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 마르다
투박한 사발에 든 물을 끌꺽 꿀꺽 마신다
나는 배 고프다
투명한 수정 잔에 담긴 우유를 홀짝홀짝 마신다
나는 마시면서 생각한다
미당의 시는 우유인가, 물인가?
이성에 배고픈 자는 우유를 마시고
감성에 목 마른 자는 생수를 마신다
진리는 투명하여 수정에 담그지만, 온유월 햇살에 악취 심할 수 있고
속설은 질박하여 개그릇으로 떠도나, 어느 장인에겐 물건으로 살아난다
물과 우유가 다르다고 가치 주장하는 플라톤과
다르지 않다고 맛을 경험하는 퐁티가 맞선다
그러나 두 목소리 모두 노란 국화 졸리운 오후 햇살 아래서
잘못된 해석으로 깨지는 종지 소리를 듣는다
“우유는 성밖의 물이 아니고, 물은 성안의 우유가 아니다.”
신화의 쉰 목소리에 스스로 놀라 낮잠을 깬다
질마재 장승이 귀 째며 웃는다
중화(中和)되지 않은 어항의 장어가 웃는다
물과 우유가 고창 성 밖의 물건인고?
미당관 안의 전시된 언어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