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선리플 후감상’이란 댓글을 한번쯤은 본적이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댓글을 미리 달고 본문을 나중에 본다는 뜻이다. 인터넷에는 본문보다 재미있는 댓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또 심각한 주제로 작성한 본문 밑에 ‘내가 1등’이라는 답글이 달리고 본문은 건너 뛰고 댓글을 작성하는 순서로 ‘등수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인터넷문화 가운데 누리꾼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댓글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댓글문화’란?
댓글문화는 사이버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 받는 게시판 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원글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거나 반박하는 것을 뜻한다.
‘댓글’은 ‘대답하다, 응수하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리플라이(reply)’를 한국어로 옮긴 것으로 형태상 한자어 접두사 ‘대(對)’와 사이시옷(ㅅ)+’글’로 분해된다.
뜻대로 해석하면 ‘대답하는 글, 상대하는 글’ 또는 줄여서 ‘답글’정도로 풀이된다. ‘리플라이’를 줄여서 ‘리플’로 부르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인터넷 게시판의 이용자가 확대되면서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됐다.
바로 익명성을 악용한 것으로 남을 헐뜯거나 허위적인 사실을 유포하는 ‘악플’이다. ‘악플’은 ‘악성리플’의 줄일말로 ‘댓글문화’와 더불어 부정적인 측면의 ‘악플문화’도 새롭게 만들어 졌다.
▲지금의 ‘댓글문화’는?
요즘의 댓글 문화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예전부터 꾸준히 누리꾼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등수놀이’는 게시물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누가 먼저 답글을 올리는지 ‘일등’, ‘이등’, ‘삼등’, ‘대략 순위권’ 등 순서를 정하는 인터넷 놀이다. 처음 등수놀이가 시작됐을 당시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속도 문제가 회자되면서 자신의 인터넷 속도나 몰입도를 자랑하기 위해 발전된 인터넷 놀이다.
또 얼마전에 유행했던 ‘파문놀이’는 어떤 현상이나 사람에 대해 비꼬는 듯한 말투의 말장난이다. “빌게이츠 - 난 사실 컴맹이다”, “강호동 - 오늘부터 고기 끊겠다”, “이해찬 - 타이거 우즈와 겨루어 보고 싶었다” 등 재미도 재미지만 정치인은 물론 경제, 스포츠, 연예 등 유명인사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파문놀이’는 날카로운 비판까지 담고 있다.
얼마전 여기자 성추행으로 비난을 받았던 최연희 의원이 경우 “가슴 만지는게 성추행인줄 몰랐다. 파문!”이란 신문 헤드라인 같은 댓글이 올라와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요즘은 추억을 되살리는 ‘올드보이 놀이’도 사랑을 받고있다.
‘올드보이 놀이’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던 이야기를 지금 올리는 놀이로 “대학수학능력 평가제가 시행된데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어요”, “요즘 TV에서 하는 미래소년코난이 너무 재미있어요” 등 뒷북을 치는 게시물이 올라왔을 경우 비꼬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지금의 댓글문화는 날카로운 비판도 가지고 있지만 단순한 재미의 문화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댓글문화’의 양면성과 미래
‘댓글문화’는 긍적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의미없는 인신공격과 검증되지 않은 비난의 장으로 이용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속에서의 자기주장은 가끔 도를 지나칠 수 있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어린이들까지 부정적인 댓글문화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댓글은 민주적인 자유토론의 장으로 다른사람의 생각과 입장들을 글로 전해 받을 수 있어 올바른 토론문화로 정착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댓글은 직접 참여하고 대화함으로서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긍적적인 면보다는 올바르게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댓글문화’로 인해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두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댓글 저널리즘’이란 말이 생겨날 만큼 댓글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정보를 얻거나 토론을 한다기 보다 일종의 재미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댓글문화’가 어떻게 정착되어 갈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인터넷 누리꾼의 의식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달려 있다. 비난을 위한 비판보다 올바른 비판과 칭찬들로 올바르고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은 물론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