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을 후끈 덥히고 있는 4·13총선이 이제 20일을 조금넘게 남겨두고 있다. 여야는 아니나 다를까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영남·충청등지에서 당 지도부를 대거 동원해 유세대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호남은 아직도 철옹성인양 탈환을 꿈꾸며 격돌하는 외계의 전사들은 없는 듯한 분위기다.
선거때마다 되풀이 되는 지역 할거주의 악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총선이 지역감정 망령을 되살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오죽하면 언론에서 지역감정을 공론화시키는 보도를 자제하겠다고 나섰겠는가? 세계유일의 분단 국가에서 동서화합 운운하는 것은 우리 국민 감정속에 숨어있는 모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종문제나 종교적 문제가 아닌 정치꾼들 때문에 지역감정 망령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되살아 난다면 우리 민족에겐 정말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디 그 뿐인가? 분단 50년이 다 되도록 당리당략에 의한 안보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과연 이 나라에 통일의 씨를 뿌릴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햇볕정책이 잘됐든 못됐든 총선전략으로 안보이데올로기 잣대를 들〈遊?정치판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작 지난 2년간은 시큰둥하다가 선거철이 되니까 갑론을박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선거철 단골메뉴로 아직도 레드콤플렉스가 등장하고, 지역구 분할로 영토분쟁을 일삼는 모습은 정쟁이 아닌 망국의 모습이다. 뉴밀레니엄을 부르짖으며 반드시 희망찬 정치를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던 여야는 사분오열되어 1노3김시대를 닮아가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어도 정치권의 물갈이가 전혀 안됐기 때문이다.
썩고 오염된 정치판에 한국 NGO들의 반란(?)이 한줄기 희망으로 남아있었으나 찻잔속의 바람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나라 정치인들에게 이제 무슨 말을 할까. 특히 유일하게 주권이라는 실탄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조차 흥청망청한다면 제대로 정치개혁을 위한 과녘에 총을 겨눌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글로벌화를 부르짖는 이 땅에서 정치는 점점 과거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어쩌면 구태 정치인들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마지막 추악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어버리면 차라리 행복할 것 같다.
혼탁·과열선거는 비단 특정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전체의 총체적인 문제다. 또 정치권이나 그 아류들만의 문제가 아닌 유권자들 전체의 문제다. 모두가 병들고 썩어가는 것을 간절히 원하는 부류는 다름아닌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변화라는 것은 새로운 희망의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들어 기득권 세력들의 당찬 저항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야의 개혁을 단행했다. 득실에 대한 부분은 역사가 판단해 줄일이지만, 유일하게 손도 못댄 것이 정치개혁이다. 중이 제머리 못깍는다는 말이 맞나보다. 결국 정치권에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물건너 간 것이다.
혁명이나 항쟁이 아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서 유권자들이 정치권 물갈이를 못시킨다면 정치개혁 운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주인공은 후보자들이 아닌 유권자들이다. 정치1년은 인생10년과 같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면 인생 40년을 좌지우지할수 있기에 정치는 중요하다.
이제 21세기의 유일한 희망으로 국민 모두가 국가의 견제기구인 NGO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관심과 참여를 요구받는 시민사회이기 때문이다. NGO는 20세기 정부와 시장경제의 실패를 교훈삼아 새로운 대안으로 나섰고, 이번 총선을 첫 시험무섭?삼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