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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청소년 감정

용인신문 기자  2000.03.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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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때의 일이다. 그해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요한 시험인 연합고사를 앞두고 있었다. 공부를 아주 잘하지 못했던 나는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이 갖고 여름방학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맞이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겼다. 방학 첫날 집안에서 제일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른 동생이 익사 사고로 죽은 것이다.
나와 가족들의 충격이 심했고 특히 어머니는 더욱 힘들어 하셨다. 방문하는 사람마다 큰딸인 나에게 가족들의 위로를 당부했고 나의 슬픔은 뒤로한 채 가족들을 돌봐야했다. 동생의 과자를 빼앗아 먹은일, 싸운일, 혼내준 일 등 잘 대해주지 못했던 일들만 눈앞에 아른거려 죄책감으로 괴로왔다. 그렇지만 누구도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함께 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혼자서 슬프고 아픈 마음을 추스려야 했다.
여름방학을 힘겹게 보내고 학교에 갔다. 방학을 온통 슬픔으로 지낸 나에게 연합고사라는 나의 미래가 눈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마음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나에게 반가운 미소로 맞이하는 친구들과 아픔을 나누고 싶었지만 밀린 공부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그후로 나는 나에게 슬픈일이 닥쳐오면 나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소화 지 못한다. 혼자서 슬퍼한다거나 누군가에게 위로를 구하지 못한다.
상담을 배우고 난 한참 후에서야 나의 감정은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만약에 내가 그때 누군가라도 나의 감정에 귀 기울여 주었더라면 이렇게 사람들과 나의 마음을 나누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담을 하면서 집안에 사건이 생겼을 때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지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어른들의 계획에 의해 아이들이 움직여지거나 감정이 무시되어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게 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 무시된 감정이 아이들의 왜곡된 성격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요즘 상담을 하면서 예전의 나의 모습을 가끔 떠올리곤 한다.
그럴때면 나는 상담자로서 청소년들이 마음의 매듭을 풀어 감정에 왜곡없이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권선희 용인시청소년상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