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일어나자마자 머리를 단장한다 간밤의 꿈자리를 그러모으는 제의, 빗질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한 자락의 夢生, 그날 밤 당신이 비취의 색을 감아올리며 한량무를 췄던가 아, 존재의 애액이 환하게 분비 되었던가 그것은 미혹함의 다른 이름, 핏물 들인 금침에서 꽃잠을 나눴던가 때 아닌 만화방창의 호시절에 마취되어 머리를 올릴 뻔 했던가 잠시 나를 은유하는 당신이었던가 五方神將마저 달떠 당신과 나를 우주배꼽*에 유통시켰던가 설왕설래 무명의 머리칼이 바람과 내통했던가 응당, 투기한 당신이 옷섶에서 얼레빗을 꺼내 내 머리를 빗겼던가 얼레빗, 반달모양 같다하여 月梳라고도 한다지 악귀를 쫓는 빗이라며 주술을 새겼던가 그러다 툭, 부러져버린 빗에 흥이 깨져 한량무의 사위가 저물어갔던가 책력이 거꾸로 들어선 태아처럼 아찔하게 돌았던가 그 기운에 쫓긴 당신, 얼음심장이 되었던가 어느새 두 번째 달 시늉을 하며 허공에 박힌 얼레빗 조각, 빗의 살이 아프게 대기를 빗겼던가
빗과 칼은 모두 信物이라 칭송된다던가, 거울에 비친 내 눈에 공방과 도화가 공생하고 있다니, 이 무슨 조화의 형벌? 언제나 상서롭지 못한 징조들은 깜찍끔찍하게도 봉인을 거부한다지 부러진 빗 서천 꽃밭에 툭, 떨어졌다는 후일담 내지는 빗살무늬 夢生을 조장했다는, 죄 값을 달게 살아내려는 자술의 서!
*고진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