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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에 자막좀 꼭 넣어주세요”

용인신문 기자  2006.01.05 1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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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들은 영화를 보거나 TV를 봐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수화를 통해 말하는 경기도농아인협회 용인시지부(이하 농아인협회·지부장 이영식)의 농통역사 유병권(사무장·37)씨.
그는 “내가 농아인이 아니고 비장애인이라면 농아인들의 복지는 벌써 이루어 졌을 지도 모를 것”이라고 아쉬움을 털어 놓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농통역사라는 단어부터가 생소하다.
용인시의 사정상 농아인들의 복지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50~60대 농아인들은 수화를 배울 방법이 없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나마 인터넷, 핸드폰, 영상전화 등 의사전달 수단과 교통의 발달로 서울이나 수원 등 농아인 학교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손짓, 몸짓, 표정 이외에 자신을 표현 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농아인들에게 의사소통의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바로 농통역사.

그 자신도 농아인인 유 사무장은 손짓과 몸짓으로 전하는 말을 수화로 다시 수화통역사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수화통역사는 그제서야 비로소 말로 뜻을 전달한다.
이처럼 사회에서 의사전달이 어려운 농아인들은 농아인협회의 통역이 절실하다.
병원을 가도, 기차를 타도, 혹 안좋은 사고를 당해 경찰서를 가도 그들의 뜻을 전달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그저 손짓과 몸짓 뿐.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들은 세상과 연결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문맹인 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닌다.

현재 농아인협회는 이런 사람들에게 통역은 물론 수화교육을 통해 사회로 통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매월 5일장이 서면 문맹을 벗어나고자 하는 농아인들의 방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동안 배우지 못한 수화를 배우기 위해 늦은 열정을 쏟는다.

이날 하루는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지루함을 벗어버리고 장터에서 만나는 신나는 세상구경과 함께 그동안의 소원이었던 문맹탈출을 이룬다.

유 사무장은 “용인은 아직 특수학교가 없고 정보접근성 보장이 어려워 서울과 수원 등으로 농아인들이 교육을 위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협회를 설립 후 많은 농아인들이 수화를 깨우치게 돼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소원이 있다면 50~60대 어르신들이 예전에 배우지 못한 글과 수화를 꼭 배우시고 떠나시는 것”이라고 소박한 바램을 밝힌다.

유 사무관은 1991년부터 3년간 지냈던 일본 생활을 잊지 못한다.
그 당시 일본 TV에서는 물론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자국의 영화도 모두 일본어 자막이 100% 깔려 있었고 우리와 달리 농아인들의 취업문이 사무실, 공무원 등 넓게 열려있었다.

“너무나 열악한 국내의 농아인 복지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결심한건 일본에서의 생활 다음이었다”라며 “일본의 복지문화와 우리의 여건을 비교한다면 천국과 지옥”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재 농아인협회에서는 농아인들의 의사소통 뿐 아니라 취업, 문화·복지향상을 위해 한국영화 자막삽입상영 의무화 및 TV자막 100% 확대방영 그리고 1종 운전면허 제한 철폐, 참전권 확대 등을 지상과제로 농아인들의 권리확대에 힘쓰고 있다.

유 사무관은 “문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는 많지 않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개봉이 끝난 후 자막을 삽입해 재개봉하는 영화가 대부분”이라며 “협회에 속해있는 회원들이 함께 상영관을 찾아 이동하기란 어려운 일이라 포기하고 말지만 용인에 영화관이 생기면 협회든 내 개인이든 한번 찾아가 국내영화에 자막을 삽입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