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뉴스 / 충북 옥천군
본인 뇌병변 3급이라는 장애…봉사활동 거르지 않아
식성까지 꿰찬 봉사…냉장고에 채워지는 넉넉한 인심
군과 복지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은 매주 수요일 오후 조리와 포장을 거쳐 목요일 오전이면 홀로사는 노인이나 재가 장애우 150명에게 전달된다.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복지관 고숙경 영양사가 식단을 짜고 자원봉사자들이 조리와 배달을 맡고 있다. 밑반찬 배달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옥각리와 마암리 등지의 이웃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최복자씨의 목요일 아침을 따라가 보았다.
“엄마∼ 엄마∼ 나왔어.”
최복자(50·마암리)씨가 부르는 ‘엄마’는 홀로사는 노인이다. 엄마는 최씨가 오는 날이면, 대문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우리딸 왔냐며 문부터 열고 반겼을테지만 오늘(12일)은 집에 없는 걸 보니 아마도 보건지소나 병원에 간 것이 틀림없다. 최씨는 매주 목요일, 노인장애인복지관(관장 신용주)에서 마련한 밑반찬 서너가지를 들고 엄마한테 간다.
얼기설기, 비닐로 엮어 만든 집은 방문을 열어보아도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12일 오전 11시 즈음, 복지관에서 ‘노인밑반찬배달 자원봉사자 활동일지’에 사인을 한 지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엄마네 집의 궁색한 냉장고에는 한결 넉넉한 인심이 채워지고 있었다.
“이건 떡이고, 이건 젓갈이구. 국수도 삶아 드세요∼ 저번주에 반찬 안와 궁금하셨죠?”
“아니요. 무슨 일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지요.”
“이거 멸치조림인데 드세요? 사탕은요?”
“음… 아니요. 안 먹을래요.”
말끔히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는 대조적으로 팔 짧은 트렌치 코트가 김아무개(81·옥각리) 할아버지의 형편을 말해주고 있었다. 옥각리 보건지소에 가려고 막 집을 나서려던 참이다.
최씨는 혼자사는 할아버지의 식성에 따라 허름한 냉장고에 반찬을 채우고, 또다른 집으로 향한다. 지난 2004년부터 해온 밑반찬 배달 봉사활동 덕에 노인들의 식성을 꿰고 있다. 김씨 할아버지처럼 먹지 않는 반찬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집 밑반찬에 보태진다.
옥각리 반찬 배달을 마친 최씨는 마암리로 향한다. 이날부터 새로 밑반찬을 받게될 이아무(61·마암리)씨네 집을 주소만으로 찾는건 무리였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이씨의 목소리로는 겨우 ‘신협 근처 어디쯤’이란걸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밤이면 휘황한 불빛으로 가득찰 것 같은 거리 어딘가쯤에 이씨의 집이 있었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 단칸방에 몸을 맡기고 있는 이씨에게 밑반찬을 전한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어요. 음식을 배달해 준다는 걸 알고 동생이 (군에)신청한 것 같은데… 어머니랑 함께 사는데, 거동이 안돼 동생집에 잠깐 가 계시구요.”
“그럼 두 분이 드셔야 하니까 멸치조림이랑 사탕 더 놓고 갈게요. 이거는 다른 분이 드시지 않는 거라 더 드리는 거예요.”
10시30분에 시작한 밑반찬 배달봉사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끝이 났다. 최씨가 전한 밑반찬은 궁색한 냉장고가 풍요로워질 만큼의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홀로사는 노인과 재가 장애우들의 마음에 따뜻한 한가닥 바람임엔 틀림없어 보였다.
◆ 최복자씨는…
“요즘 마음이 조금 심란하다”는 최씨는 관성환경 근로자로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신영덕(55)씨의 부인이다. 최씨 본인도 뇌병변 3급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지만 봉사활동을 매주 거르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 남편 신씨가 “내가 술 한 번 안 마시면 기름값은 충분히 나올 것”이라며 응원해줘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이 이제는 보람으로 자리잡았다. <기사제공 : 옥천신문(편집국장 조주현) 이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