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채 남지않은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최대 화제는 매니페스토(Manifesto)란 단어일 것이다. 영국에서는 170여년전 시작했다는 매니페스토 선거운동. 최근 일본선거에서도 바람을 타고 있는 등 세계적 정치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후보자들이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는 ‘매니페스토’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독자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주>
선거때만 되면 후보자와 정당이 쏟아내는 무책임한 선거공약은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그럴싸한 공약의 남발이나 흑색선전 등은 선거문화를 오염시키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다.
애당초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내놨으니 당선후에도 지켜질리 없고 공약 이행여부를 체크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게 현실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용인에서도 지난달 27일 용인시선거관리위원회와 5·31지방선거 용인시민연대가 입후보예정자를 대상으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을 체결했다. 즉 본격적인 실험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 매니페스토란
졍軀鵝뵀?manifesto)란, 정책, 정권공약, 선언, 선언서의 의미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fendere)’가 합성되었다고 한다.
곧 ‘손으로 느껴질 만큼 명확히 하다’⇒ 명확히 나타내 보인다’로 파생되어 정치용어가 된 것이다.
따라서 매니패스토란 정당이나 후보가 당선 후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정책내용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하여 선거기간중 발표하는 구체적인 정책공약내용들의 모임인 셈이다.
■ 매니페스토의 역사
영국의 경우 1834년에 보수당의 로버트 필(Rovert Peel) 당수가 최초로 제시한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 후 영국은 100여년 동안 매니페스토 선거운동을 전개했으며 토니 블레어 수상은 지난 1997년 노동당 매니페스토를 발표, 당선돼 현재까지 영국을 이끌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03년 중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부터 매니페스토가 선거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와 자매지역인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지사는 지난 2003년 지사선거에서 매니페스토를 작성, 선거운동을 전개, 최연소 지사로 당선되기도 했다.
마쓰자와 시게후미는 이 매니페스토로 인해 이미 일본의 유력?차기 지도자로 급성장해 있다.
■ 매니페스토의 실례
매니페스토는 종래의 선거공약과는 달리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즉 구체적인 시책, 실시 기한, 수치 목표를 명시해 사후 검증 가능토록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정당에서 공표하는 정책강령을 ‘매니페스토’라고 해서 정책의 수치 목표, 실시 기한, 재원, 방법 등 구체적인 정권공약의 의미로 쓰고 있다.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선거때 정당이나 후보들이 발표한 구체성이 없이 호화찬란하게 포장된 1회용 빌공(空)자 공약만이 가득하다. 매니페스토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우선순위, 예산 등이 포함된 정책으로 일종의 유권자와의 계약으로 볼 수 있는 선거공약을 내야한다. 즉 매니페스토 선거는 스마트(SMART)한 선거공약으로 Specific(구체성), Measurable(측정가능성), Achievable(달성가능성), Relevant(적용성), Timed(시간계획성)의 의미로 유권자들에게 책임지겠다는 서약서다.
정치용어로 매니페스토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선거공약을 말하는 것인데 그 내용에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담도록 되어있다. 즉 공약 이행과 관련한 재원조달 방안과 기한, 정책 우선순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건瞞?한다.
매니패스토 협약을 체결한 후보자는 선거공약이 사전에 평가, 공개됨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비교,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게된다. 당선된 후에도 공약 이행을 검증하고 연임 여부를 판단할수 있는 기준이 된다.
■ 매니페스토의 한계
매니페스토를 통해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대등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정당공천제라는 모순된 제도로 중앙당이 지방권력을 지배하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매니페스토운동 등으로 진정한 지방권력이 발전하려면 정당공천제부터 없애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세밀한 정책을 내야 하는 매니페스토는 당연히 현직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들의 투명한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누구나 어떤 사업에 대해 열람하고 토론할 수 있는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매니페스토가 정착하기 위한 공정한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다분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평가에서 경쟁후보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측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자칫 반발이 거세지면 한때 논란을 빚었던 시민단 에 의한 낙선운동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
■ 매니페스토의 가능성
매니페스토는 유권자와 친밀한 선거,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앞으로 매니페스토에 의해 뽑힌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역을 리드하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우리 선거가 지연, 혈연, 학연, 그리고 금권과 같은 연(緣)에 의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한국정치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어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치선진화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또 유권자자들이 원하는 포지티브 선거운동에 대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지금같은 매니페스토 운동 열기가 계속 확산돼 오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매니페스토가 한국정치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