전문요원 미확보에 따른 무대운영 미숙, △공직 구조조정?따른 내부인력 수급대책 미흡,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의한 후원금·기부금 불가로 자율성 결여 등을 지금까지의 도 문예회관 운영상의 문제로 제시했다.

반면, △공공시설의 운영효율성 제고를 위한 민영화시책에 적극적 대응,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에 따른 획일적 운영의 비효율성 극복, △국악의전당 개관에 따른 운영 연계성과 추가 조직, 인력 확보의 애로 해결 등의 기대, △기부금 모집 등 경영극대화를 도모하고, △공직 구조조정에 따른 내부인력 부족난 심화에 대응이라는 당위성을 표방했다. 결국 도문예회관은 2004년 6월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재출범하게 되었다.
도문예회관이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나 의정부예술의전당이 민간 전문가 관장 체제를 도입한 것은 용인문예회관 또는 기타 문화기반 시설의 법인화나 독립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독립법인화는 예술성과 전문성 및 민주성이 보장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여 용인의 문화자치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메세나 운동
지역문화정책의 변화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민선자치단체장의 등장’이라는 학계의 보고가 있다. 그 다음 원인이 ‘주민의 수요 증가’로 이는 주5일근무제 및 소득의 향상에 따른 여가와 문화에 대한 욕구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용인시의 경우는 어떤가. 문화는 그 지역의 생활을 집약하는 총체적 상징일 뿐만 아니라 지역민 각각의 태도와 사고까지 결정하는 밑그림이다. 그러므로 지역민이 선출해 준 민선단체장은 당연히 지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민의 수요증가에 맞춘 지역 문화예술계의 대응노력이 절실하다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본지의 지난호 주민의식조사는 용인시 문화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지의 지난호 주민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5.3%가 문화예술 기반시설의 확충을 요구했으며, 그중 33.7%가 공연내의 야외공연장을 원했다. 또한 적합한 위치로 도심외곽의 공원지역을 선호(37.9%)했으며 47.1%가 교통 및 접근성을 고려대상으로 지적했다.
이를 종합하면, 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시설을 새로이 구축할 경우 ‘교통 및 접근성이 좋은 도심근교에 위치한 공원을 겸한 공연장’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자주 이용하는 시설 1?2위가 도서관(18.5%)과 박물관(14.4%) 며, 가장 많이 방문한 시설이 경기도박물관(36.5%)으로 나타난 점은 프로그램이나 서비스의 질 향상과 같은 운영상의 개선을 요하는 대목이다. 이에 덧붙인다면,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메세나가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기업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지역 기업들은 예술을 위해 돈 쓰는 것을 꺼리고 있다. 용인대 한진 교수(국악과)는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미술관과 공연장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산토리사의 예처럼 지역기업들의 적극적인 메세나 운동이 전개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하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용인’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드웨어로서의 문화기반시설의 질을 높인 다음 시와 의회의 정책 의지가 뒤따라 준다면, 21세기의 살기 좋은 문화도시는, ‘용인’이 될 것이다. <기획취재팀 : 우한아(팀장)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