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곡서원은 조선시대의 명현인 정암 조광조(1482~1519) 선생을 배향한 곳으로 정암의 시호는 문정.
지난 53년 인재 양성을 위해 심곡서원이 중심이 돼 서원 소유 토지였던 상현리 206, 55-1 등을 주요 자산으로 재단법인 심곡학원을 설립한 뒤 그해 11월 문정중학교가 개교했으며, 61년 현 이사장인 한창호씨가 제 4대 이사장에 취임한 후 64년 학교법인으로 변경됐고 이사진이 모두 한씨 친지들로 교체되면서 사실상 서원측은 재단에서 완전 배재된 상태다.
또 시 향토유적 2호였던 조광조 묘역은 지난해 10월 도지정기념물 166호로 지정됐다. 도 관계자는 문화재가 가치가 있더라도 토지소유자와 묘 주인이 다를 경우 분쟁이 야기될 수 있어 보통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지만 정암의 인물적 가치 등을 이유로 지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들 문화재가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다.
심곡서원은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아파트 건설이 아니어도 이미 고층 아파트 그늘에 가려있는 상황. 오래전 매각된 과거 서원터를 비롯 주변 부지에 공룡같은 거대 몸집의 아파트가 어차 있거나 현재 건설이 봇물을 이루면서 서원은 꼼짝없이 콘크리트 덩어리의 한 부분이 돼 버렸다. 이번에 건설하는 아파트가 문화재보호구역에서 70여m 떨어지고 서원쪽만 13층으로 고도를 제한하더라도 워낙 아파트가 구릉에 건설되면서 고도차가 나 있는 터라 문화재 경관 보호에 무슨 효과가 있을 지 궁금하다.
여기에 서원 바로 앞을 지나는 12m 폭의 아파트 진입 도로가 계획에 잡혀 있다. 이제 서원은 더 이상의 서원의 기품을 유지하기 어려워보인다. 자동차 소음과 매연과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목조의 서원은 외관은 차치하고라도 건물 자체가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 지도 걱정이다.
묘소도 마찬가지다. 묘소가 위치한 고도가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아파트 숲에 묘소가 노출되기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재보호구역선을 확대하더라도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이같은 사례를 무수히 접했다"며 일반적으로 문화재 경관이 훼손되지 않을 만큼 인근 부지를 절대보존구역으로 지정을 하는 법이 마련돼 있었더라면 이같은 사례가 발생하겠냐며 우리나라의 문화재 정책의 현 주소를 꼬집었다.
이번 사례의 경우는 서원과 문중에서 문화재 주변 부지를 진즉 매입해 보존하는 조처를 취했어도 좋지 않았겠냐며 안타까와했다.
혹 이번 상황이 토지소유자인 학원측과 서원, 문중간의 땅싸움에서 빚어진 것일지라도 문화재라는 국민 공유의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도 이미 콘크리트에 갖혀있지 않냐는 학교측 관계자의 말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서울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교훈을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부터라도 문화재를 보호하는 훌륭한 사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또 훌륭한 사례를 나기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이미 수지 지역의 문화재를 개발이라는 벼랑앞으로 무수히 몰아낸 수치를 안고 있지 않은가.
비단 문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과 밭과 논이 콘크리트로 덮여가는 환경의 심각성 또한 우리가 간과해서는 절대 안될 부분이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땅값앞에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양심. 7일은 황사바람조차 거세게 불어 파헤쳐놓은 수지 일대의 흙먼지와 함께 일대 장관(?)을 이루며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