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관통해 나가는 것들 다 목적지가 있다
그리고 다 냄새가 나는 것들이다
향나무를 자르고 그 속
삼분의 일쯤 되나 붉은 색 나무의 내장을 본다
원통형의 딱딱함을 뚫고 가려 했던 길이
고작 자신의 몸 안에서 끝이 나는 길이라니
새들이니 바람이니 하는 것들
그 어느 것 하나 동행하지 않는 길이라니
본래 나무는 한가지 이상의 색깔을 갖고 있다. 푸른색이 버리고 간 것들도 알고 보면 다 썩은 것들 아닌가. 잔가지를 통해 바람이 빠져나가고 한 여름과 가을이 빠져나가고 청춘이니 전성기니 하는 것들 다 빠져나가고 늙은 청춘으로 서 있는 것들 한 일생을 잘라놓고 그 속을 들여다보며 너나 나나 속과 겉이 다르게 산 것은 같다라는 자조.
향기를 채우는 일에 종사한 향나무와
냄새라는 악취를 채우고 있는 나나
땅에서 분리되어야 죽는 나무와
땅으로 들어가야 죽는 나나
일생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냄새는 지나간 것들에게서만 난다는 것이지
■ 박 해 람
- 1998년 ‘문학사상’ 등단
- 현 카페, ‘우리집을 못 찾겠군요’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